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 이어 '사립대'도 줄줄이 등록금 인상..경성대는 '철회'

유효송 기자 2023. 4. 17. 16: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제공=대학교육연구소

경성·아주대학교 등이 올해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인상을 결정했지만 결국 동결로 마무리지었다. 정부의 등록금 억제 기조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4년제 대학들이 잇따라 등록금을 올리면서 고물가 압박과 재정위기 우려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17일 민간 대학 분야 연구기관인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가 2023학년도 국·공·사립 4년제 대학 193개교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40%가량에 해당되는 80여개교가 등록금을 올렸다.

사립대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선 학부 등록금 인상 필요성이 제기됐다. 대교연에 따르면 동아대와 세한대는 전년과 비교해 각각 3.95%, 4.04%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호남신학대와 인천가톨릭대 등도 전년 대비 1~2% 올린 등록금을 확정지었다.

등심위에서 인상을 결정했지만 경성대처럼 총장과 이사회에서 이를 번복해 동결을 택한 경우도 있다. 경성대 관계자는 "등심위에서 등록금 인상을 고려했던 것은 맞다"면서도 "총장 직권으로 지난해와 같이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아주대 관계자도 "등심위에서는 조건부 인상을 결정했지만 이사회 등 추후 절차를 거치며 결국 동결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교육부가 "정책 기조에 동참 않고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는 유감을 표한다"며 사실상 등록금 동결을 독려한 분위기에 맞췄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등록금 인상을 억제할 추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기에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국가장학금을 포기하고 등록금 인상을 선택하는 대학들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교육대학들은 학부 등록금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경인교대·광주교대·대구교대·부산교대·전주교대·진주교대·청주교대·춘천교대 등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등록금을 올렸다. 전년 대비 인상폭은 3.9~4.04% 수준이다. 현행법상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법정 상한선인 4.05% 밑으로 결정된 것이다.

이들 대학은 등록금을 올리는 대신 국고로 마련되는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금'을 포기했다. 정부는 2012년부터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만 정부가 '국가장학금Ⅱ 유형 지원금'을 주고 있다. 올해 관련 예산 규모는 지난해와 같은 3800억원으로, 각 대학별로 규모에 따라 2억~30억원 안팎을 지원받는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며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는 법정 상한선이 지난해 1.65%에서 올해 4.05%로 크게 높아지자 등록금 인상으로 얻는 이익이 정부 장학금보다 크다고 판단해 재정을 확보하는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다.

학부 등록금은 동결하는 대신 대학원이나 정원 외 외국인 대상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69개교(35.7%)였다. 대학원 등록금만 인상한 대학은 강남대·부산대·부산장신대 등 46개교이고, 정원 외 외국인 대상 등록금만 인상한 대학은 가천대·홍익대 등 7개교다. 대학원과 정원 외 외국인 대상 등록금을 모두 올린 대학은 가톨릭대 등 16개교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와 15년간의 등록금 동결로 힘든 상황에서 고물가까지 겹쳐 대학 재정위기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교육계 안팎에서 나온다. 앞서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지난 1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대학총장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4년제 대학 10곳 중 4곳(39.5%)이 '등록금 인상 검토'에 대해 '내년쯤 계획이 있다'고 답한 바 있다.

학생들의 반발도 심상치 않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생들은 물가 인상에 따른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지만 대학은 등록금을 올리고 있다"며 "정부는 대학생 등록금 부담을 완화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은희 대교연 연구위원은 "절반에 가까운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했다는 것은 대학 재정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대학 재정 위기에 대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대교연 조사에선 등록금 부실 심의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서면 심의(5개교)를 포함해 전체 84.5%인 163개교가 등록금 심의를 안건으로 하는 회의를 단 한 차례만 열었다. 등록금 인상은 충분한 논의 없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이 중 5개교는 단 한 차례로 회의를 열지 않고 서면 심의로 등록금을 결정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