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미디어·콘텐츠융합발전위` 출범…미디어·콘텐츠 산업 정책 힘 싣나

한덕수 국무총리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미디어ㆍ콘텐츠산업 융합 발전 위원회에 참석해 의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미디어 정책을 재정립할 민·관 합동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가 17일 출범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부 측 위원장, 성낙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민간 위원장을 맡았다. 미디어·콘텐츠 산업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장으로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은 가운데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할 틀을 마련하고 투자와 성장을 촉진시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위원회가 미디어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낼 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에서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등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성과를 거뒀지만 국내 미디어 기업은 글로벌 업체의 공격적 투자 전략으로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원회는 미디어·콘텐츠 분야 정책 컨트롤타워로서 방송 등 미디어, 플랫폼, 콘텐츠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발전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며 "미디어·콘텐츠 융합 환경과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규제 체계 개선, 공정한 생태계 구축도 과제"라고 밝혔다.

정부 측 위원으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방송통신위원장, 국무조정실장이 참여한다. 김동원 윤당아트홀 대표, 김민배 TV조선 고문, 김혁 SK브로드밴드 CCO(최고콘텐츠책임자), 양지을 티빙 대표, 박천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등 학계, 기업 관계자 등 민간위원 14명도 참여한다. 위원회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글로벌 미디어 강국 실현'과 'K콘텐츠의 전세계 확산'을 위해 연내 미디어·콘텐츠 산업 정책 지원 로드맵인 '미디어·콘텐츠산업 융합 발전전략'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IP(지식재산권)와 콘텐츠 글로벌 유통권 확대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우리나라가 IT 강국에서 IP 강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미디어 산업은 IP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만큼 IP에 대한 투자 규모 확대가 국가 전략 중 하나가 돼야 한다"며 "이와 함께 플랫폼을 가지고 우리가 IP를 직접 유통하는 글로벌 유통권 확보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범부처 차원의 콘텐츠 수출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지을 티빙 대표는 '미래 미디어 기술과 국내 OTT 성장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가운데 업계에서는 위원회가 실제로 미디어·콘텐츠 산업 정책의 중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공약으로 제시한 대통령 직속 '미디어혁신위'와 달리 총리 직속으로 위상이 떨어져 단기적인 정책 자문기구에 그칠 수 있다는 목소리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디어 관련 법·제도의 종합적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내년 총선까지는 답보 상태에 머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한 전문가는 "회의 당일에도 안건 전달을 받은 게 없고 킥오프 차원으로 열린 것으로 보인다"며 "장관급이 4명이나 참여하는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내놨으면 한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육성에 초점을 맞춘다고 하고 논의내용 목차에 '규제'를 두면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OTT에 대한 견제 정책이 강력하게 필요한 시점에서 위원회가 OTT 지원에 중점을 두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