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쿠데타 동지'의 쿠데타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1956년 영국·이집트 식민지배에서 독립한 이래 북아프리카 수단은 짧은 민간정부와 긴 군사정권을 번갈아 맞았다. 1969년 쿠데타를 일으킨 자파르 니메이리 정권은 20년, 1989년 집권한 오마르 알바시르 정권은 30년간 통치했다. 2019년 반독재 시위에 편승해 군부가 알바시르를 쫓아내고 2년 뒤 과도정부마저 무너뜨렸을 땐 수단에 또 한번 군부 장기독재가 시작되는가 했다. 알바시르 축출에 합심했던 정부군 지도자 압델 파타 부르한과 민병대 신속지원군(RSF) 사령관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가 지난 13일 정면 충돌하기 전까진 말이다.
□ 수단 실권자인 부르한은 4년 전 민중 봉기 이전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알바시르의 빈자리를 국방장관이 차지하려 들자 시위대를 움직여 저지하는 등 권력 쟁취에 수완을 보였다. 쿠데타 이후 국제 여론을 의식해 민정 이양을 표방한 과도정부를 꾸려놓고는 점차 영향력을 키워 이태 뒤 두 번째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했다. 미국과 서방의 민주정부 수립 압박에 지금도 군, RSF, 민간단체 3자 간 협상을 진행 중이나 진정성은 의문이다.
□ 하층민 출신인 다갈로는 수단 서부 다르푸르에서 반군 진압 명목으로 '인종청소'를 자행한 친정부 민병대 '잔자위드'(RSF의 전신) 지휘관이었다. 부르한의 쿠데타를 도와 악명 높은 민병대장에서 권부 2인자로 등극한 다갈로는 그러나 정부군·RSF 통합 문제로 갈등을 빚자 수도 하르툼 등 전역에서 은밀히 일전을 준비해왔다.
□ 나흘 만에 사상자 1,200명을 낸 이번 충돌은 향배를 점치기 힘들다. 수단군은 공군력, RSF는 병력에서 각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결국 RSF가 하르툼 등지의 정부군 공군기지를 장악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첨병 노릇을 해온 용병기업 와그너그룹의 수장이 16일 돌연 종전을 촉구했다. 앞날이 캄캄한 우크라이나 전장보다는 그간 막대한 이득을 챙겨온 수단 금광 사수가 더 급해서 안달을 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훈성 논설위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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