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뒷돈 상장’ 의혹 뒤에…불투명한 가상통화 상장 절차 있었다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 관계자들이 가상통화 상장을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국내 2, 3위 가상통화 거래소에서 상장 관련 비리가 발견되면서 가상통화 거래소의 상장 절차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7일 코인원에서 상장을 담당했던 전모씨를 구속기소 했다. 같은 업무를 담당했던 김모씨도 지난 10일 구속됐다. 이들은 가상통화를 상장 시켜주는 대가로 브로커들에게 수십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데,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계기가 된 ‘퓨리에버코인’도 이들이 상장해준 가상통화로 의심되고 있다. 검찰은 이상준 빗썸홀딩스 대표의 집과 사무실을 지난달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 대표도 가상통화 상장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통화 거래소들은 이번 사건이 개인적인 일탈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가상통화의 불투명한 상장 절차와 기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가상통화 상장은 각 거래소의 자율 규제에 맡겨져 있으며, 각 거래소들은 상장 기준에 대해서는 비공개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강성후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 회장은 “가상통화는 상장에는 주식시장과 같은 규제가 없다”며 “가상통화 거래소들은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혼란만 계속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회장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가상통화 법안도 시세조종 등 불공정행위 규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상장에 대한 내용은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달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가칭)’을 논의했지만,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사항에 중점을 뒀다. 최근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로 구성된 닥사(DAXA)가 ‘거래지원심사 공통 가이드라인(상장심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이는 강제력이 있는 규제는 아니다.
김형중 호서대 디지털기술경영학과 석좌교수는 “상장 기준을 공개할 경우 가상통화 발행사들이 최저 기준만 맞추려고 하면서 가상통화 시장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며 가상통화 상장 기준을 만들거나 공개하는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도 “상장 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는 있다”며 “각 거래소가 금융정보분석원(FIU) 등에 몇 건의 상장 의뢰를 받았고 몇 건을 통과시켰는지만 공개해도 시장이 투명해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통화 상장 절차와 관련해 ‘상장피’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상장피는 가상통화 발행사가 거래소에 지급하는 금액이다. 상장이 확정된 후에 기술지원비, 또는 운영비 명목으로 비용을 받는 코인원과 고팍스 외에 다른 대형 거래소들은 상장피를 받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상통화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거래소들이 거래지원 혹은 마케팅비 명목으로 상장피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소위 ‘브로커’로 불리는 한 상장 대행업체 대표는 “거래소들이 상장피 안 받는다고 하지만 ‘기술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비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화마켓인지 코인마켓인지, 국내 거래소인지 해외거래소인지에 따라 금액이 천차만별”이라며 “많게는 수십억의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김형중 교수는 “거래소들은 안 받는다고 하지만 발행사들은 다들 상장피를 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가상통화 상장에는 거래소로서도 비용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상장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음성적으로 운영되던 상장피도 주식 사장 비용처럼 양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후 회장도 “상장피 액수를 미리 정해두고 받으면 소위 말하는 브로커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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