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CEO 특강] 성공하려면 약점 인정하고 도움 요청하라
솔직함에 매력 느끼는 사람들
낮은 자세에 호의적으로 변해
업무능력 뛰어난 여성 인재들
사회적 네트워크도 신경 쓰길
"강점은 자신을 타인에게 각인시키고, 약점은 자신을 타인에게 사랑받게 합니다. 숨기지 말고 잘 드러내면 사람들의 환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재경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Premier Blue)본부 대표는 최근 이화여대에서 진행된 매경 CEO특강에서 사회 생활에 관한 다양한 조언을 내놨다. 최근에 방영한 드라마의 대사를 언급하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많은 공감을 얻었다.
프리미어블루본부는 고액 자산가 대상 자산관리(웰스매니지먼트·WM) 사업을 하는 곳이다. 이 대표는 씨티은행, 삼성증권 등 국내 프라이빗뱅커(PB) 시장을 선도한 금융사에 몸담으며 스타 PB로 이름을 알렸다. 2021년부터 NH투자증권에서 고액 자산가 전담 조직을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약점이 때로는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직한 후 지점장 회의를 할 때면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며 "당시 술을 잘 못 마셨는데 이를 극복해가며 지점장들과 대작하는 등 낮은 자세로 다가가자 그들이 마음을 열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누구나 사회에서 통용되는 강점도 있고 약점도 있게 마련인데 약점은 숨긴다고 해서 감춰지지 않는다"며 "약점으로 인해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럴 때는 지원군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원군을 만드는 방법은 약점을 솔직히 드러내고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화여대 비서학과(현 국제사무학과·86학번)를 졸업했다. 1990년대 삼성 등 국내 대기업이 여성 대학 졸업생 대상 공개채용을 막 시작할 정도로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지 않은 때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삼성증권 첫 여성 지점장과 임원을 지내며 금융계에서 유리천장을 깬 인사로 꼽힌다. 이 대표는 "1990년대만 해도 이대 비서학과를 졸업하면 커피를 잘 타겠다는 소리를 들었던 시기"라며 "주변에 학연 등 여성 네트워크가 전무해 서울대 등 주요 대학 최고경영자 과정을 이수하며 나의 약점인 부족한 네트워크를 드러내고 도와달라고 해서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여성 중간관리자들이 사회적 네트워크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이 과장·차장급까지는 일을 잘하고 빨리 승진한다는 것은 나를 포함해 모두가 인정한다"며 "부장 직급의 중간관리자는 일만 잘해서는 안 되고, 상무 이상 고위관리자와 낮은 직급 직원들 간의 중간 에이전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여성들이 잘하기가 만만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직 내 낮은 연차에서는 여성들이 맡은 업무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인정도 받지만 사회적 관계 형성이 필요한 중간관리자 이상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여성들은 사회적 네트워크 확대를 또 다른 업무 혹은 사내 정치류로 생각하며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며 "상사이자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임원 입장에서는 자신이 그런 정보 탐색 역할을 해야 돼서 답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간관리자가 된 여성 직장인에게 점심식사는 가능하면 외부인 혹은 사내의 타 부서원과 하도록 요청한다"며 "중간관리자가 되면 회사나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는 쪽으로 영역을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여성이 증권업, 특히 PB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증권업은 여러 업종을 모두 분석하고 환율 등 거시경제 상황을 매일 알아야 한다"며 "숫자로 싸우는 곳으로 인정받기에 좋고 나이가 들어서도 도움이 돼 여성들이 강점을 가진 분야로 강력 추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에 따르면 여성들의 증권사 지원율은 최근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경제신문 읽기도 강조했다. 그는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부고란을 포함해 경제신문의 거의 모든 면을 매일 정독했다"고 말했다.
그는 "5년만 경제신문을 정독하면 나의 말투와 콘텐츠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사회생활을 하며) 40년을 읽었다고 하면 분야를 막론하고 사안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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