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에 “내 돈이라면” 지적 당한 LH, 준공 주택 원가 이하 매입

주택 매입가 산정 방식 변경

서울의 한 매입임대주택. LH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임대사업에서 준공주택을 매입할 때는 원가 이하로 사들이는 등 주택 매입가격 산정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엘에이치는 전문가와 정부 등 관련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매입임대사업 주택 매입 가격산정 방식 개선안을 확정하고 올해 2만6461호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매입임대사업은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엘에이치가 다가구 등 기존 주택을 매입하거나 사전 약정을 통해 신축 주택을 매입해 취약계층에게 임대하는 공공사업이다. 엘에이치는 지난해 하반기 매입임대사업을 진행하던 중 준공 후 미분양 상태인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를 사들이면서 고가로 매입했다는 지적을 받아 논란이 됐다.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 돈이라면 이렇게 비싸게는 안샀을 것”이라고 질타한 뒤 엘에이치가 서둘러 제도 개선에 나섰다.

이번 개선안을 보면, 엘에이치는 앞으로 매입임대 가격체계를 준공주택 매입과 신축매입 약정 방식으로 이원화하기로 했다. 준공주택의 경우 주로 시장에서 외면받거나 소화되지 못한 주택임을 고려해 매도자(업계)에게 자구노력 부담을 지우는 차원에서 원가 수준 이하로 매입하기로 했다. 토지비(감정가)에 건축비(공공건설임대 표준건축비)를 더한 금액에서 감가상각비를 뺀 금액으로 사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엘에이치가 지정한 감정평가사 2인의 평균 감정가를 적용했다.

신축매입 약정 주택은 민간사업자의 건축예정 주택을 엘에이치가 사전에 약정을 맺고 준공 뒤 매입하는 것인 만큼 감정평가금액으로 매입가격을 책정할 방침이다. 다만, 감정평가 방식은 손질한다. 기존에는 엘에이치와 매도자가 각각 1명씩 평가사를 지정했으나, 앞으로는 한국감정평가사협회의 추천을 받아 평가업체 선정의 객관성을 높이기로 했다. 또 종전까지 주로 내부 직원이 해오던 매입임대 심의는 앞으로 한국부동산원, 감정평가사 등 전원 외부 전문가가 심의하도록 했다.

엘에이치는 이번 가격체계 개편을 통해 준공주택은 당초 대비 20~30%, 매입약정주택은 5~10%가량 매입가가 인하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런 새로운 가격체계로 올해 수도권 1만7838호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2만6461호의 매입임대사업 주택을 매입한다. 이 중에 신축매입약정은 2만2375호, 준공주택은 4086호를 매입할 예정이다.

엘에이치는 이달 18일 통합 매입공고를 거쳐 지역별로 별도의 매입 공고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이한준 엘에이치 사장은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양질의 주택을 확보해 국민께 고품질의 주택을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주거 취약계층에게 더 낮은 임대료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반면, 부동산 업계에선 엘에이치의 이번 매입임대 가격체계 개편으로 고가 매입 논란은 가라앉겠지만 반대로 상대방이 손해를 볼 위험은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이 결과 자칫 민간 사업자가 준공주택 매각과 신축매입 약정 사업 참여를 꺼려한다면 매입임대사업이 연간 목표 물량을 순조롭게 채우지 못하는 등 서민 임대주택 공급이 일부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엘에이치는 올해 건설임대 1만1천호, 매입임대 2만6천호, 전세임대 3만호 등 6만7천호의 공공임대를 공급할 계획으로, 공공임대 가운데 매입임대주택의 비중은 39%를 차지한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