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광고는 필수?…동네사장, 꼼수 대행사에 큰돈 쓴 속사정
손님이 버린 영수증으로 리뷰 써준다는데...고민하니 "남들은 다 해요"
검색광고 네이버가 장악...일주일 50만원씩 내며 "달리 광고할 곳 없잖나"
# 유모 사장(32)은 지난해 6월 경기도 모처에 애견 미용실을 차리고 네이버 플레이스 광고를 올렸다. 플레이스 광고는, 네이버에 '00동 애견 미용실'을 쳤을 때 지도에 가게 위치들이 찍히고 아래에 가게 사진과 전화 번호, 짤막한 리뷰가 뜨는 광고 칸이다.
이후 하루에 20~30통씩 '네이버 광고 어떻게 하시냐'는 검색광고 대행사의 영업 전화가 쏟아졌다. 유씨는 "미용 예약 전화도 못 받을 정도였다"라며 "전화가 미친 듯이 왔다"고 했다. 영업 레퍼토리가 비슷했다. '지금처럼 광고하면 손님 뺏긴다'는 것이었다. 한 대행사는 "플레이스 광고를 봤는데 내용이 너무 없길래 연락드렸다"며 "장사를 하시는 것 맞느냐"고 했다.
내심 네이버 광고 효과가 있을까 걱정하던 유 사장은 결국 대행사 한곳의 서비스를 받기로 했다. 유 사장은 "네이버 광고에서 밀리면 손님을 끌어들일 다른 수가 없다"고 했다.
17일 소상공인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광고를 대신 해준다며 소상공인을 상대로 장사하는 이른바 '검색광고 대행사'가 기승이다. 한해 150만~200만원, 일주일 50만원씩 받으니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네이버 광고를 안하면 손님을 뺏긴다는 위기의식에 적지 않은 소상공인이 이 비용을 치르고 있다. 검색광고 플랫폼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여러 플랫폼이 이용자를 많이 끌어모으지 못해 네이버 광고주가 늘어나고 소상공인 피해는 누적되고 있다.
네이버의 국내 검색광고 시장 점유율은 과반을 훌쩍 넘는다. 시장 분석 기업 '다이티'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검색 광고 시장의 63.26%가 네이버 몫이었다. 구글이 32.56%, 카카오가 2.8%, 기타 플랫폼이 1.4%를 차지했다. 구글의 검색 광고 매출은 상당 부분 유튜브 광고다. 유튜브는 이른바 '동네 사장'들이 하는 광고가 적다 보니 사실상 소상공인의 광고 시장은 네이버가 점령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행사는 유 사장에게 두 가지 서비스를 제안했다. 하나는 블로그 리뷰, 또 다른 하나는 '영수증 리뷰'였다. 영수증 리뷰는 손님이 버리고 간 영수증을 사진 찍어 보내면 대행사가 손님인 척 플레이스에 리뷰를 올려주는 서비스다. 유 사장이 '그래도 되느냐'고 묻자 "남들도 다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대행사는 유 사장에게 한해 180만원을 요구했다. 유 사장은 생활비를 줄이고 조부모 용돈까지 줄였다.
이렇게 대행사를 쓰는 소상공인은 적지 않다. 권모 사장(51)은 지난해 12월 서울 사당역 근처 호프집을 차리고 대행사에 80~90만원을 냈다. 대행사는 "특별 가격 할인 이벤트에 당첨되셨다"며 권 사장에게 접근했다.
네이버가 플레이스 광고 서비스를 시작한건 2021년 10월이다. 작년 9월말 기준 네이버 플레이스 광고주는 8만6000명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때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검색 광고 매출은 지난해 4분기만 6602억원이었다. 1년 전보다 5% 늘어난 수준이다.
네이버도 소상공인 광고가 과열될 것을 우려해 광고비 상한을 정해 두고 있다. 소상공인이 할 수 있는 광고는 크게 플레이스와 파워링크, 지역소상공인 전용 광고 등이 있다. 이중 플레이스 광고에 쓸 수 있는 돈은 하루 최대 2만원이다.
플레이스 광고비는 경쟁 광고주가 10곳 이상이면 광고주가 정한 입찰비를, 미만이면 클릭당 55원 고정 금액을 과금한다. 어떤 방식이든 쓸 수 있는 광고비는 최대 2만원이다. 2만원을 소진하면 광고가 더이상 노출되지 않는다. 하루 2만이 상한이지만 매일 광고한다면 자영업자들에겐 적지 않은 부담이다.
여기에 대행사들까지 끼어드니 광고비는 더 늘어난다.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일주일 매출 30% 수준인 50만원씩 낸다"는 등 대행사 서비스에 큰 돈을 쓴다는 글이 수두룩하다.
소상공인들이 대행사의 유혹에 빠지는 이유는 네이버 외에 마땅히 광고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대행사들은 이 점을 이용한다. 유 사장은 "대행사들은 광고 관리를 안 하면 가게가 망할 것처럼 혼을 빼놓는다"고 했다. 네이버 외 광고할 곳이 없으니 소상공인들은 대행사가 요구하는 비용이 적절한지 판단할 수도 없다. 유 사장은 "180만원이 적절한지 판단하기 어렵더라"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검색 광고 플랫폼이 다양해져야 지금의 구조를 깨트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광고 플랫폼은 리뷰가 자산이다. 충분한 이용자를 확보해야 광고 효과가 있는데 후발 플랫폼은 네이버만큼 이용자를 확보하기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네이버 외에도 숙박업, 요식업 등 특정 플랫폼이 광고를 독·과점하는 시장은 공통으로 소상공인들이 과한 광고비를 치르는 문제가 있다"며 "후발 플랫폼이 경쟁에 뛰어들기도 해야겠지만 상생을 위한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사기 대행사 피해를 어떻게 줄일지는 항상 고민이고 플레이스 광고를 집행하기 전 유의할 점을 항상 공지하고 교육하고 있다"며 "리뷰 조작 행위에 관해서도 상시 모니터링하며 광고가 과열되지 않도록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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