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부터 아기 울음소리까지…공사장 ‘소음 메들리’의 정체는?

개 짖는 소리, 아기 울음소리, 총 쏘는 소리…

반복해서 들으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소음들입니다.

그런데 이 소리들, 실제 주변에서 개가 짖거나 아기가 울어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음 메들리'입니다.

한 노동조합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공사업체들을 찾아가 공사 현장에서 시위를 벌인 것입니다.

■“우리 장비 써라”…안 쓰면 ‘개 짖는 소리’로 공사 방해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14일 해당 노동조합 간부 세 명을 구속했습니다.

공사에 필요한 장비는 업체가 자율적으로 입찰을 통해 선정할 수 있는데, 이 노조에 소속된 건설장비만 임대해 사용하도록 업체에 강요한 혐의입니다.

업체들이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해당 업체가 진행중인 공사장들을 찾아가 현장에서 집회를 한다며 ‘개 짖는 소리’ 같은 소음들을 스피커를 통해 반복적으로 내보냈습니다.

메들리는 밤낮없이 계속됐는데, 장례식에 쓰는 장송곡, 남성이 여성을 폭행하는 소리도 었습니다.

시위에서 나오는 소음을 견디지 못한 주민들은 민원을 제기했지만, 정작 집회를 주도한 이들은 ‘이어플러그’를 낀 채 차에 들어가 있었다고 합니다.

■ '장비 독점으로 15억 원 갈취…이런게 ‘노동자 권익 보호’?

공사를 위해 드나드는 차량 밑으로 들어가 진입을 막고 공사를 지연시키기도 했습니다.

업체들은 일정 내 공사를 마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노조 측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기존보다 수 백만 원 더 비싼 금액에 장비를 들여오는가 하면, 사용하지도 않은 장비 임대료를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갈취한 돈은 2020년 5월부터 지난 1월까지 약 15억 원.

해당 노조는 전국 공사현장을 지역별로 나눠 집회 전담 노조원을 따로 고용하고, 현장에 일당직 용역까지 동원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노조 측은 경찰 조사에서 이런 행위들이 ‘노동자 권익 보호’, ‘일자리 창출’을 위한 행위였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들이 보호하려고 했던 '권익'은, 도대체 누구의 권익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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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기자 (212@kbs.co.kr)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