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시험 ‘황당 오타’ 복수정답 여부 곧 발표…8년간 오류 23건

지난 8일 9급 공무원 시험 한국사 문항서
‘응진전→웅진전’ 오타로 문제 오류 논란
2015~2022년 총 23건 문제 오류
“반복적 오류 우려…TF 구성해 출제, 검토 과정 살펴야”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이 치러진 8일 서울 서초구의 한 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인사혁신처가 지난 8일 치러진 9급 공채 한국사 시험 문제 오류와 복수 정답 여부를 17일 오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지난 8년간 치러진 공무원 시험에서 총 23건의 문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15만~20만명 수준의 수험생이 응시하는 국가적 규모의 시험에 문제 오류가 끊이지 않은 것을 두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인사혁신처가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8년간 공무원시험(국가직·지방직) 정답정정(오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 간 총 1379개 문항에 이의제기가 들어왔고 이중 23개의 문항이 정답 없음, 복수 정답, 정답 변경 처리됐다.

연도별로는 ▷2015년 4건 ▷2016년 4건 ▷2017년 3건 ▷2018년 4건 ▷2019년 1건 ▷2020년 2건 ▷2021년 3건 ▷2022년 2건 등이다.

반복되는 문제 오류 패턴도 있었다. 법령 해석에 관련한 문제에서 법 개정 사항이나 판례를 반영하지 않아 오류가 발생한 경우다. 2018년 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 공직선거법 12번 문항의 경우 관련 문항에서 시험일(2018년 4월 7일) 이전인 2018년 4월 6일 개정·시행된 공직선거법을 반영하지 않아 복수 정답 처리 됐다.

2016년 국가직 7급 필기시험의 공직선거법 문항도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을 반영하지 않아 복수 정답으로 인정됐다. 이 같은 사례는 2015년 지방직 7급 필기시험 지방자치론, 2018년 지방직 9급 필기시험 행정학개론, 2018년 일반승진시험 형사소송법 등 다양한 시험 과목에서 반복됐다.

지난 8일 실시된 국가직 9급 공무원 한국사 시험 8번 문항. 출제 의도 상 정답은 2번 선택지이지만, 1번 선택지가 응진전을 '웅진전'으로 잘못 쓰면서 1번 또한 옳지 않은 선택지로 볼 수 있다는 이의가 제기됐다. [연합]

오답 1개에 희비가 엇갈리는 치열한 공무원 시험에서 문제 오류가 빈발하는 것을 해결할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 2017년 치러진 ‘서울시 지방공무원 공개경쟁 임용 추가 시험’ 문제 오류를 두고는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응시생 A씨가 한국사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고, 정답 없음 처리될 경우 본인 점수도 합격선을 넘는다고 주장하며 불합격 처분 취소 소송을 낸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고 이에 따라 2년 뒤인 2019년 98명에게 추가 합격을, 364명에게 추가 면접 기회를 부여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완벽을 기해야 할 공무원 시험 문제에 끊임없이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은 주목해야 하는 문제”라며 “반복되는 오류가 출제 시스템의 문제인지, 검증 시스템의 문제인지 확인하고 개선점을 마련하기 위해 TF(태스크 포스)를 꾸려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사혁신처는 17일 오후 6시 9급 공무원 시험 한국사 8번 문항에 대한 복수 정답 인정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고려시대 문화유산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을 고르는 문항에서 본래 정답인 2번 선택지 외에, 1번 선택지에 ‘응진전’을 ‘웅진전’으로 잘못 적은 선택지 또한 정답이 될 수 있다는 이의가 다수 제기됐다.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