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CCTV 동원해 히랍 미착용 적발·사업장 영업 정지
이란이 폐쇄회로(CC)TV 등 감시도구를 활용해 히잡을 미착용한 여성을 적발하는 식으로 히잡 강제 정책을 강화했다.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을 손님으로 받은 사업장은 영업이 정지됐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란 경찰은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 손님을 받은 업소 150여곳을 적발했다고 국영 IRNA통신에 밝혔다. 사이드 몬타제롤마흐디 경찰청 대변인은 히잡 착용 의무를 위반한 식당·상점 등 155개 업소를 24시간 영업 정지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여성 손님이 히잡을 쓰지 않았을 경우 이를 지적하고 법을 지키라고 안내해야 한다고 업주들에게 강조했다.
이 같은 단속은 이란 당국이 ‘스마트 감시 카메라’를 이용해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을 적발할 것이라고 경고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앞서 지난 15일 이란 경찰청은 카메라를 곳곳에 설치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히잡을 미착용한 여성이 적발되면 우선 경고를 받은 다음 혐의가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운전하는 경우 차주에게 단속 문자 메시지가 발송되며, 반복적으로 적발될 경우 차량을 압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로를 비롯한 장소에 카메라가 추가적으로 설치됐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몬타제롤마흐디 대변인은 16일 “지난 24시간 동안 히잡을 벗은 여성이 차에 탄 사례가 수백건이 보고됐으며, 차주에게 단속 관련 문자 메시지를 전송했다”고 밝혔다. 식당과 상점 외에도 약 3500개 사업체에 히잡 착용법 준수를 경고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중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 의문사로 촉발된 ‘히잡 시위’ 이후 이란 당국은 히잡 착용 단속을 예전처럼 엄격히 시행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에 따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여성이 늘어나자 최근 다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히잡법에 대한 반항은 시위 발생 이후 당국이 억누르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졌다. 수천명의 이란 여성들이 이제 히잡을 쓰지 않고 거리를 걷고 있다. 1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광경”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이어 “이번 정책은 히잡을 거부하는 이란 여성들이 늘어나고, 이슬람 지도부와 대중 사이 간극이 넓어지는 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일각에선 과도한 통제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전국적인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현재가지 시위 참가자 500여명이 살해당했고, 2만명 이상이 구금됐다고 WP는 인권활동가통신(HRANA)을 인용해 보도했다. 모든 여성이 의무적으로 히잡을 써야 하는 나라는 탈레반이 통치하는 아프가니스탄을 제외하면 이란이 유일하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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