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외교장관 회담, 미국 ‘기밀유출 파문’ 외교 시험대되나

최서은 기자 2023. 4. 1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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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의 한 호텔에서 열린 G7 외교장관 회담의 첫 번째 세션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있다. AP연합뉴스

최근 유출된 기밀 문건으로 미국이 동맹국들을 도청했다는 파장이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담이 이번 사태로 미국과 동맹국들의 신뢰가 훼손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중요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AP통신은 16일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서 열리는 G7 외교장관 회담이 문건 유출 사태 이후 미국이 처음으로 참여하는 다자 외교라는 점에서 동맹들이 미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G7 외교장관 회담은 이번 기밀 유출로 인해 미국과 동맹의 신뢰가 훼손될 정도인지, 아니면 지난 10년 간 기밀 유출로 수차례 곤욕을 치렀던 미국이 또다시 비슷한 사건으로 당혹스러운 상황을 겪는 정도인지 판가름 나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몇 달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유출되기 시작한 미 국방부 기밀 문건에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1급 기밀(TOP SECRET)’ 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영국, 호주, 이집트, 이스라엘, 일본 등 동맹국을 상대로 도청과 정보수집 활동을 벌인 것으로 보이는 정보들이 담겼다. 미 법무부는 지난 13일 국방부의 기밀문서를 유출한 혐의로 공군 주방위군 소속 일병 잭 테세이라(21)를 체포했다.

AP통신은 “테세이라가 온라인 채팅 플랫폼에 올린 것으로 알려진 기밀 문서에 대해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진짜인지 인증하진 않았다”면서도 “대체로 진짜처럼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번 유출 사태를 투고 표면적으로는 동맹국들로부터 노골적인 반발이 일진 않았지만, 외교무대 막후에선 적잖은 마찰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어왔다.

G7 회담에 참석하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앞서 1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일본으로 향하면서 동맹국들로부터 어떤 염려의 목소리도 들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내 반복되는 기밀 유출로 인해 미국이 신뢰할 만한 동맹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취지의 질문에 “유출 발생 이후 동맹 및 파트너들과 고위급에서 접촉하고 있다”며 “정보 보호 및 안보 파트너십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나눈 대화에 따르면 동맹 및 파트너와의 협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떤 것도 듣지 못했다”며 “우리가 취한 조치를 평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기밀 유출은) 우리의 협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조사가 진행 중이며, 현재 용의자가 구금돼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정보를 더욱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건 유출로 드러난 내용과 이 정보가 하급 군인에 의해 유출됐다는 사실은 G7 회담 내내 언급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블링컨 장관의 발언은 다분히 자신의 희망 사항이 될 수 있다면서, 특히 지금 거의 매일 새로운 폭로가 계속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2010년 위키리크스의 폭로로 미국의 기밀 문건이 대거 공개됐을 때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은 우방국들에 사과해야 했다고 짚었다.

당시 클린턴 장관은 아르헨티나와 이스라엘, 이탈리아 등 여러 우방국에 자국의 입장을 설명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부닥쳤다. 이를 두고 클린턴 장관이 ‘사과 투어’를 떠나야만 했다는 발언이 담긴 이메일도 2016년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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