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수사"→"깊이 사과"...'돈봉투 의혹' 민주당, 왜 돌아섰나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21년 전당대회 과정에서 송영길 전 대표 측 인사들이 의원들에게 불법 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검찰의 기획 수사라고 주장했던 사건 초기와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돈을 주고받은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드러나며 의혹이 확산되자 이대로 갈 경우 자칫 내년 총선에서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송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며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이 대표는 "당은 정확한 사실 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겠다. 이를 위해 송영길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는 말씀도 드린다"며 "민주당은 확인된 사실관계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조치를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사건이 처음 불거진 당시와는 상반된 행보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검찰이 불법 자금 의혹과 관련해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자 '국면전환용 기획수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정보당국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 등 정부·여당의 난맥상을 수습하는 차원에서 검찰이 2년 전 사건을 꺼내 들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랬던 민주당이 태도를 바꾼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해당 의혹을 방치할 경우 자칫 초대형 악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관련 녹취록 등 직접적인 증거들이 드러난 점이 우려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이번 사건은 당대표 개인에 대한 수사와 다르게 민주당에 대한 인식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불법 자금 의혹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는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 규모도 규모고 사건 성격상 수사권이 반드시 필요한 내용으로 보여진다"며 "수사권이 부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효성 있는 결과를 내놓기가 어렵지 않겠냐는 게 중론"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은 "민주당에서 내놓은 입장은 사실상 사과뿐"이라며 "(진상조사를 진행하면) 이 대표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하지 않았냐는 비판을 당연히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당 차원의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17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단호하고 가차 없이 내부 척결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실제로 실행을 해야 한다"며 "내부든 외부든, 검찰 수사기관보다도 더 실력 있는 분들로 채워서 성역 없이 전반적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벌어져서 국민들이 민주당을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며 "특히 당내 선거와 관련된 문제라서 우리 당에서도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거나 아니면 당 윤리심판위원회에서 철저히 조사해서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게끔 해야 하지 않느냐는 게 대체적 여론인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캠프 인사들이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불법 자금을 살포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민주당 의원 10여명을 포함한 정·재계 인사 40여명에게 총 9400만원의 불법 자금을 돈 봉투에 넣어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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