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전세사기 피해자 3명 목숨 끊을동안 정부는 협의만 하고 있나”

류인하 기자 2023. 4. 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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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집 앞에 전세사기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문재원 기자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가운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7일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심 의원은 “정부는 전세사기꾼을 잡아 넣는다고 요란법석은 떨었지만 정작 그보다 더 중요한 피해자 대책은 제대로 내놓은 것이 없다”면서 “전세피해지원센터, 안심전세앱, 대출지원 등은 피해자들에게는 모두 실효성 없는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추홀구 피해대책위원회는 더 이상 사람을 죽이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경매로 인해 집에서 쫓겨나는 것을 막아달라고 했다. 즉 정부가 경매중지 행정명령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 의원은 정부가 ‘협의 중’이라는 말 뒤에 숨어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첫 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후 한 달이 넘도록 정부는 응답이 없다”며 “최근까지 국토부에 지속적으로 문의했지만 언제나 답변은 ‘관계기관 간 협의 중이다’라는 말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현행 제도 하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들인데 언제까지 협의만 하고 있을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2월 28일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30대 세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지난 14일 20대 세입자가 또다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들 2명은 모두 인천 미추홀구에서 대대적인 전세사기를 벌인 ‘건축왕 A’씨의 피해자들이다. 건축왕 A씨는 지난해 1~7월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1채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맺고 전세보증금 125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로 현재 구속기소된 상태다.

마지막 사망자가 발견된 지 불과 사흘만인 17일 또다시 30대 세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는 3명으로 늘어났다.

심 의원은 “정부는 지금 당장 전세사기로 수사 중인 주택에 대해서만이라도 경매중지 행정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주거권 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함께 ‘깡통전세 피해자 보호를 위한 공공매입법안 발의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대부분 집이 경공매로 넘어갔을 때 보증금을 100% 돌려받을 수 없는 후순위채권자다. 경공매를 통해 보증금을 되돌려받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셈이다. 1순위 채권자들은 대부분 각 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공공기관이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긴급주거지원 및 저리대출을 지원하고 있지만 떼인 전세보증금을 되돌려받을 수 있는 대책은 아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원하는 실질적인 구제대책은 아닌 셈이다.

심 의원은 “정부는 피해자들이 경매를 통해 집을 살 수 있도록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경매 낙찰금에 대해서도 저리대출을 지원하거나 공공이 채권매입을 통해 피해를 선보상하고, 후에 구상권 청구 등을 통해 비용을 회수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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