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종교' '버닝썬' 날 선 풍자... 이제훈 "잘못 잊지 않고 기억해야"
파격 변장과 코미디 연기로 흥행 주도... "나도 몰랐던 모습 발견"
'천원짜리 변호사'(남궁민)와 만나는 아이디어도 직접 내
사내의 '직업'은 11개다. 영농후계자부터 무당까지. 배우 이제훈(39)은 SBS 드라마 '모범택시' 시즌2에서 에피소드마다 다르게 변장하고 연기한다. 종잡을 수 없는 그의 변신과 코믹 연기는 이 드라마의 백미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이제훈은 이런 배역을 연기하기 위해 지인이 충청도 사투리로 녹음해 준 대사 파일을 따로 받아 녹음기로 반복해 들으며 사투리를 통째로 외우고 팥과 칼 등이 무속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등을 따로 공부했다. '모범택시' 시즌2 종방 후 17일 서울 강남구 소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모범택시' 시리즈를 하면서 나도 몰랐던 모습을 발견해 촬영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모범택시'는 김도기(이제훈) 등 무지개운수 직원들이 택시를 타고 달려가 억울한 피해자들의 복수를 대신해 주는 내용의 인기 시리즈다. 15일 종방한 시즌2 마지막 회 시청률은 21%(닐슨코리아)로 올해 지상파와 케이블채널에서 방송된 미니시리즈 통틀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드라마 제작사는 이날 시즌3 제작을 발표했다. 시즌1보다 다양해진 캐릭터의 변주와 더 직설적으로 사회의 부조리를 다룬 게 시즌2의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시즌2에선 사이비 종교와 성매매와 연관된 클럽 내 마약 유통 등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등 사이비 종교 파문이 불거지고 입시 학원가까지 파고든 마약 사건으로 발칵 뒤집힌 현실과 맞물리면서 드라마는 많은 시청자를 TV 앞으로 불러 모았다. 이제훈은 "마약 문제 등 사회적으로 쟁점이 된 사건들을 들여다보면 계속해서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드라마를 통해 이런 부분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고 그 잘못과 상처를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배우로서 사명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블루해피니스'(2021)를 직접 연출했던 이제훈은 '모범택시' 시즌2 제작에도 적극 뛰어들었다. '천원짜리 변호사' 속 천지훈(남궁민)이 '모범택시' 시즌2에 나와 의료 사고 건을 다루는 에피소드는 그가 낸 아이디어. 이제훈은 남궁민 섭외도 직접 했다. 그는 "남궁민 선배가 신혼여행을 하고 온 직후 촬영을 했다"며 "신혼여행에서 드라마 대본을 외우게 한 것 같아 죄송했다"며 웃었다. 반듯한 겉모습과 달리 그는 엉뚱한 구석이 적지 않다. 이제훈은 화장실에서 CD플레이어를 벽걸이처럼 달아 음악을 듣는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극장에 간다는 그는 "극장에 갈 땐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해둔다"며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고 울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2005년 연극 '바다제비'로 데뷔한 이제훈은 흔들림 없이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지치지 않고 연기에 매진할 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집에서 드라마와 영화를 보는 게 가장 소중한 행복"이라며 "그렇게 작품을 볼 때마다 열정이 생기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고 답했다. '모범택시' 시즌2 운행을 마친 이제훈은 유해진과 영화 '모럴해저드' 촬영에 들어가고 이르면 올해 북한 병사를 연기한 '탈주'로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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