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0대부터 중년까지 한지붕 아래…‘은둔형 외톨이 가족’입니다[중년 은둔형 외톨이]
요코하마에 공동생활주택 등 시설 있어
동변상련 아픔 지닌 사람들 함께 거주
규칙적 생활하며 취업, 학업 등 재기 꿈꿔
[헤럴드경제(요코하마)=김빛나 기자] 일본의 항구도시 요코하마 이소고구(區)의 한 주택가. 주택들 사이로 갈색 지붕과 작은 마당이 있는 2층짜리 주택이 보인다. 평범한 가정집 같은 이 집의 현관문을 여니 대식구가 사는 집처럼 신발장에 신발이 가득 차 있다. 벽면엔 사람들의 일상이 담긴 사진 10여장이 붙어 있다. 거실과 계단 벽면엔 사람들이 웃고 있는 사진들로 공간이 없을 정도다. 이곳엔 ‘특별한 가족’이 살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 10명이 이 집에서 자립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10일 찾은 이 은둔형 외톨이 공동생활주택에는 10대 청소년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살고 있었다. 이소고구에는 은둔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한 공동생활주택이 이곳 말고도 여러 채 더 있다. 이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다른 공동생활주택에는 20대 3명, 30대 1명, 40대 1명이 거주한다.
집 2층에 올라가자 침대가 있는 방 4개가 나왔다. 작은 거실에서 구성원은 함께 빨래를 널고 있었다. 2층 침대 2개가 있는 큰 방에서 살고 있는 사토 다카시(20·가명) 씨는 잠시 휴식 중이었다.
앳된 얼굴에 왜소한 체격을 가진 사토 씨는 1년 전까지 등교를 거부하던 문제아였다. 학교에 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토 씨는 “2년 정도 은둔했는데 계속 집에 누워서 유튜브를 봤다”며 “지금은 공동생활을 하면서 많이 밝아졌다. 방과 후 학교돌보미로 일하고 있는데 불만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년 동안 공동생활주택에 살며 직업 체험을 통해 사회에 적응하는, 일종의 사회연습생처럼 살고 있다. 사토 씨는 “물론 일을 하기 싫거나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다”면서도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있다”고 했다.
화목한 분위기의 공동생활주택이지만 엄격한 규칙이 존재한다. 오후 10시 취침에 들어가 오전 7시에 기상해야 한다. 아침식사를 마친 후 오전 9시부터 직업 체험을 하거나 직업 수업, 학업을 이어가야 한다. 오후 3시에 자유시간이 있지만 저녁시간인 오후 6시 전에는 집에 와야 한다. 하루 일과가 나름 빡빡한 셈이다. 외출이나 외박을 할 경우 공동생활주택을 관리하는 직원에게 미리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은둔기간에 주로 불규칙적인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이를 규칙적인 생활로 바꾸기 위해서라고 한다.
한 집에 다양한 연령대가 모여 살지만 큰 불화는 없다. 10대 은둔 청소년과 40대 은둔 중년이 마치 가족처럼 지낸다. 이들이 서로 비슷한 경험을 많이 공유하기 때문이다.
공동생활주택을 관리하는 마사히데(36) 씨는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은둔하고 싶은 이유들이 있는데 여기서는 그 이유들이 공감받는다”며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 서로 친해지기도 쉽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일본에는 약 146만명의 은둔형 외톨이가 있다. 이들을 사회로 복귀시키기 위해 일본 단체들이 찾은 해법은 이 같은 공동생활이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아픔이 있는 사람들끼리 깊숙하게 연결되면 사회로 나갈 힘을 얻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고립된 은둔형 외톨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걸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생겼다. 살기 위해, 같이 살아보자는 것이다.
자립 프로그램에는 별도의 ‘졸업’도 없다. 공동생활을 포함해 프로그램 진행기간은 통상 6개월에서 1년이지만 원하는 경우 더 있을 수 있다.
30년 이상 자립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도 있다. 공동생활주택을 운영하는 일본의 사회적 기업 K2인터내셔날은 은둔형 외톨이들에게 거주지와 함께 요리사, 농부, 워킹홀리데이 등 다양한 직업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가나모리 가쓰오 K2 대표는 “단체가 학교나 병원이 아니니까 은둔형 외톨이를 고치거나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거주기간 제한도 없다”며 “은둔하는 자녀를 둔 부모나 의사를 통해 자립 프로그램을 알게 돼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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