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학] 고대 바이러스가 남긴 DNA 흔적, 암 치료 새 단서

박정연 기자 2023. 4. 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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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 전에 존재했던 고대 바이러스가 남긴 DNA가 새로운 암 치료의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지 카시오티스 영국 프란시스크릭연구소 연구원 연구팀은 폐암 세포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수천 년 또는 수백만 년 전에 등장한 바이러스가 지닌 DNA의 이같은 역할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가 가진 DNA가 암세포에 대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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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프란시스크릭 연구소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수천 년 전에 존재했던 고대 바이러스가 남긴 DNA가 새로운 암 치료의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암세포에 의해 활성화되는 이 DNA는 면역체계가 ‘반자동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을 돕는다는 분석이다. 

조지 카시오티스 영국 프란시스크릭연구소 연구원 연구팀은 폐암 세포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수천 년 또는 수백만 년 전에 등장한 바이러스가 지닌 DNA의 이같은 역할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12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앞서 연구팀은 폐암 연구를 위해 폐암에 걸린 생쥐와 폐암 환자의 암세포 샘플을 관찰했다. 채취한 암세포가 면역체계에 반응하는 모습을 관찰하던 중 ‘B세포’로 불리는 백혈구가 암 종양과 결합하는 항체를 생성하면서 폐암에 대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모습을 포착했다.

연구팀은 B세포가 생성한 암 종양과 결합하는 항체의 원리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이 항체는 짧게는 수천 년 전, 길게는 수백만 년 전부터 인간 유전자에 포함된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PERV)’의 DNA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가 가진 DNA가 암세포에 대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레트로바이러스는 원래 단일가닥인 RNA 유전자를 갖는다. 증식하면 이중가닥 DNA로 변형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RNA에서 DNA로 변형하면서 숙주가 죽을 때까지 한 몸이 될 수 있다. 일부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는 후대에까지 전달된다.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가 남긴 이 DNA는 건강한 세포와 결합했을 때는 특별한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러다 암세포와 만났을 때는 발현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팀은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가 남긴 오래된 DNA는 B세포의 기민한 면역 반응 활동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카시오티스 연구원은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는 아주 오랜 기간 인간의 유전자 속에 숨겨져 있었다”면서 “고대의 바이러스가 오늘날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에서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의 DNA를 기반으로 암세포에 대한 항체를 증가시키는 암 백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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