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은둔형 외톨이 자녀 둔 부모들도 고립…상처 나누며 회복했다 [중년 은둔형 외톨이]

2023. 4. 1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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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해외에서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까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좋네요. 우리 딸도 선생님 자녀처럼 의욕적으로 살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4년 동안 부모모임에 참석한 아와지 하루미(57) 씨는 "다른 엄마들 모임에서는 은둔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못하는데 여기에 오면 같은 상처가 있는 분들이 있다"며 "부모들끼리 상부상조를 하려 한다. 오늘은 내가 바닷가에서 미역을 캐서 모임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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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은둔형 외톨이 부모모임 르포
노력하는 아들보며 “나도 자극받아”
은둔 자녀 이야기하며 공감대 형성
“같은 상처 입은 부모들…응원하죠”
지난달 11일 일본 요코하마 이소고구에서 열린 은둔형 외톨이 부모모임에 참석한 사람들. 이날 요코하마에 거주하는 부모 40여명이 참석했다. 요코하마=김빛나 기자

[헤럴드경제(요코하마)=김빛나 기자] “아들이 해외에서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까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좋네요. 우리 딸도 선생님 자녀처럼 의욕적으로 살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지난달 11일 일본 요코하마 이소고구 사회적 기업 K2 강당에서 열린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자녀를 둔 부모모임. 요코하마에 거주하는 부모 40명, 온라인으로 참석한 10여명의 부모가 두 달 만에 모였다.

이들의 공통된 주제는 은둔 자녀다. 자녀가 은둔 상태이거나 재활 중이거나 혹은 은둔에서 벗어났어도 모임에 참여가 가능하다. 모임에 참석하는 부모들은 60%가량이 여성이다. 초창기에는 대부분 어머니들이 참석했으나 최근에는 아버지들이 늘었다.

부모들은 밝은 분위기 속에서 1시간가량 근황 위주로 이야기를 나눴다. 중간 중간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원치 않으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한 여성은 “오늘은 하고 싶은 말이 없습니다”라고 정중하게 말하기도 했다.

부모모임에서는 1~2시간을 자기 소개에 할애한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부모들이 서로를 잘 이해하기 위함이다. 보통 은둔 자녀를 둔 부모는 주변의 공감을 얻지 못해 지친 상태다. 같은 처지에 놓인 부모에게 지지를 받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모임에 참석한 후치타 아츠코(67) 씨는 “여기저기 모임을 다니다 이 모임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들어왔다가 위안을 얻었다”며 “자기 소개 후 주로 좋았던 일이나 자녀에 대한 경험을 나누는데 굉장히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11일 일본 요코하마 이소고구에서 열린 은둔형 외톨이 부모모임에 참석한 사람들. 이날 요코하마에 거주하는 부모 40여명이 참석했다. 요코하마=김빛나 기자

은둔형 외톨이 자녀를 둔 부모는 본인들 역시 우울증에 걸리거나 같이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자녀와 동화되는 것이다. 15년 동안 은둔한 아들을 둔 어머니 A(58)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자녀가 은둔할 당시 우울증이었다. 아들이 왜 은둔을 했는지 설명을 해 준 적이 없었다”며 “대화를 못하고 많이 참아야 하는 상황이었고, 첫째딸마저 은둔하면서 집 전체가 침체됐다”고 말했다.

A씨는 아파트에 “아들이 은둔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쓰레기도 새벽에 버리러 나갔다. 그는 “다른 부모들이 자녀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아들이 8년 정도 다른 사람의 도움조차 받지 않았는데 그때 사실상 은둔형 외톨이였다”고 회상했다.

은둔 자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모는 모임을 방문한다. A씨는 오랫동안 부모모임에 나갔고, 자녀를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시킬 수 있었다. A씨의 자녀 오오키타 켄(28) 씨는 치아가 썩는 것을 방치할 만큼 은둔했던 상태를 벗어나 지금은 음식점에서 일할 수 있을 정도로 자립했다.

4년 동안 부모모임에 참석한 아와지 하루미(57) 씨는 “다른 엄마들 모임에서는 은둔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못하는데 여기에 오면 같은 상처가 있는 분들이 있다”며 “부모들끼리 상부상조를 하려 한다. 오늘은 내가 바닷가에서 미역을 캐서 모임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달 11일 일본 요코하마 이소고구 K2 사무실에서 자립 프로그램 설명회가 열렸다. 한 직원이 온라인 참여가 가능하도록 카메라를 두고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요코하마=김빛나 기자

단체는 오프라인 외에도 온라인 모임을 확대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진행하는 자립 프로그램 설명회도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하고, 올해 1월 5일부터는 온라인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 온라인 상담이 활발하지만 부모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상담은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700여명이 상담 신청을 했고, 실제 상담까지 이어진 건 600여명이다. K2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온라인, 메신저 라인을 통해서도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며 “극단적 생각을 하거나 지금 당장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도와주고 있는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빠르게 신청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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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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