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힘만 남아도 난 행운아”…27세 청년, 4명 살리고 떠나

이현수 2023. 4. 1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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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문섭씨의 생전 모습.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20년 넘게 희귀 근육병을 앓았던 20대 청년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났습니다.

오늘(1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27살 곽문섭씨는 지난달 24일 영남대병원에서 폐장, 간장, 좌우 신장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숨졌습니다.

곽씨는 희귀질환인 근이양증으로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 다녔습니다.

근이양증은 골격근 퇴화가 진행돼 근육이 약해지는 병으로, 곽씨는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려웠지만 20년 넘는 기간 가족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자랐습니다.

그는 생전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움직일 정도의 근력만 남아있던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생각만 했더니 행운이 따른다"고 말하며 경북대 컴퓨터학부를 졸업한 뒤 직장을 다녔습니다.

곽씨의 어머니 서경숙씨는 "문섭아, 늘 양보하고 기다리라며 몸이 불편한 너를 자유롭게 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구나. 어릴 적부터 엄마가 울까봐 엄마의 코만 살피던 울 아들. 너는 엄마를 위해서 태어나준 것 같아. 짧지만 열정적인 삶을 산 내 아들아.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아줘. 엄마는 문섭이가 따뜻하고 이쁜 봄날 먼 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할게"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습니다.

곽씨는 집에 있던 중 갑작스런 심정지로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뇌사상태가 되었습니다.

손가인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사회복지사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실천해주신 생명나눔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현수 기자 soon@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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