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가제트 '만능 팔'처럼…전기차 충전 척척해내는 로봇 나온다
'로봇 팔'과 유사한 형태…알아서 충전 척척
충전에 특화, 외부 사용위해 방수·방진 성능
제어 SW 내재…확장성·유지보수성 유리
무선통신 방식…차량의 충전구 자동 개폐
"안전한 충전 로봇 개발에 역량 집중할 것"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퉈 전기차를 내놓으면서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속도와 비교하면 관련 인프라에 대한 주목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충전 분야에서 전기차 사용자의 편의와 교통약자를 위한 배려가 충분히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기차 시대에 앞서 경쟁력 있는 차량의 개발은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만큼 관련 산업과 사회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전기차 충전도 로봇이 자동으로 척척
현대자동차그룹은 경쟁력이 뛰어난 전기차 개발, 생산과 함께 전기차 사용자 편의를 높이고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현대차그룹의 400V·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시범 운영 중인 제네시스 무선 충전 서비스는 고객 편의성을 높인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같은 신기술은 고객에게 유익한 전기차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로보틱스 기술을 접목한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ACR)을 통해 편리한 전기차 충전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에서 개발한 ACR은 충전 시 발생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고객 편의는 높이는 암(arm) 형태의 로봇이다. ACR은 1980년대 방영되며 인기를 끌었던 ‘형사 가제트’의 주인공 가제트가 사용하는 ‘만능 팔’처럼 로봇 팔이 전기차의 충전구를 인식하고 충전 커넥터 삽입부터 탈거까지 모든 작업을 사람 대신 수행한다.
향후엔 자율주행과 연계해 전기차 주차부터 충전 종료 후 이동까지 가능한 수준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충전 시 고객 편의성 개선과 함께 고전류에 따른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색다른 충전 솔루션인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전기차를 구입한 고객의 충전 편의성을 높이고 새로운 충전 경험을 제공할 방안을 고민했다. 이런 과정에서 ACR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초고속 충전 기술이 발전하면서 충전 케이블이 점차 크고 무거워지는 추세에서 일반 고객뿐만 아니라 직접 충전이 어려운 교통약자(장애인, 임신부 등)의 불편을 해결하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충전 로봇은 범용 협동 로봇을 기반으로 개발된다. 이 경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 측면에서 여러 제약이 생긴다. 현대차그룹은 충전에 특화된 구조로 전기차 충전 전용 로봇을 개발했다. 중력 보상 기술 등을 적용해 상대적으로 적은 모터 용량으로도 무거운 충전 케이블을 다룰 수 있거나 외부 사용이 가능하도록 방수·방진이 가능한 구조를 적용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제어 소프트웨어도 내재화된 기술로 개발해 기능 확장성과 유지보수성 면에서 다른 회사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전한 충전 로봇 개발하기 위해 역량 집중
모터 드라이버는 충전 로봇의 각 관절에 내장된 모터의 위치와 속도, 토크 등을 제어해 로봇이 정확한 위치에 원하는 힘을 전달하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에 자체 개발한 모터 드라이버는 하나의 모터 드라이버가 3개 모터를 동시에 구동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두 개의 모터 드라이버를 통해 6개의 액추에이터를 제어할 수 있다. 이런 기능을 통해 설치 공간을 줄이고 배선을 간소화했다. 정비가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향후 모터 구동 펌웨어의 내재화로 알고리즘을 개선해 에너지 효율 향상, 고장 진단, 수명 예측 등과 같은 부가 기능을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ACR은 작은 부품 하나부터 구조 설계까지 실외 사용조건을 고려해 개발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결과 검증을 위해 방수·방진 기능인 IP65 등급 시험 및 고·저온 구동 시험도 완료했다. 현대차그룹은 충전 로봇 시제품을 연구소 내 야외 충전소에 설치해 관찰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1년간 다양한 날씨 환경에 ACR을 노출해 개선할 점을 지속해서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ACR은 기본적으로 무선통신 방식을 이용한다. 이를 통해 차량 접근과 주차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차량의 충전구를 자동으로 여닫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체 프로토콜 방식을 개발해 향후에는 더 다양한 방식으로 차량과 ACR 사이에 통신을 진행하고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로봇팔에 대한 위험 요소는 존재한다. 정전 등의 요인으로 외부 전원 공급이 끊길 수도 있다. 일반적인 로봇팔은 전원 공급이 끊길 경우 각 관절에 브레이크가 작동하며 움직임을 멈춘다. 무거운 로봇팔이 낙하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이런 경우 수동으로 로봇팔을 움직일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ACR은 최적화한 구조와 중력보상 기술을 적용한 덕분에 관절에 브레이크를 장착하지 않았다. 로봇팔이 낙하하지 않으면서도 자유롭게 로봇팔을 움직일 수 있어서 전원 공급이 끊긴 상황에서도 사람이 직접 로봇팔을 움직여 충전기를 탈거할 수 있다.
6자유도 자세추정 기술 개발…로봇이 스스로 車 충전구 찾아서 연결
현대자동차그룹은 로보틱스 기술을 접목한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ACR) 성능 고도화를 위해 각종 첨단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우선 인공지능(AI) 기반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6자유도 자세추정 기술을 개발했다. ACR을 충전기에 연결하기 위해 충전구와 3차원 관계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6자유도란 3차원 공간에서 물체의 위치와 방향을 나타내는 6개의 변수를 의미한다.
현대차그룹은 충전구 모양을 비전 관점에서 분석해 다양한 조건에서도 검출도를 높일 수 있는 특징과 장점을 자체 정의했다. 이런 데이터로 학습된 딥러닝 네트워크로 충전구 위치와 내부 특징을 인식한다. 이후 획득한 특징과 대응되는 3D(3차원) 포인트 클라우드를 추출하고 이런 점군의 기하학적 구조를 대표하는 파라미터를 최적화 알고리즘을 통해 찾아낸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6자유도 결과를 도출한다. 이 과정을 통해 얻어낸 로봇과 충전구의 상대적인 6자유도 정보는 로봇 제어를 더 정밀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설명이다.
개발 과정에서 여러 기술적 난제도 있었다. 예컨대 주차된 차량 충전구가 로봇 비전의 인식 범위 밖에 있으면 충전을 시작할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CCTV와 같은 외부 카메라를 통해 차량의 주차 상태를 추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충전구 인식과 함께 딥러닝 네트워크를 통해 차량을 인식한 후 차량 자세를 계산하기 위해 주변 지형지물(차량 번호판, 주차선 등) 관계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운전자에게 충전이 가능한 주차 상태를 가이드하거나 로봇에게 충전구의 위치를 알려줄 수 있다.
충전 중 안전을 위해 장애물의 침입을 감지해 알람을 울리고 로봇의 동작을 제한하기 위한 ‘세이프티 폴’도 개발됐다. 세로로 세워진 세이프티 폴에 장착된 레이저 포토 센서를 이용해 감지 영역을 구축한다. 설치된 환경에 따라 감지 길이를 변경하면 주어진 환경에 최적화가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세이프티 폴은 ACR 이외에도 정해진 공간에서 사용하는 모든 로봇과 연동해 사용자 안전을 확보하는 기능에도 활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충전 로봇을 자율 주차 관제 시스템이나 이동형 레일과 결합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초고속 충전기는 설치비용이 비싼 만큼 다수 기기 설치가 쉽지 않지만 ACR을 이동형 레일에 적용한다면 초고속 충전기 1대로도 여러 위치의 전기차를 차례로 충전할 수 있다.
배성수 기자/도움말=현대자동차그룹 HMG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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