비대면 진료, 당장 내달부터 ‘불법’ 되는데···“시범사업 아직도 논의 중”
‘국민 4명 중 1명’ 본 비대면 진료, ‘불법’ 가능성 커져
플랫폼 업계 ‘빨간불’···“시범사업, 현행 유지돼야”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경보 단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국내 비대면 진료 서비스 기업들이 비상에 걸렸다. 코로나19 위기 속 도입된 비대면 진료는 당장 다음달이면 불법이 되기 때문이다. 법제화까지는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가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없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달 초 예정된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긴급위원회의에서 국제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가 해제될 경우 국내 감염병 위기 단계 하향 조정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될 경우 2020년 2월부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심각’ 이상의 위기경보에서 한시 허용하고 있는 비대면 진료는 더는 하지 못하게 된다.
당정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이 당장 다음달부터 서비스가 중단될 위기에 놓이자 지난 5일 일단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유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코로나19 위기경보를 하향조정하더라도 보건의료기본법으로 근거 법령을 바꾸면 비대면 진료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해오던 기업들은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19개사가 속한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의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장지호 닥터나우 이사는 “시범사업으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계속할 수 있게 해준다고는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할지가 불확실하다”며 “최소한 플랫폼 업계가 기술적으로 준비할 시간은 줘야 하는데 아직도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시범사업이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정협의회가 열린 지 2주가 지났지만 아직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사무관은 “당정협의회에서는 논의만 있었고, 아직 시범사업 형태를 할지 여부도 미정”이라며 “시범사업 형태로 결정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논의는 그 이후에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서명 운동을 벌이며 정부에 대해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지난 14일 오후 3시부터 ‘비대면 진료 지키기 대국민 서명운동’ 캠페인을 시작했다. 코스포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5만7000여명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닥터나우는 기존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운영하던 처방 약 배송 서비스를 연중무휴 24시간으로 대폭 확대했다. 비대면 약 배송의 편의성을 더욱 높이겠다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월 한시적 허용 이후 지난달까지 약 3년간 비대면 진료를 본 사람은 총 1379만명으로 나타났다. 국민 네 명 중 한 명이 비대면 진료를 경험했다는 의미다. 총 이용 건수도 3661만건에 달해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환자들의 반복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법 개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복지부가 대한의사협외와의 합의를 통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초진이 아닌 ‘재진 중심’이라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 진료 환자의 99%가 경증 초진 환자”라며 “재진 중심의 비대면 진료로 제한된다면 플랫폼 업체 대부분이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달 초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이달 초 초진부터 가능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 법안을 발의했다.
복지부가 제도화 방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산업계 의견은 배제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장 회장은 “복지부가 산업계의 의견도 듣겠다고 여러번 말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플랫폼 중심으로 전개된 만큼 업계 입장이 꼭 반영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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