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CEO 연임 ‘참호 구축’ 비판 교수, 차기대표 선출 절차 관여한다
TF에 ‘친여 성향’ 국민연금·현대차 추천 인사들 포함
여권의 KT 최고경영자(CEO) 인선 관여의 시발점이 된 신년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직격한 인사가 17일 출범한 KT 차기 대표 선출 절차를 정비할 ‘뉴 거버넌스 구축 태스크포스(TF)’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외부인사가 중심이 된 TF에는 공기업 문제와 지배구조 현안에 정통한 국내외 학계·관계 출신 인사 5명이 참여한다. 여기에 해당 인사 등이 참여한 것이어서 공정한 대표 선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KT와 금융지주회사 등 주인 없는 회사의 CEO 선임 절차를 문제 삼았다. 윤 대통령은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적어도 그 절차와 방식이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 대표 선임을 앞둔 KT 등을 직격한 셈이다.
당일 보고 자리에는 이번 TF에 포함된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가 참석해 “KT, 금융지주회사 등 소유분산기업은 현직 CEO의 임기 만료가 다가올 때마다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는 지배구조 문제의 핵심인 ‘현직 CEO의 참호 구축’ 문제가 아직 해결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에 윤 대통령도 조 교수의 말에 적극 공감한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만 해도 KT에서는 구현모 당시 대표의 연임이 유력시되고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여권이 연임 절차를 “밀실 담합”이라고 비판했고, 차기 대표 공모 절차를 원점으로 돌려 ‘공개경쟁 방식’으로 다시 후보를 뽑기로 했다. 그러나 여권의 냉담한 반응이 가라앉지 않자 구 전 대표는 지난 2월23일 스스로 대표 레이스를 포기했다. 이후 KT 내부 출신인 윤경림 사장이 대표 후보로 지명됐지만 그 역시도 “그들만의 리그”라는 여권의 외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자진 사퇴했다.
TF 외부위원에는 조 교수 외에 김준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한국공기업학회 회장), 선우석호 홍익대 명예교수(전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주형환 세종대 석좌교수(박근혜 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앨리시아 오가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조교수(유럽기업지배구조연구소 정회원)가 임명됐다. KT 내부에서는 안상돈 법무실장과 김영진 재무실장이 법무 검토와 주주 의견 수렴·소통을 위해 TF에 참여한다.
앞서 KT는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자사 주식 보유 지분율 1% 이상의 국내외 주요 주주들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전문가 추천 절차를 진행해 7개 주주로부터 총 9명의 후보를 추천받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TF에 임명된 외부인사 중에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2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천한 인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과 현대차는 내부인사 위주로 진행됐던 KT 대표 선출 절차에 반기를 든 세력이다.
이번 주부터 활동을 벌이는 뉴 거버넌스 구축 TF는 지배구조 개선안 도출을 지원할 외부 전문기관 선정을 시작으로 향후 사외이사·대표이사 선임 절차와 이사회 역할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KT 이사회는 “TF에서 마련되는 선진 지배구조 체계 하에서 신규 사외이사 선임을 완료하고 이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대표 선임을 조속히 마무리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KT는 ‘경영 공백’ 장기화로 인한 협력사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필수시설 구축 공사 담당 업체들과 소통에 나섰다. KT는 이날 부산시 동구 소재 부산·경남고객본부를 시작으로 오는 21일까지 닷새간 204개 협력사들과 릴레이 간담회를 연다. 이번 간담회에는 외부통신시설(OSP) 분야 133개 업체와 무선·전송·전원분야 71개 업체가 참여한다.
KT에서는 OSP 공사 발주업무 담당 임원과 무선·전송·전원 발주업무 담당 임원이 나온다. KT 네트워크전략본부장 권혜진 상무는 “본격적인 통신 관련 공사가 4월부터 재개됐으며 연초 계획된 유무선 투자 사업들을 빠르게 추진할 계획”이라며 “필수 공사 투자는 안정적 네트워크 운용을 강화한 전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집행해 원활한 통신 서비스 제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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