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대통령이 제동건 '양곡관리법' 쌀 시장 교란 우려속 폐기수순

2023. 4. 1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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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습니다.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처음입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앞서 지난달 2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지난 13일에는 개정안 재의 건이 다시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졌지만 부결되면서 논란만 일으킨 채 사실상 폐기됐습니다. 이에 민주당은 "향후 농민단체·농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대체 입법을 어떻게 마련할지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4일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쌀값 정상화 대체 3법'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여기에는 쌀 생산비 보장제 도입과 목표 가격 및 변동직불금제 부활, 농산물 가격 안정제 도입 등이 담겼습니다.

Q. 양곡관리법 개정안 내용은.

A. 양곡관리법은 곡물의 수급 및 가격 조절을 통한 국민 식량 확보와 경제 안정을 목표로 1950년 제정된 뒤 여러 차례 수정돼왔습니다. 양곡은 미곡(米穀), 맥류(麥類),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곡류(穀類), 서류(薯類)뿐 아니라 이를 원료로 한 분쇄물이나 가루, 전분류 등을 의미합니다. 양곡관리법에 따라 양곡이 과잉 생산되면 정부는 이를 수매 및 시장격리할 수 있습니다.

최근 쌀값 폭락 현상이 지속되자 민주당은 지난해 8~9월 쌀값 안정과 농민 보호, 국가 식량안보 확립 취지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기존에 정부가 양곡의 초과 생산량을 재량껏 '매입할 수 있다'는 임의 조항에서 특정 조건하에 '전부 매입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으로 변경됐습니다. 특정 조건은 쌀 생산량이 평시보다 3~5% 이상 초과하거나 쌀값이 전년보다 5~8% 이상 하락했을 때를 의미합니다.

또한 개정안은 정부 수매금액을 '역공매 최저가'에서 '시장가'로 바꿨는데요. 기존의 역공매 최저가 방식은 정부가 예측한 쌀 시장가격보다 낮게 입찰한 농민들의 쌀을 최저가 순으로 매입해주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시장가격으로 남는 물량을 일괄적으로 사주면 정부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됩니다.

Q. 쌀값 하락이 어떤 상황이길래.

A. 쌀 소비량 감소폭이 생산량 둔화보다 훨씬 큽니다.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1992년 112.9㎏에서 지난해 56.7㎏으로 30년 동안 절반가량 감소했습니다. 쌀 생산 규모도 줄고 있지만 지난해에는 병충해나 태풍 등 큰 재해가 없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쌀 20㎏ 기준 산지 쌀값은 지난해 8월 4만2522원으로, 전년 수확기의 5만3535원과 비교해 20.6% 하락했습니다. 1977년 이후 45년 만의 최대 낙폭입니다.

농민들은 정부의 잘못된 시장격리 탓이라고 지적합니다. 정부가 지난해 2월, 6월, 7월 세 차례에 걸쳐 총 37만t의 쌀을 시장격리했지만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쌀값이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는 것이죠.

Q. 정부와 여당의 주장은.

A.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쌀값 하락을 보전해주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면서 "쌀의 시장가격 하락과 농가 소득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쌀을 초과 생산해도 정부가 다 사줄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시장 기능을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개정안이 계속해서 더 많은 쌀을 남게 만들 것이고 이를 사는 데 들어가는 혈세는 매년 증가해 2030년 1조4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Q. 정부의 대책은.

A. 정부와 여당은 올해 수확기 쌀값이80㎏기준 20만원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급 안정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농가 소득 안정과 벼 재배 농가의 타 작물 전환을 위해 농업직불금 예산을 내년에는 3조원, 2027년에는 5조원까지 늘리기로 했습니다. 농식품부는 지난 6일 쌀 중장기 수급 균형 방안을 발표했는데 올해부터 '전략작물직불제'를 도입해 콩, 가루쌀, 여름용 작물 재배를 확대하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이유림 경제경영연구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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