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음료’에 투약량 3.3배 필로폰…중국 체류 윗선 추적 난항
‘마약 음료수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중국에 체류 중인 ‘윗선’ 공범 3명에 대해서 중국 공안과 협조해 수사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현재도 보이스피싱 범죄 상부 조직원 검거율이 2%대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이들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나온다. 10대들이 받아간 ‘마약 음료’엔 1병당 3회 투약 분량의 필로폰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17일 오전 10시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마약 음료수 사건 중간 수사 브리핑을 열고 관련 피의자 7명을 검거하고 이 중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중국에 체류 중인 마약 음료 피싱 조직원 2명과 마약 유통 조직원 1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고, 이 중 피싱 조직원 한국인 이아무개(25)씨에 대해서는 외교부에 여권 무효화를 조처를 완료했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 당국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신병을 조속히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문제의 마약 음료엔 3회 투약 분량의 필로폰이 들어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 음료 제조·공급책 길아무개(25)씨는 중국산 우유 100㎖에 필로폰 0.1g을 넣어 마약 음료 100병을 만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필로폰 1회 투약분이 0.03g이므로 0.1g은 이에 3.3배에 달하는 상당히 위험한 양에 해당한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중국으로 건너가 현지 보이스피싱 조직에 합류한 이씨는 지난 3월 중학교 동창인 길씨에게 음료를 만들고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지시를 받은 길씨는 지난달 25일 인천 일대에서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공급책 박아무개(35)씨로부터 필로폰 10g을 공급받고 제조에 나섰다.
경찰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강원도 원주 자택에서 마약 음료를 직접 제조해 서울로 전달한 길씨를 범죄집단가입활동죄·마약류관리법·특수상해 등 혐의로 구속 송치하고, 박씨는 이미 다른 사건으로 수원 중부서에 체포돼 구속된 상황이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해당 음료는 중국에 체류 중인 피싱 조직이 구인구직·대학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모집한 마약 음료 판촉 아르바이트생 4명에게 ‘퀵서비스’를 통해 전달돼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 2곳에서 배포됐다. 마약 음료 100병 중 18병은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배포돼 이 중 8병이 음용됐고, 나머지 4병은 학생들이 수령만 하고 마시진 않았다.
마약 피싱 조직 일당들은 아르바이트생들이 학생들로부터 음료 설문조사를 명목으로 받은 인적사항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학생이 마약을 했다. 학교에 알리겠다”는 취지로 협박하며 금품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에게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를 이용해 전화를 건 국내 중계기 관리·운영책 김아무개(39)씨도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사기 등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김씨는 이전에도 보이스피싱으로 43건(피해액 약 8억2600만원)의 신고를 당한 바 있다.
경찰은 중국에 체류 중인 공범 한국인 이씨와 중국 동포 2명에 대해서도 당국과 공조를 통한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지만, 신병 확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중국에 체류 중인 보이스피싱 상부조직원에 대한 검거 현황만 보더라도 실적이 매우 저조하기 때문이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검거 인원은 총 2만5030명이었지만, 검거된 상부 조직원은 약 2.6%(657명)에 불과하다.
이날 브리핑에서 경찰 관계자는 “해외 법집행기관과의 공조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보이스피싱 콜센터를 검거한 전례도 있는 만큼 중국 공안 당국과 접촉해나갈 계획이다. 마약 범죄에 대해 엄하게 대응하는 나라인 만큼 적극적인 공조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 경찰청 기자간담회에서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 역시 “언제 검거가 된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인터폴 공조와는 별도로 모든 채널을 가동해 중국 공조를 위한 노력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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