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나라셀라의 무리한 공모가 욕심
와인 수입사로서 국내 첫 상장에 나선 나라셀라가 지난주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불과 며칠 앞두고 공모 일정을 한 달 뒤로 연기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등 주가수익비율(PER·순이익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해외 기업들을 비교 기업에 대거 포함시키면서 공모가 거품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던 터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하지만 정정 제출된 증권신고서를 열어보고 놀랐다. 공모가 비교 기업들 PER이 기존 23.0배에서 정정 후 23.2배로 오히려 더 올랐기 때문이다. PER이 29.3배로 높은 LVMH와 함께 PER이 11.9배로 가장 낮은 롯데칠성을 제외했고, PER 19.9배인 해외 기업 이탈리안와인브랜즈를 추가한 것이 원인이다. 시장 우려에도 불구하고 당초 희망 공모가 2만2000(15.9배)~2만6000원(18.8배) 목표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나라셀라가 희망하는 공모가에 과도한 욕심이 들었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 나라셀라가 비교 기업으로 삼은 PER 30배 이상의 덕혼·마시아그리콜라·아드비니 등은 오랜 전통으로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와인 제조사다. 와인 유통사 주가를 와인업계 명품 기업들과 비교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둘째, 국내 증시와 해외 증시의 주가 수준은 명백히 차이가 있는데 나라셀라는 해외 기업 7곳·국내 기업 1곳을 비교 대상으로 공모가를 산정했다. 국내 상장사 가운데 와인사업 비중이 가장 높은 국순당의 2021년도 실적 기준 PER은 8배 수준이다.
셋째, 주식시장에서 높은 PER은 해당 기업이 속한 시장이나 매출의 폭발적 성장이 있을 때 가능하다. 지난해 와인 수입액은 전년 대비 3.9% 성장에 그쳤다.
공모가는 수익, 자산가치 등 무엇을 기준으로 삼느냐, 어떤 비교 기업을 쓰느냐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이거나 줄일 수 있다. 증시에 데뷔하는 기업의 오너나 주주라면 누구라도 좀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길 원할 것이다. 하지만 소수의 과욕이 다수의 소액투자자들에겐 큰 손실을 안길 수 있어 우려스럽다.
[최재원 컨슈머마켓부 choi.jaew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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