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수 줄이는 게 능사? 양당제 독점 깨는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이다
[조성복 독일정치연구소장(cho_sungbok@naver.com)]
2023년 4월 10일부터 4일간 국회 전원위원회가 개최됐다. 본회의장에서 100명의 국회의원이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7분씩 발표했다. 발표는 그야말로 중구난방으로 진행됐고, 사전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마련한 세 가지 제안은 별 의미가 없었다.
의원들은 주로 자신의 처지에 유리한 방식을 제안했고, 선거제도 이외에 정당개혁이나 정치개혁에 대한 소회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개념이 등장하면서 서로 모순되거나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띄었다. 여기서는 주요 쟁점을 분석하여 바람직한 선거제도 대안을 제시해보겠다.
1. 국회의원 정수의 축소/확대?
의원정수의 축소를 주장하는 이들은 그 근거를 국민 여론에서 찾고 있다. 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여론은 현재의 국회가 우리 사회의 주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극한 대결만 일삼고 있어서 보기 싫기 때문이다.
국회가 그렇게 무능하고 양극화된 것은 거대 양당이 국회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지, 단순히 국회의원의 숫자가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거대 양당의 독점 문제를 그대로 방치한 채 의원 수만 줄이면, 국회가 유능해지고 극한 대결이 사라질까? 180대 120을 18대 12로 바꾸면 달라질까? 그렇지 않다. 의원정수의 축소를 주장하는 의원은 정치 불신의 원인을 엉뚱한 데서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왜 거대 양당이 우리 국회를 독점하게 되었는가? 그것은 기존의 선거제도 때문이다. 특히 '소선거구 단순다수제'에 그 원인이 있다. 하나의 선거구에서 한 표라도 많이 얻은 후보만 당선되기 때문에 당선 가능성은 거대 양당의 후보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이다.
거대 양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평소에 50~60%, 선거 때는 70~80% 정도인데, 이들은 매번 국회 의석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저서 <누가 그들에게 그런 권리를 주었는가?>중 일부) 국회 의석의 20~30%는 거대 양당이 아닌 다른 정당에 돌아가야 하는데, 기존의 선거제도가 이를 막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정당도 그들의 대표를 국회에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이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가능할 것인가? 먼저 결론부터 제시하면, 그것은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독일식 선거제도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의석의 조정이 필요하다.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의석 비중이 1:1에 가까울수록 제도의 작동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현행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으로 구성된 의석수의 조정이 필요하다.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기존 지역구 의원의 반발 때문에 지역구 의석을 대폭 줄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지역구 의석의 축소는 최소한으로 할 수밖에 없고, 비례대표 의석을 추가로 늘려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지역구 200석과 비례대표 200석이다.
그밖에 의원정수를 늘려야 하는 이유는 행정부 우위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입법부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 인구당 의원 수는 우리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을 정치 선진국으로 보고 우리의 모델로 삼기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결론적으로 의원정수를 축소하는 것은 희소성 원칙에 따라 국회의원의 권한이나 특권을 강화할 뿐이다. 의원정수를 확대해야 좀 더 나은 선거제도를 도입할 수 있고, 행정부 견제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2. 소선거구와 중대선거구제, 도농복합선거구제의 도입?
소선거구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의 당선자를, 중대선거구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당선자를 뽑는 것이다. 중대선거구제로 하면 다양한 정당의 후보가 당선되어 다당제가 될 것이라는 주장은 착각이다. 여전히 거대 양당의 독점현상을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선거구에서 2명을 선출한다고 하면, 기존 하나의 선거구가 아니라 기존의 2개 선거구를 합하여 하나의 선거구로 만들고 2명을 선출한다는 말이다. 5명을 선출한다면, 5개의 선거구를 합쳐서 하나의 선거구를 만든다는 말이다. 이렇게 된다고 군소정당의 후보가 당선될 수 있을까? 아니다.
도농복합선거구제는 도시는 중대선거구제로, 농촌(지방)은 소선거구제로 하자는 말이다. 그러면서 도시의 의석수를 조금 줄여서 지방의 의석수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주장이다. 최근에 지방의 인구수가 급속하게 감소하고 있어서 그대로 두면 지방의 지역구는 통폐합되어 의석수가 줄어들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지방 출신 의원은 선거구를 획정하는 기준에 인구수뿐만 아니라 면적을 추가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표의 등가성'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볼 때 면적을 추가하는 문제는 쉽지 않다. 선거구를 획정하는 일반적인 기준은 인구수이다. 미국도 마찬가지인데, 50개 주(州) 가운데 인구수가 적은 주에서는 상원의원은 2명이지만, 하원의원은 1명이다.
물론 개헌을 전제로 하지만, 지역을 대변하는 문제는 '상원 제도'를 도입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원 의석을 신설하는 것이 어렵다면, 미국처럼 상원 의원을 선출하지 말고, 독일처럼 지방정부의 대표자로 상원을 구성하면 별도의 선거 없이 상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가능하다.(저서 <독일 정치, 우리의 대안> 중 일부)
결론적으로 중대선거구제나 도농복합선거구제는 개혁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소선거구제를 강화하는 것도 대안이 아니다. 제대로 된 대안은 정당득표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3. 혼합형 선거제도에서 비례대표제에 대한 오해 – 비례대표 의석의 폐지/확대?
선거제도에는 지역구별로 당선자를 뽑는 '다수대표제 선거제도'와 정당득표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대표제 선거제도', 그리고 이를 혼용하는 '혼합형 선거제도(다수대표제 + 비례대표제)'가 있다. 이 혼합형 선거제도에서 비례대표제와 관련한 논의는 조금 복잡하다. 서로 다른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 모르거나 오해하고 있는 부분도 존재한다.
2020년 준연동형 제도를 도입하기 전까지 한국의 선거제도는 혼합형 선거제도의 '병립형'이었다. 반면에 이상적 선거제도로 꼽히며 우리가 도입하려는 독일의 선거제도는 혼합형 선거제도의 '연동형'이다. 이를 염두에 두면서 다음 세 가지 기준에 따라 차이점을 살펴보겠다.
1) 병립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병립형에서는 지역구 선거결과와 비례대표 선거결과를 따로 산출하여 2개를 더하여 한 정당의 총의석수를 결정한다. 여기서는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가 별개로 따로 존재한다. 이 제도에서는 거대 양당이 지역구 의석을 독식한다. 또 정당득표에 의한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거대 양당이 비례 의석의 70~80%를 가져간다. 군소정당이 설 자리가 거의 없다.
즉 거대 양당이 지역구 253석을 거의 독식하고, 비례대표 47석의 약 35석을 더해 전체 300석 가운데 288석을 가져가고, 불과 12석 정도만 군소정당에 돌아간다. 군소정당에 대한 지지율은 20~30% 정도인데. 실제 의석 비율은 4%에 불과하다. 바로 이점을 고치자는 것이 선거제도 개혁이다.
반면에 연동형에서는 먼저 정당득표에 따라 의석이 배분된다. 군소정당도 자기가 받은 정당득표만큼 의석을 받을 수 있다. 20~30%를 받았다면, 전체 300석에서 60~90석을 얻게 된다. 여기서는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가 따로 선정되지 않고, 지역구 후보가 그대로 비례대표 후보가 된다. 이 점이 병립형과 다르다.
유권자는 물론 많은 의원이 연동형을 이야기하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가 따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비례대표의 확대에 반대하는 것이다. 연동형 제도에서 비례대표를 확대하는 것은 지역구 후보가 선거에서 떨어지더라도 해당 권역의 유권자 지지만큼 비례대표를 통해 당선될 의석을 늘린다는 의미이다. 지역구 후보에게 불리한 것이 절대로 아니다.(저서 <독일 정치, 우리의 대안> 중 일부) 이 점은 다음 기준인 권역별 제도에서 다시 살펴보겠다.
A 정당이 40%를 득표했다면 120석을 얻는데, 그 정당이 지역구에서 100석을 얻었다면 비례대표로 20석을 얻게 된다. B 정당이 10%를 득표했다면 30석을 얻는데, 지역구에서 1석을 얻었다면 나머지 29석은 비례대표로 당선자를 내게 된다. 모든 정당은 자기가 받은 득표수만큼 (물론 봉쇄조항을 넘었을 때로 한정되지만) 의석수를 얻을 수 있다. 사표가 사라지고 모든 유권자의 한 표, 한 표는 특정 정당의 의석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합리적이지 않은가?
2) 전국별과 권역별 비례대표제
정당득표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방식의 차이이다. 그 적용을 전국을 하나로 보고 하는 것을 전국별이라 하고, 여러 개의 권역에 따라 배분하는 것을 권역별이라고 한다. 병립형이면서 전국별 배분 방식이 과거 우리의 선거제도였다. 연동형이면서 권역별 배분 방식은 독일식이다. 그래서 독일식 선거제도를 흔히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부른다.
전국별 병립형 제도에 대해서는 기존의 경험으로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권역별 병립형 제도는 운용상에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비례대표 의석수가 너무 적어 배분할 의석이 부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권역별 연동형 제도는 기존의 선거제도와 매우 달라서 모두에게 생소한 편이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의원도 많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어 C 정당이 30%의 정당득표를 했다면, C 정당은 전체 300석에서 90석을 얻게 된다. 만약 10개의 권역으로 구분되어 있다면, C 정당의 정당득표를 계산하여 1~10개까지 각 권역의 득표수만큼 각 권역의 의석수를 산출할 수 있다.
300석 정원 중 지역구 의석을 253석에서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100석으로 하게 되면 서울 내 의석수는 지역구 37석에 비례대표 18석 등 총 55석이 된다. 여기서 C 정당이 서울에서 30%를 득표했다면 서울 권역에서 17석을 얻게 된다. 그런데 C 정당이 이미 서울 내 37개 지역구에서 15석의 당선자를 배출했다면 나머지 2석은 비례대표를 통해 얻게 되는 것이다.
이때 비례대표는 별도의 후보가 있는 것이 아니라, 37개 지역구 후보가 그대로 비례대표 후보가 된다. 그 가운데 상위에 있는 4명이 당선자가 된다. 비례대표 순번은 권역 당원의 비밀투표로 결정된다. 병립형과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3) 개방형과 폐쇄형 명부
비례대표의 명부작성과 관련하여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개방형은 비례대표 명단을 투표지에 모두 올려서 유권자가 직접 원하는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폐쇄형은 비례대표 순번을 정당이 알아서 결정하고, 유권자는 원하는 정당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폐쇄형이라도 유권자는 각 정당의 비례대표 명단을 모두 알 수 있다. 연동형에서는 지역구 후보가 그대로 비례대표 후보가 되기 때문에 폐쇄형으로 충분하다.
굳이 개방형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병립형일 경우인데, 지금 필요한 것은 병립형 제도를 연동형으로 바꾸는 것이라서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불필요하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조성복 독일정치연구소장(cho_sungb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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