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수사"→"깊이 사과"...'돈봉투 의혹' 민주당, 왜 돌아섰나

오문영 기자 2023. 4. 1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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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불법 정치자금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번 일로 국민들에게 심려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당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당은 정확한 사실파악과 빠른 사태수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21년 전당대회 과정에서 송영길 전 대표 측 인사들이 의원들에게 불법 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검찰의 기획 수사라고 주장했던 사건 초기와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돈을 주고받은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드러나며 의혹이 확산되자 이대로 갈 경우 자칫 내년 총선에서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국면전환용"→"송영길 조기귀국 요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우리 당의 지난 전당대회와 관련해 불미스러운 의혹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당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송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며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이 대표는 "당은 정확한 사실 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겠다. 이를 위해 송영길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는 말씀도 드린다"며 "민주당은 확인된 사실관계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조치를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사건이 처음 불거진 당시와는 상반된 행보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검찰이 불법 자금 의혹과 관련해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자 '국면전환용 기획수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정보당국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 등 정부·여당의 난맥상을 수습하는 차원에서 검찰이 2년 전 사건을 꺼내 들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랬던 민주당이 태도를 바꾼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해당 의혹을 방치할 경우 자칫 초대형 악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관련 녹취록 등 직접적인 증거들이 드러난 점이 우려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이번 사건은 당대표 개인에 대한 수사와 다르게 민주당에 대한 인식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왼쪽), 이성만 의원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5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사실상 사과뿐?…"실효성 없다" 자체 진상조사는 않기로
한편 민주당은 돈봉투 의혹과 관련한 당내 조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민주당은 수사권이 없어 제대로 된 조사를 진행하기 어렵겠다고 판단했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와의 형평성 문제를 의식한 것이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내부 진상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불법 자금 의혹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는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 규모도 규모고 사건 성격상 수사권이 반드시 필요한 내용으로 보여진다"며 "수사권이 부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효성 있는 결과를 내놓기가 어렵지 않겠냐는 게 중론"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은 "민주당에서 내놓은 입장은 사실상 사과뿐"이라며 "(진상조사를 진행하면) 이 대표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하지 않았냐는 비판을 당연히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9월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송영길 상임고문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뉴스1

당내에서는 당 차원의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17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단호하고 가차 없이 내부 척결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실제로 실행을 해야 한다"며 "내부든 외부든, 검찰 수사기관보다도 더 실력 있는 분들로 채워서 성역 없이 전반적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벌어져서 국민들이 민주당을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며 "특히 당내 선거와 관련된 문제라서 우리 당에서도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거나 아니면 당 윤리심판위원회에서 철저히 조사해서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게끔 해야 하지 않느냐는 게 대체적 여론인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캠프 인사들이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불법 자금을 살포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민주당 의원 10여명을 포함한 정·재계 인사 40여명에게 총 9400만원의 불법 자금을 돈 봉투에 넣어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파리=뉴스1) 이준성 기자 = 13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의 정치학 중심 명문 그랑제콜인 파리정치대학(Sciences-po?시앙스포)에서 열린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한국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유사성’ 특강에서 송 전 대표가 참석한 학생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이 날 강연에서 한국?우크라이나 전쟁 유사성 분석과 더불어 국제정치와 외교, 지구 환경과 에너지, 4차 산업혁명과 지속 가능한 개발, 기후 위기 등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하며 강연을 펼쳤다. 송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부터 프랑스 그랑제콜인 파리경영대학원(ESCP)의 방문 연구교수로 현재 파리에 체류중이며 오는 7월 임기를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다. 2023.4.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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