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마약 발본색원’ 백드롭 걸어두고 대야 공세···지지율 하락에 총력전

문광호 기자 2023. 4. 1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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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미래세대를 위해, 마약 발본색원’

17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국회 당대표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뒤로 ‘백드롭’이 내걸렸다. 이날 최고위에서 마약 관련한 발언을 한 지도부 구성원은 없었다. 최고위원들의 발언은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집중됐다. 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자 대야 공세를 통해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 당선 이후 처음으로 백드롭 문구를 교체했다. 김 대표는 지난 8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당선된 직후부터 ‘우리의 대답은 오직 민생입니다’라는 백드롭을 써왔다.

교체된 백드롭 문구와 달리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마약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집중 공세를 펼쳤다. 김 대표는 “가히 더불어돈봉투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재명 대표는 송영길 전 대표에게 진 빚이 없다면 돈 봉투, ‘쩐당대회’ 관련자들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촉구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전원(정책위의장 제외)이 일제히 돈 봉투 관련 메시지를 냈다.

당내에서는 민주당 돈 봉투 문제에 총력을 기울이자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33.9%)과 더불어민주당(48.8%)의 지지율 격차는 14.9%포인트였다. 원내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지금 당이 민주당 돈 봉투 문제로 총력전을 하고 있는데 마약 문제를 꺼내는 건 갑작스럽지 않나”라며 “사전 회의 때 마약 관련 발언 내용이 없어서 백드롭을 바꿔야 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다른 당 관계자는 “백드롭은 한 번 해놓으면 최소 2주 정도는 걸어놓는다”며 “민생 목소리를 듣겠다는 내용이 한 달 가까이 너무 오래 있어서 시의성에 맞게 바꾼 것이고, 마약 문제는 워낙 심각해서 앞으로도 계속 최고위에서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용된 조사는 리얼미터가 지난 10~14일 전국 만18세 이상 2506명에게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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