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서 하룻밤을... 대통령 침실 열렸다
하반기부터 일반인도 숙식 가능
개방 20주년 '국민에 거 가까이'
주차 예약 폐지, 예식 개방 확대
컨벤션 유치 공모 사업 도전장
'레이크파크르네상스 랜드마크' 도약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의 침실이 관광객 숙소로 개방된다.
충북도 청남대관리사업소는 17일 청남대 개방 20주년을 맞아 본관 대통령 침실을 숙박 공간으로 여는 ‘대(對)국민 전면 개방 행사’를 열었다. 2003년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청남대가 숙박을 허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개방 후 청남대는 줄곧 전시 공간으로만 활용해왔다.
이날 1차로 열린 숙소는 본관 1층 5개 침실이다. 이곳은 대통령이 청남대를 별장으로 쓰던 시절, 대통령 가족이나 지인, 경호원들이 쓰던 방이다. 숙소 전환을 위해 관리사업소 측은 침대와 가구, 집기류를 교체하고 화장실 등 일부 시설을 새단장했다. 기존 가구와 집기류는 대통령기록물 보관소로 옮겼다.
이번 1호 숙박자는 도내 시군 추천을 받아 선발했다. 충북지역 독립운동가 후손, 단양 시루섬 기적의 주인공, 대청호 수몰 실향민, 고향사랑 기부제 1호 기부자, 청남대 마지막 경비대 대대장 등 10명이다.
이들은 이날 본관 정원에서 문의면 지역 맛집에서 제공한 한식 뷔페로 저녁 식사를 했다. 이어 청남대 측에서 마련한 석양 체험과 별빛야행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 과거 대통령만이 누렸던 ‘청남대의 밤’을 만끽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청남대 본관 침실은 앞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개방 폭을 넓혀 간다. 대통령 내외가 썼던 2층 침실도 노후 배관 공사 등을 거쳐 7월부터 개방하기로 했다. 청남대 측은 “본관에서 숙소로 쓸 수 있는 방은 모두 10개”라며 “하반기부터는 일반인의 숙박 신청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남대 내 숙박·교육을 확대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2024년 5월까지 숙소 32실을 갖춘 ‘나라사랑 리더십 교육문화원’을 건립해 생활관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곳에선 누구나 숙식을 하며 역사·생태·환경·인문학 등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청남대관리사업소는 “청남대는 대청호 상수원보호구역이어서 숙식·취사 등이 제한되지만 교육 목적으로는 숙박과 함께 단체급식소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개방 20주년을 맞아 축제도 더욱 다채로워졌다.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그 서막을 열다’를 주제로여는 영춘제(22일~5월 17일)기간, 매주 토요일 밤 9시까지 야간 개장을 한다. 특별 이벤트로 모네, 르누아르, 고흐 등 거장들의 미술 작품전도 연다. 5월 6,7일에는 웨딩박람회가 열린다. 청남대는 호수광장, 대통령기념관 광장, 호수갤러리 등 풍치가 좋은 공간을 야외 예식장으로 개방하고 있다. 청남대에서 결혼식을 올린 후 자녀를 낳은 가족에게는 평생 무료 입장 혜택도 준다.
충북도는 민선 8기 들어 청남대 활성화를 위한 혁신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차 및 진입로 교통 체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차 예약제를 폐지했다. 아울러 유휴 부지를 활용해 주차 면적을 665면에서 1,640면으로 대폭 늘렸다.
각종 컨벤션 유치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대통령기념관 세미나실을 ‘영빈관’으로 변경하고 ‘2023 코리아 유니크베뉴’ 공모 사업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재 청남대는 충북에서 유일하게 프리젠테이션 평가를 통과해 5월 현장 평가, 7월 최종 평가를 앞두고 있다. 이 공모에 선정되면 국내외 홍보판촉, 시설개선 자금 등을 지원받을 수 있어 국제회의장 유치에 큰 도움이 된다.
김종기 청남대관리사업소장은 “청남대 본관 침실은 가장 역사적이고 기억에 남는 숙박 장소로 주목받을 것”이라며 “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랜드마크로서 청남대의 본격적인 변화는 지금부터”라고 강조했다.
청주시 문의면 대청호변에 자리한 청남대는 1983년 12월 완공됐다.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사용되다 2003년 4월 민간에 전격 개방됐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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