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부족에 서민 증세? 근로장려금·월세공제 성과 따진다

권경성 2023. 4. 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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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도래 조세 감면과 묶어 평가
"내수 살리려면 저소득층 지원을"
정부가 내수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지난달 29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근로장려금과 월세 세액공제 같은 저소득층 소득 지원 세제의 효과 여부를 정부가 따져 보기로 했다. 표면적으로 애초 공언한 지출 구조조정 일환이지만, 결손 위기 논란까지 불거진 연초 세수 부족 형편이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무리 궁색해도 사실상 ‘서민 증세’로 세수를 충당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심층 평가 대상으로 선정한 조세지출(세금 감면) 23건에 △근로장려금 △월세 세액공제 △무주택 근로자 주택자금 특별공제 △청년 우대형 주택청약종합저축 비과세 등 서민 대상 소득 지원이 목적인 제도 4건도 포함됐다.

근로장려금은 저소득 근로자나 사업자 가구에 근로를 조건으로 소득에 따라 산정된 장려금을 주는 대표적 서민 소득 지원제도로,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2021년 기준 420만6,000가구에 4조8,334억 원이 지급됐다. 2010년 도입된 월세 세액공제는 국민주택 규모(85㎡ 이하) 주택 월세 지급액 10%를 세금에서 빼 주는 제도다.

무주택 근로자 주택자금 특별공제는 300만 원 한도로 전세대출 상환액 40%를 소득에서 깎아 주는 서민 지원 세제이고, 청년 우대형 주택청약종합저축 비과세 대상자는 이자소득에 대해 500만 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엄격한 조세지출 성과 평가는 예고된 일이다. 지난달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올해 기본계획을 공개하며 정부는 평가 결과를 반영해 조세지출을 적극 정비하고, 신설은 제한적 범위에서만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비용 대비 편익이 떨어지거나 당초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되는 제도는 폐지가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해당 연도에 일몰이 도래하고 연간 감면액이 300억 원 이상인 조세지출은 정부가 의무적으로 심층 평가 대상에 포함한다. 올해는 이런 사례가 10건이다. 나머지는 임의 평가 대상이다. 13건은 정부 재량으로 넣었다는 뜻이다.

물론 심층 평가가 지원액 삭감이나 제도 폐지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하지만 평가 대상으로 분류됐다는 사실 자체가 의심의 방증이다. 실제 10년 넘게 운영돼 온 근로장려금과 월세 세액공제가 심층 평가 대상이 된 것은 처음이다. 더욱이 당초 지원을 줄이거나 없앨 여지가 없는지 검토해 보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가 심층 평가다.

설상가상 올해는 사정이 더 나쁘다. 2월까지 세금이 지난해보다 15조7,000억 원이나 적게 걷혀 올 목표 세수(400조5,000억 원) 미달 가능성을 최근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시인했을 정도다. 세수를 줄이는 자산시장 침체와 경기 한파 와중에 감세로 민간 경제 활성화를 견인하겠다고 선언한 터라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다. 민생 우선 구호를 아예 무색하게 만들 무리수는 자제하더라도 어떻게든 제도를 손볼 공산이 큰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문제는 명분과 실효성을 모두 놓칠 개연성이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는 “근로를 늘리는 효과가 데이터로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분배 효과는 물론 경제적 효율성 면에서도 장점이 분명한 게 근로장려세제”라며 “수입 상당 부분을 저축하는 고소득층보다 대부분 소비하는 저소득층에 조세 감면을 집중하는 편이 내수 활성화에도 더 유리하다”고 꼬집었다.

세종=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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