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파우스트' 박해수 아니면 어쩔 뻔했나 [리뷰+]

김세린 2023. 4. 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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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수가 유독 빛난 연극 '파우스트'
탐욕스럽고 음흉한 악마 모습 선보여
익살스럽고 장난기 가득한 연기도 눈길
사진=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배우 박해수가 유독 빛나는 작품이다.

박해수는 오는 29일까지 상영되는 연극 '파우스트'로 2018년 이후 5년 만에 무대에 돌아왔다. 적지 않은 공백이 있었지만, 박해수는 악마 메피스토로 완벽하게 분해 관객들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는 평이다.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가 성인으로 불리는 파우스트의 타락을 두고 신과 내기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 세계적인 문호 괴테의 60년 역작인 동명 소설을 무대로 옮겼다. 박해수가 연기한 메피스토는 인간 파우스트에게 쾌락을 선사하며 그를 파멸과 타락의 길로 이끄는 캐릭터다. 노년의 파우스트는 유인촌, 젊은 파우스트에는 박은석이 발탁됐고, 그와 사랑에 빠지는 그레첸은 원진아가 연기했다. 교체 배우가 없는 '원캐스트(단일 배우)'다.

사진=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파우스트'는 원작의 소설을 알지 못한다면, 극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도 극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박해수는 '악마'에 빙의한 듯한 흐트러짐 없는 연기로 관객들을 쥐락펴락한다. '파우스트'를 관람했다면, 무게감 있는 고전에 몰입감을 불어 넣는 인물로 박해수를 꼽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박해수의 연기력은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입증됐다. 2017년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이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수리남' 등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에서 활약을 이어왔다. 

연극은 박해수 연기의 시작점이다. 2007년 데뷔작 '안나푸르나'를 시작으로 '갈매기', '맥베스', '유도소년' 등 고전부터 코어 팬덤층이 단단한 창작 연극까지 다채로운 작품에 출연했다. 뿐만 아니라 '영웅',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 뮤지컬 작품에서도 활약했다. '파우스트'는 2018년 '낫심' 이후 이번이 5년 만에 오르는 무대이지만, 깊이 있는 연기는 그대로라는 평이다.

'파우스트' 무대 위 박해수는 1막과 2막에서 때론 장난스럽게, 때로는 섬뜩한 악마의 광기를 보여주며 몰입도를 높였다. 수시로 일그러졌다가 펴지는 표정과 날름거리는 혀, 울림 있는 목소리, 기괴한 웃음소리까지 박해수가 메피스토 역을 맡지 않았다면, 누가 이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을까 싶어질 정도로 탐욕스럽고 음흉한 모습으로 무대를 압도했다.

사진=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3


"인간들은 말입니다. 마치 메뚜기 같단 말이에요. 허공으로 뛰어올라 멀리 날아갈 것 같지만 금세 풀숲으로 처박혀 케케묵은 옛 노래나 불러대죠. 잠시 좀 닥치고 있으면 좋으련만."

긴 호흡의 어려운 대사도 막힘없이 소화해낸다. 방대한 양의 대사를 또렷한 발성과 정확한 발음으로 관객들의 귀에 내리꽂는다. 현대인들의 일상적인 화법과 다소 거리가 있는 고전 표현도 지루하지 않다. 박해수는 자신이 내뱉는 대사에 맞춰 리듬을 타듯 무대 위를 거닐었고, 관객들은 홀린 듯 그의 동작 하나하나를 따라가느라 바빴다. 메피스토에게 영혼을 지배당하는 건 파우스트 뿐 아니라 그를 지켜보는 관객들도 마찬가지였다. 

사진=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1막과 2막을 각각 견인하는 유인촌과 박은석과의 호흡도 흠잡을 곳이 없다는 반응이다. 각 배우들의 호흡을 맞받아치며 연기를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극의 텐션도 그의 연기에 영향을 받아 때론 무게감 있게, 때론 경박스럽게 흘러갔다. 

박해수는 극에 등장하는 내내 악마의 섬뜩한 표정과 목소리를 연기한다. 다만 익살스럽고 장난스러운 모습이 더 눈길이 가는 캐릭터다. 극 중 메피스토가 파우스트와 함께 선술집을 찾는 장면에서는 박해수가 출연한 '수리남'의 명대사로 꼽히는 "식사는 잡쉈어?"가 등장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 재미 요소로 꼽힌다. 진지함 속에서도 익살스러운 캐릭터를 잘 살린 모습이다.

오는 29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에서 상연. 러닝타임 165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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