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맑은 물 하이웨이'...안동발 암초로 장기화 조짐
대구 안동 댐물 공급에 동의, 방식에는 이견...넘을 산 많아
대구취수원을 다변화하는 '맑은 물 하이웨이' 정책이 안동발 암초에 부딪혀 장기화할 조짐이다. 대구시와 안동시는 안동·임하댐 맑은 물 공급과 상생발전을 위한 업무협약까지 체결했으나 안동시의회가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 예산을 삭감하면서 동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안동시의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는 1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에 오후 9~10시쯤 권기창 안동시장을 불러 '낙동강유역 광역상수도 공급체계 구축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과 관련된 설명을 들은 후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안동시의회는 지난해에도 본예산 심사에서 물산업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에따라 지난해 취임 후 "낙동강변에 송수관로를 건설해 안동의 원수를 강 하류 지자체에 모두 보내겠다"고 밝힌 권 시장의 상수도 공급 청사진이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불똥은 대구로까지 튀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말쯤 낙동강 상류댐 물 공급에 대한 기술·경제적 타당성 검토 및 최적 방안 마련을 위한 '맑은 물 하이웨이 추진방안 검토 용역'에 착수한 터라 아직 첫 걸음도 떼지 못한 안동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게 됐다.
특히 대구시와 안동시는 지난해 11월 초 '안동·임하댐의 맑은 물을 대구시에 공급하고, 양 도시의 상생발전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안동시와 체결했으나 물 공급 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해법을 갖고 있어 상호 용역을 통한 이견 조정도 시기가 늦춰지게 됐다.
안동시는 반변천 용상취수장에서 취수해 낙동강 유역의 국가부지를 활용해 대구까지 180㎞ 길이의 송수관로를 설치하고, 장기적으로는 대구에서 부산까지 165㎞ 송수관로를 추가로 설치해 광역상수원을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대해 대구시는 영천댐 도수로 구간을 통해 안동·임하댐 물을 공급받아야 경제성이 있다는 입장이어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시는 K2 후적지 개발에 따른 인구증가를 감안할 때 하루에 100만 톤의 식수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운문댐서 30만 톤, 안동·임하댐에서 70만 톤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환경부와 수시로 대구취수원 다변화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며 "연말쯤 용역결과가 나오면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구시의 취수원 다변화사업은 1991년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을 계기로 대구시가 2009년 구미공단 상류지역 취수장 이전을 정부에 건의하면서 시작됐다. 정부가 2019년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을 마련했으나 대구시는 지난해 8월 구미의 귀책사유를 이유로 이 협정 해지를 통보했다. 대구시는 구미 해평취수장 대신 안동·임하댐에서 식수를 취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물 난리를 겪고 있는 낙동강 수계의 근본적인 해법과 이견조정을 위해 객관적인 데이터 확보가 필수인데도 용역 예산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해 아쉽다"며 "공공재인 물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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