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병든 자들을 위해 일생을 헌신한 고 이종욱 WHO 사무총장과 이태석 신부를 기리는 자리가 마련됐다. 두 위대한 의사의 삶을 조명하는 특별전시 '바로 우리展'이 4월 22일부터 5월 8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다. 사단법인 이태석재단과 동아일보는 이번 전시를 통해 "감염병 팬데믹, 기상 이변, 전쟁 등 대규모 재난이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지금, 두 사람의 정신을 기억하고 그 가치를 우리 사회에 되살리는 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이 일을 하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좋은 느낌이죠. 생명을 구하기 위해 일하는 거니까요." 이종욱 사무총장(1945~2006)이 2004년 5월 BBC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아시아의 슈바이처'로 불린 이종욱 사무총장은 서울대 의대 졸업 후 세계 각지에서 보건의료 활동에 헌신하다가 2003년 WHO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기구 수장이 된 그는 사스가 유행하며 국제 사회가 위기에 빠지자 신속 대응을 위한 콘트럴 타워 '전략보건운영센터(SHOC)'를 만들어 찬사를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 사무총장의 잘 알려지지 않은 유년기부터 국제 보건무대에서의 활약상, 주요 사진과 그가 남긴 메시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의사와 환자의 만남은 치료를 위한 만남이 아닌 인간의 영혼과 영혼이 만나는 진실된 순간입니다." 이태석 신부(1962~2010)가 2009년 12월 '한미 자랑스런의사상' 수상 소감에서 한 말이다. 인제대 의대를 졸업한 이 신부는 2001년 아프리카 남수단의 작은 마을을 자원해 찾아갔다. 그는 움막진료소를 짓고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또한 전쟁의 공포에 떠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세우고, 브라스밴드를 만들어 삶의 희망을 찾도록 도왔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로 널리 알려진 이 신부가 남긴 사랑의 흔적과 10년 후 한국과 남수단에서 일어난 부활의 현장이 소개된다.
신애라·최수종 도슨트 참여, 전시 연계 음원도 발매
‘바로 우리展'은 이종욱 사무총장과 이태석 신부의 삶과 정신을 소개하는 '아카이브' 전시이면서, 동시에 국내외 유명 미술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컬렉션 전시'이기도 하다. 윤형근·천경자·김창열·박서보·이우환 등 미술계 거장, 콰야·잠산·김지희·기안84 등 주목받는 신진작가, 이갑철·민현우·황문성 등 사진작가, 에바 알머슨·마리 로랑생 등 해외 작가의 작품 200점이 한자리에 모인다. '바로 우리展'의 의미에 공감하는 작가와 소장자들이 기꺼이 뜻을 모은 덕분이다.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에게 이종욱 총장과 이태석 신부의 삶을 전하는 도슨트 오디오 녹음은 배우 신애라 씨와 최수종 씨가 맡았다.
전시회 관람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이태석 신부 제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부활'과 이종욱 사무총장의 삶을 소개한 다큐멘터리 '백신 황제 이종욱, 나는 행동한다'가 전시 기간 내내 상영되며 우광훈 영화감독, 박일호 북칼럼니스트, 애니어그램(성격유형검사) 전문가 류지연 교수의 특별 강의도 준비돼 있다. 또한 드로잉 퍼포먼스, 클래식 미니콘서트, 출품작 스페셜 경매, 광화문 광장 스페셜 공연 등도 진행된다.
전시와 연계된 음원 및 음반(LP)도 발매된다. BTS 리더 RM 앨범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이언을 비롯해 위아더나잇(9z, 릴피쉬), 크르르, 황푸하&김사월 등 재능 있는 인디 뮤지션들이 참여한 음원은 4월 30일 공개된다. '바로 우리展' 수익금은 WHO 백신 기금, 남수단 톤즈 보건소·학교 설립, 이종욱 사무총장 부인이 운영하는 페루 '레이코 공방' 지원 등에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