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 취업 압박에 은둔한 한국 사람들, ‘스펙’될 수 있다 홍보했죠”[중년 은둔형 외톨이]

2023. 4. 1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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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사 설립했던 K2인터내셔날 인터뷰
등교 거부 학생 지원하다 은둔형 외톨이 확장
한국과 일본 모두 “경쟁 치열…좌절 청년 많아”
지난달 10일 일본 요코하마 이소고구에서 은둔형 외톨이 지원단체 K2인터내셔날 대표 가나모리 가쓰오 씨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요코하마=김빛나 기자

[헤럴드경제(요코하마)=김빛나 기자] “일본 사회에서는 중년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가 심각한 문제입니다. 극단적인 살인 사건도 발생하고 80대 노부모가 중년 은둔형 외톨이를 부양하는 80·50대 문제도 심각하죠. 일본 정부에서는 61만명 정도 추산하는데 더 많을 겁니다.”

은둔형 외톨이를 돕는 자립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K2인터내셔날 대표인 가나모리 가쓰오 씨는 한국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사회적 기업가다. 그는 한국에서 열리는 각종 포럼에도 활발히 참여하는 등 한국 은둔형 외톨이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30년 전 일본이 했던 실수를 한국이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1990년대 가나모리 씨가 요트회사 사회공헌(CSR)팀 직원이었던 당시 은둔형 외톨이는 일본 사회에서도 우선순위에 밀렸던 문제였다. 가나모리 씨는 “30년 전에는 이들에 대한 이해도 없었고, 해결하려는 의지도 부족했다”며 “그저 가족의 수치로만 여기는 사람이 많아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고 지적했다.

처음부터 자립 프로그램을 계획한 건 아니었다. 사회공헌팀에서 등교 거부 학생들과 요트여행을 기획하던 그는 새로운 일이 은둔·고립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가나모리 씨는 “5년 정도 은둔형 외톨이 친구들을 데리고 나가서 요트 항해를 해보니 성격이 많이 밝아졌다. 보람을 느꼈다”며 “30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K2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립 프로그램을 시작했던 1989년에는 10대들이 단체를 방문했지만 현재는 20·30대가 대부분이다.

가나모리 씨는 은둔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생활을 180도 바꾸는 일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낯선 환경에서 의지할 만한 사람을 만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새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환경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해외 취업도 10년 전부터 진행하고 있는데 일본 은둔형 외톨이가 한국이나 뉴질랜드로 가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은둔형 외톨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었던 건 일본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도 있다. K2에서 운용하는 프로그램의 재원 40%는 행정사업에서 충당한다. 절반은 부모 부담으로 이뤄지고 있고, 나머지 10%는 각종 기부금으로 마련한다. K2의 경우 일본 후생노동성 위탁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요코하마시(市)에서도 공동생활에 대한 지원금을 받는다. 가나모리 씨는 “16년 전에 일본 정부에서 처음으로 은둔형 외톨이 관련정책이 나왔다”며 “요코하마시도 정책에 우호적이라 생활지원금 등 여러 지원을 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를 계기로 다소 줄어든 감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0일 일본 요코하마 이소고구에서 야마모토 마사토 씨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 은둔형 외톨이 지원단체 설립에 도움을 주기도 했던 그는 “경쟁이 심한 한국에서는 은둔 극복 과정도 하나의 스펙이 될 수 있다고 일부러 홍보를 했다”고 말했다. 요코하마=김빛나 기자

K2는 2012년 한국에도 지사를 설립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 전이다. 당시 K2인터내셔날코리아를 설립하는 데에 기여한 야마모토 마사토 씨는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면이 많다고 생각했다. 야마모토 씨는 “한국도 일본도 삶의 어두운 면을 감추려 한다. 교육 문제도 비슷해 은둔형 외톨이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K2인터내셔날은 한국에서 10년 동안의 활동을 마친 후 2021년 활동을 종료했지만 유관단체와 계속 교류하고 있다.

다만 한국과 일본이 다른 점도 있다. 먼저 일본은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은둔형 외톨이가 많다. 일본은 노인이 상대적으로 연금을 많이 받아 중년이 될 때까지 부모에게 의지하는 외톨이가 많다. 반면 한국은 혼자 거주하는 청년이 많아 상대적으로 더 위험하다.

야마모토 씨는 “일본의 경우 가족 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 멀리 떨어져 사는 일이 중요하다”며 “꼭 해외처럼 먼 거리는 아니더라도 밖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은둔형 외톨이에 대해서는 “한국 외톨이들은 부모와 떨어져 있어 신뢰할 만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 사회에서 믿을 만한 사람을 찾기 어려워 극복하기 힘든 면도 있다”고 말했다.

학벌과 취업에 대한 압박이 쉽다는 점도 일본과 다르다. 야마모토 씨는 “한국 지사를 만들면서 느낀 건 한국 사람들이 취업에 대한 걱정이 많다. 그래서 ‘은둔 코스’라는 이름을 붙였다”며 “은둔했던 과거와 과거를 극복하는 모습이 하나의 스펙이 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스펙을 쌓게 해주겠다는 말로 은둔한 사람들을 밖으로 나오게 하려 했다”고 말했다.

단체 관계자들은 한국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가나모리 씨는 “일본에서는 처음에는 중학생 문제였지만 이제는 전 세대 문제가 됐다”며 “누구나 은둔할 수 있지만 과거 일본은 심각하게 대책을 마련하지 안 했다. 그동안 일본 사회가 놓쳤던 외톨이들, 어떻게 보면 잘 살 수 있는 사람들인데도 말이다”고 말했다.

[연중 기획] 은둔형 외톨이 기획 시리즈
1편 : "외환위기 때 시작된 은둔…어느덧 47살까지 덮쳤다" 〈2022.12.31〉
'통계조차 없다'…중년 은둔형 외톨이, 국가 방치 속 증가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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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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