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도 야도 싫다" 무당층 1년 새 2배 증가... 제3 지대 현실화할까?
반사작용으로 제3 지대론 나오지만
인물 부재 등으로 실현가능성 낮아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무당층 비율이 30%대에 육박하면서 '제3 지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반사이익에만 기댄 네거티브 전략에 골몰한 여야에 염증을 느낀 표심이 대안 세력을 찾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제3 지대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하면서도 "기성 양당체제에 대한 높은 실망감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여야의 자성을 촉구했다.
지난 14일 공개된 한국갤럽 4월 2주 차 여론조사 결과, 무당층 비율은 29%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36%, 국민의힘 31%였다. 대선 직후였던 지난해 4월 2주 차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이 국민의힘 40%, 민주당 39%, 무당층 15%로 각각 집계됐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 1년 사이 무당층이 2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이러한 정치 환경 속에 여의도 안팎에서 대안세력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18일에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금태섭 전 의원 등이 만든 정치포럼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이 국회에서 공개 토론회를 연다. 극단적 진영 갈등을 보이는 한국 정치 현실을 성찰하고 새로운 정치 공간을 열자는 취지다. 금 전 의원은 토론회를 앞두고 배포한 발표문에서 "새로운 세력이 출현하지 않으면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깰 수 없다"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총선에서 30석 정도를 차지할 수 있는 정당이 나타난다면 한국 정치를 밑바닥부터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이 제3 지대 대표성을 잃은 점을 지적하면서 신당 수준의 재창당을 요구하는 정의당 내 의견그룹도 등장했다. 조성주 전 정책위원회 부의장과 장혜영, 류호정 의원 등 청년 정치인들을 필두로 한 정치그룹 '세 번째 권력'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 15일 출범식에서 "정의당은 양당은 물론 진보 정치 밖에 있는 제3시민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정의당 재창당은 새로운 정당의 창당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민련·국민의당, 대선주자·지역기반 갖춰 성공
다만 '제3 지대' 현실화에 대한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총선을 어느 정도 앞둔 상황에선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표하지 않는 무당층 비율이 늘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표심은 거대 양당에 쏠리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 실제 2020년 4월 총선에 앞서 실시된 한국갤럽의 2020년 1월 5주 차 여론조사에서 33%에 달했던 무당층은 총선이 실시된 4월 2주 차 조사에서 18%로 떨어졌다.
현재 제3 지대의 구심이 될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도 한계다. 제3 지대 정당으로서 총선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는 자유민주연합(1996년 15대 총선·50석)과 국민의당(2016년 20대 총선·38석)뿐이다. 두 사례는 각각 김종필과 안철수라는 대선주자급 인사가 주도해 각각 충청과 호남이라는 지역기반을 확보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현재 거론되는 인물들은 이 같은 조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과거 대안세력으로 꼽혔던 정당들이 합당을 반복해 고유의 색을 잃은 전례는 기대감을 꺾는 요인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제3 지대라고 해서 뽑았더니 4년 동안 하는 일은 '저 당(거대 정당)과 어떻게 합당할까'였다"며 "유권자들이 이전보다 제3 지대 지지를 가치 있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대 양당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거대 양당이 제3 지대론이 나오는 원인인 만큼, 최근 현상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현재 제3 지대론이 파괴력이 없을지라도 거대 양당은 언제든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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