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만나려 줄서는 정상들…유럽·남미·아프리카서 줄줄이 방중

이종섭 기자 2023. 4. 1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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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지난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양국간 협정 서명식을 가진 뒤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3기 들어 중국이 전방위적인 외교전을 통해 미국의 포위망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한달 새 중국을 방문한 정상급 인사만 모두 7명에 달한다.

중국 외교부는 알리 봉고 온딤바 가봉 대통령이 시 주석 초청으로 18일부터 21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17일 밝혔다. 룰라 대통령이 시 주석과 회담을 한 후 중국을 떠난지 불과 사흘만이다.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그의 방중에 대해 “가봉은 중부 아프리카의 중요 국가로 봉고 온딤바 대통령은 시 주석이 국가주석에 재선된 후 처음 맞이하는 아프리카 국가 원수”라고 소개했다. 이어 시 주석은 봉고 온딤바 대통령을 위한 환영식과 환영 연회를 가질 예정이며 양국 정상이 회담을 갖고 양측 협력 문서 서명식에도 참석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7일에는 마크롱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 주석과 두 차례 걸친 공식·비공식 회담을 했다. 시 주석이 지난달 31일 보아오포럼 참석차 중국을 찾은 스페인·싱가포르·말레이시아 총리와 연쇄 정상회담을 했고, 마크롱 대통령 방문 때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동행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한 달새 중국을 방문한 해외 정상급 인사만 7명이나 된다. 지난달 국가주석 3연임 확정 직후 러시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시 주석이 이번에는 아시아와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 각 대륙 지도자들을 고루 안방으로 불러들여 숨가쁜 정상 외교를 펴고 있는 것이다.

시 주석 집권 3기 외교수장을 맡은 친강(秦剛)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친 부장은 지난 13일 우즈베키시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인접국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직후 안나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을 초청해 회담 한 데 이어 16일부터는 프란시스코 카를로스 부시티요 보나소 우르과이 외교장관을 4박5일 일정으로 중국에 초청했다. 또 리상푸(李尙福) 중국 국방부장 겸 국무위원은 지난 16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면담하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만나 군사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시 주석 집권 3기가 시작된 이후 이뤄지고 있는 이같은 전방위적인 외교전의 가장 큰 배경에는 계속해서 격화되는 미·중 갈등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전방위적인 공세 속에서 지난 3년간의 국경 폐쇄로 좁아졌던 외교적 입지를 넓히고 수세적 입장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치열한 외교전에 반영돼 있다. 시 주석 집권 3기가 본격화된 이후 중국 외교는 러시아 등 전통적 우방을 적극적으로 끌어 안고 브라질을 비롯한 신흥경제국 및 개발도상국 간 협력을 강화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미 동맹에 균열을 내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런 전략 속에 이뤄지는 시 주석의 적극적인 정상 외교는 일정 부분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방문한 리상푸 국방부장을 직접 만나 지난달 시 주석의 방러와 양국 정상회담 성과를 언급하면서 양국 간 밀월을 과시했다. 또 마크롱 대통령은 방중을 마친 후 잇따라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며 미국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고, 룰라 대통령도 탈달러화를 주장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부추기지 말라”면서 미국에 각을 세웠다.

미 CNN방송은 “세계 지도자들이 시 주석을 만나기 위해 줄을 서 있고 중국은 이례적인 속도의 외교 활동을 펴고 있다”면서 각국 정상의 방중이 시 주석에게는 미국의 규칙에 의해 지배되지 않는 세계 질서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역설할 기회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밍장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는 “(중국 지도자들은) 중국이 전략적 계획을 세울 때라고 믿고 있으며 잠재적으로 얻고자 하는 결과는 미국의 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안정시키고 신흥경제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중국의 분투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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