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애자가 걸리면…" 의사의 경고, 엠폭스 지역사회 확산 우려
코로나19가 종식되기도 전에 또 다른 감염병이 국내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엠폭스'(MPOX·원숭이두창)라는 법정 2급 감염병인데, 오늘(17일) 하루 만에 엠폭스 환자가 3명 더 발생하면서 국내에선 총 13명으로 늘었다. 6번째 발생자부터는 모두 3주 이내 해외여행 이력이 없어 국내에서 감염된 사례로 보고된다. 엠폭스의 감염 통로는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엠폭스는 감염된 사람·동물의 체액이나 피부·점막 병변(발진·딱지 등)에 주변 사람이 '직접' 접촉할 때 잘 전파된다. 감염자와의 성관계나 피부 접촉 시 감염 위험이 가장 크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특히 엠폭스는 성 접촉을 통해 가장 널리 전파된다"며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의 엠폭스 발병 현황을 보면 남성 동성애자 그룹에서 유행하는 게 특징으로, 남성의 정액 같은 체액을 통한 감염이 주된 감염 경로로 보인다"고 밝혔다.
엠폭스는 1958년 코펜하겐 국립혈청연구소가 사육 원숭이에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Monkeypox virus)를 처음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1970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첫 인간 감염 사례가 나온 이후 중앙·서부 아프리카의 농촌 열대우림지역에서 주로 발생했다. 엠폭스 감염의 대다수 사례는 콩고민주공화국과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며, 두창(천연두)과 비슷하지만 중증도는 이보다 낮다.
지난해 5월 이후 엠폭스 비(非)풍토국인 유럽·북미를 중심으로 유행해 감염사례와 발생지역이 확대됐고, 우리나라에선 지난해 6월 첫 확진 사례가 보고됐다.
엄 교수는 엠폭스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남성 성소수자에 대한 감염 확산 방지 전략을 정부가 어떻게 세우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엄 교수는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낙인 효과 때문에 정부가 감염 경로에 대한 정확하고 구체적인 표현을 자제하고 있지만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정보 전달은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이어 "양성애자가 엠폭스에 감염될 경우 감염 확산세는 지금보다 더 위험해질 것"이라며 "성소수자 관련 시민단체·커뮤니티 등을 통해 엠폭스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엠폭스 예방법으로는 ▶익명의 사람과 밀접 접촉(피부·성접촉) 삼가하기 ▶피부병변을 긴팔 옷 등으로 감싸 다른 사람들과 직접 접촉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하기 ▶유증상기(피부발진·궤양, 림프절병증, 발열 등)에 다른 사람들과의 밀접 접촉(피부·성접촉) 삼가기 ▶손 씻기 준수 등이 꼽힌다.
엄 교수는 "통상적으로 성소수자 같은 성적 취향을 갖고 있지 않다면 일반적인 생활에서 엠폭스를 예방하기 위해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려 하는 것보다는 코로나19·인플루엔자·RSV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수칙, 즉 마스크 착용, 손 씻기, 기침 예절을 철저히 실천하는 게 낫다"며 "그중 손 씻기는 엠폭스도 함께 예방하는 데 도움 된다"고 언급했다.
엠폭스는 호흡기 분비물 접촉으로도 감염될 수는 있지만, 침방울 전파로 인한 감염 위험은 호흡기 감염병(코로나19 등)보다 낮다. 신원이 불분명하거나 엠폭스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과 성관계, 키스 등 강도 높은 신체 접촉은 삼가고, 침구류를 함께 쓰는 것도 피한다. 피부 진물이 묻은 침구류에 접촉하면 감염될 수 있어서다. 엄 교수는 "콘돔 착용은 착용하지 않는 것보다는 안전하지만 피부 접촉으로 인한 엠폭스까지 다 막을 수는 없다"며 "최근 3주 이내 강도 높은 신체 접촉을 한 사람 가운데 감기 증상과 피부 발진이 1~4일가량 이어졌다면 병원에서 정확하게 진단받기를 권장한다"고 언급했다.
엠폭스에 감염된 경우, 대부분 경미하게 증상이 나타나고 2~4주 후 완치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대부분 대증적인 증상 완화 치료만으로도 충분하다. 다만 면역저하자·소아·임산부·수유부·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서 드물게 중증(출혈, 패혈증, 뇌염, 융합된 병변 등)으로 진행하거나, 합병증(2차 세균감염, 심한 위염, 설사, 탈수, 기관지폐렴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폐렴 같은 합병증이나 뇌(뇌염) 또는 눈에 감염이 일어난 경우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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