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의 ‘꼼수 탄소감축’…산업부문 국외로 떠넘기는 상쇄배출권 확대

강한들 기자 2023. 4. 1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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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등 사업장 온실가스 줄이고
이를 업체의 감축량으로 인정
국내 기업 감축 의지 더 낮아져
환경운동가들이 기후위기를 촉발한 선진국들이 손실을 본 개발도상국에 보상할 것을 촉구하며 ‘지불’이라는 글자가 쓰인 손바닥을 펼쳐 보이고 있다. 샤름엘셰이크 | AP연합뉴스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량을 ‘국외’로 더 떠넘기는 방안이 정부의 탄소중립기본계획에 포함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탄녹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1일 확정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이후 기본계획)에 배출권거래제의 ‘상쇄 배출권’ 한도를 기존 5%에서 10%로 확대하는 방안이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들어갔다. 배출권거래제의 상쇄 배출권은 한 업체가 업체 바깥의 국내외 사업장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한 뒤, 이를 업체의 감축량으로 인정받는 제도다. 정부가 기본계획을 내면서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량을 줄이고 국제감축과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로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산업부문에도 국제감축이 포함돼 있다.

탄녹위는 내부 논의과정에서 산업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상쇄 배출권 확대를 고려했다. 상쇄배출권 확대로 늘어날 국제감축 물량을 국제감축으로 반영할지, 산업 부문으로 반영할지를 놓고 논의도 했다. 탄녹위는 감축량을 산업 부문으로 반영할 때 온실가스 국제감축량이 늘어난 게 드러나지 않아서 비판 여지가 적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상쇄 배출권 허용 한도는 10%였다가 3차 배출권거래제(2021년~2025년)에서 5%로 강화됐다. 배출권거래제 제3차 할당계획에서 산업 부문의 연도별 사전할당량이 약 3억2000만t임을 고려하면, 상쇄 배출권이 5%에서 10%로 늘어날 때 기업의 온실가스 국제감축량은 최대 3200만t까지 증가할 수 있을것으로 예상된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국가가 목표에 따라 배출허용총량을 정하고, 탄소에 가격을 부여해 배출권을 대상 기업들에 할당하는 제도다. 할당량보다 더 많이 감축한 기업은 배출권을 팔 수 있다. 감축 기업에 경제적 유인책을 주면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 목표지만, 그동안은 배출권이 기업에 과도하게 할당되며 온실가스 감축에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유럽연합(EU)에서는 2013년 이후 배출권거래제에서 국제감축을 양적·질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원자력, 조림·재조림 사업 등으로 생긴 감축량은 제외한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상쇄 배출권을 늘린다면 배출권 가격 하락에 큰 영향이 있을 것이고, 국내 기업 감축 의지가 낮아질 수 있다”라며 “굳이 자국 감축이 적게 일어나도록 하는 것을 정부에서 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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