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저축·투자·기부의 법칙 3:3:3:1 기억하세요!
용돈관리 자기주도학습의 시작
교육 시점은 초등 1학년 적합
지급주기 한달 넘기지 않도록
용돈 교육 초등학교 때 마쳐야
고등학교 1학년, 초등학교 6학년 두 자녀를 둔 최준희(49)씨는 자녀들의 용돈 씀씀이가 헤퍼 고민이다. “2년 전부터 5만원, 2만원 용돈을 줬지만, 일주일도 안돼 다 써버리고 ‘돈 떨어졌다’고 엄카와 계좌이체 찬스(?)를 요구하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요. 특히 큰애는 친구들과 만나 마라탕 먹고, 음료수 마시고, 코인노래방에 가면 하루 2만원은 훌쩍이죠. 그렇다고 돈이 필요하다는 데 안 줄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경제적으로 풍족한 요즘 최씨처럼 자녀의 용돈 관리에 관심을 갖는 부모가 많아졌다. 용돈은 가정 내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경제·금융교육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용돈을 통해 자녀가 돈의 소중함을 깨우치는 것은 물론 돈 관리를 스스로 함으로써 경제관념에 대한 이해가 생기고, 스스로 행동에 책임지는 방법을 배운다고 말한다.
부자들, 용돈을 경제교육 도구로
세계적인 부호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록펠러의 공통점은 자녀가 어릴 적부터 용돈을 매개로 절약과 검소한 생활, 독립적인 경제관과 자림심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빌 게이츠는 자녀에게 매주 1달러의 용돈을 주는 대신 집안일을 할 때마다 추가로 용돈을 줬다. 어린 시절부터 철저하게 용돈을 관리했던 워런 버핏은 돈을 버는 것보다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알려줄 요량으로 자녀에게 넉넉한 용돈을 주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10대 때부터 죽을 때까지 용돈 관리장을 썼던 록펠러는 자녀가 일할 때마다 용돈을 주고, 스스로 관리하게 하는 방식으로 철저한 용돈 교육을 했다.
이처럼 용돈을 주는 목적은 아이가 스스로 판단해 돈을 알맞게 쓰고, 나아가 소득과 지출의 균형을 이루는 소비 습관을 계획하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게임 현질하는 아이 삼성 주식 사는 아이>와 <초5 용돈 다이어리>를 쓴 경기도교육청 소속 김선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돈을 아껴 써야 하는 이유를 배운 적이 없는데, 절약과 저축은 물론 다양한 금융 지식과 태도를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용돈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경제교육을 뛰어넘어 용돈 관리가 자기주도학습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돈을 쓸지 말지 선택하는 과정, 어디에 쓸지 계획하고 실행하며 바르게 썼는지 평가하는 모든 과정을 아이 스스로 하면서 자기주도학습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선호 서울 유석초 교사도 “용돈의 가장 큰 목적은 스스로 조절해서 합리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과정을 가르치기 위함”이라며 “자기관리의 측면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용돈 교육 원칙과 주의점
용돈 교육은 가능하면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 김선호 교사는 “경제교육에 있어서 용돈을 정기적으로 받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가 갖는 돈에 대한 가치 판단이 다르다”며 “숫자에 대한 관념을 갖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1학년 때가 적합하나, 미취학 시기라도 아이가 1000단위 개념을 알면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용돈 액수보다 중요한 것이 그 돈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시 말해, 용돈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용돈 교육을 시작하되, 처음 시작할 때 대화를 통해 한계를 분명하게 정해야 한다. 게임 현질의 허용 한도, 팬시용품 구입액, 카페 이용 횟수 등이다. 부모가 틈틈이 자녀의 용돈을 중간 점검하면서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용돈을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 물어보고 조언을 해주면 좋다. 이때 자녀가 계획 없이 물건을 샀다고 무조건 잔소리하는 것은 금물이다. 혼내기에 앞서 왜 필요하다고 판단했는지, 사야만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김선 교사는 “용돈을 주고 나서 ‘사지 말라’거나, ‘돈 모아서 다음에 해’ 무조건 강요하는 것은 아이들이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없다고 느끼게 하므로 옳지 않다”며 “진짜로 원하는 것을 사보는 경험과 함께 내 돈의 주인이 되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EBS에서 방영했던 <물건 다이어트>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점검표를 만들어보는 방법을 추천한다”며 “내 물건을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용돈 지급주기는 될 수 있으면 한 달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대체로 초등학교 1~2학년은 일주일, 3~4학년은 2주일, 5학년 이상은 한 달 단위로 날짜를 지켜서 줘야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현금으로 줘 직접 현금을 만지고 저금통에 돈을 넣는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체크카드나 직불카드는 초등학교 3학년 이후부터 지급하는 것이 좋고, 통장을 개설할 때는 자녀와 함께 은행에 가서 자녀 이름으로 만들 것을 추천한다.
김선 교사는 “용돈은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문제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평균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며, 말 그대로 의식주에 관한 것들을 제외하고 말 그대로 순수 용돈으로서 아이에게 제공해야 한다”며 “용돈 금액은 일주일 기준 ‘학년+1’ 공식을 권장한다. 예를 들어 6학년이면 ‘6+1’을 적용한 7천원, 중학교 3학년이면 ‘7(6+1)+1’ 공식에 따라 8천원이 적정하다”고 조언했다.
김선호 교사는 “식비와 준비물 구입비, 의복 구입비 등은 용돈에서 제외하고 편의점에서 평소 사 먹고 싶었던 것을 마음껏 사 먹지 못하는 정도가 적당하다”면서도 “아이와 상의해서 결정하되, 저학년 때는 사 먹는 횟수를 고려해서 제한을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용돈 기입장은 늦어도 5학년 때부터
김선 교사는 용돈을 매개로 생산, 소비, 기부, 투자를 모두 배울 수 있도록 가르칠 것을 주문한다. 그는 “용돈 교육의 마지노선을 초등학교 6학년으로 잡고, 아이가 자신의 용돈을 저축, 소비, 투자, 기부 순으로 3:3:3:1로 나눠 쓰는 습관이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며 “적어도 용돈의 3분의 1은 아이가 마음대로 쓰는 기쁨과 동시에 저축을 통해 돈을 모으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용돈 교육을 할 때는 ‘홈 아르바이트’를 통해 돈을 벌 기회, 즉 생산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노동의 가치와 돈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과정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아이와 함께 상의해서 어떤 일을 항목에 넣을 것인지, 일에 대한 대가를 얼마로 책정할 것인지를 정할 때는 반드시 자녀와 상의하되, 숙제와 문제집 풀기, 아침 먹기 등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설거지, 청소하기, 빨래하기 및 옷 개기 등 부모님의 일손을 덜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용돈 기입장은 꼭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용돈 사용 계획과 사용 내역에 대해 자녀 스스로 이해하는 가늠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쓰는 것이 여러모로 이롭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지출내역을 간단하게 써넣어보는 것을 시작으로 늦어도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는 예·결산을 포함한 세부적인 내용까지 기록하면 좋다. 어린이 경제신문을 함께 구독하거나 카카오뱅크, 아이부자앱, 퍼핀 같은 용돈 관리 앱을 활용하면 경제용어를 익히는 것은 물론 금융학습과 관련 지식을 쌓을 수 있다.
투자와 기부의 즐거움 느끼도록
용돈 교육을 하면서 투자의 효능감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은 초등학교 3학년만 되어도 주식이나 비트코인 투자에 흥미를 느낀다. 직접 통장을 개설하고, 하이브·SM·카카오 등 관심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아이의 주식 투자는 성인의 주식 투자와는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단타 매매로 당장 이익을 얻으려 하지 말고, 10~20년 후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건실한 기업을 찾고, 그 미래 가치에 장기 투자한다는 관점에서 살펴야 한다.
김선 교사는 “처음부터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을 만드는 것보다는 10만원, 100만원 범위에서 하는 모의투자를 추천한다”며 “아이가 사고 싶어 하는 종목의 구입날짜와 판매날짜 등 시점에 맞춰 목표 가격을 적어놓고 시작하되, 일주일에 한번씩 가격변동을 보면서 마지막에 얼마를 벌었나 한달, 두달 해본 다음 실전 투자에 나설 것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부 역시 가정 내에서 용돈 교육으로 가능한 가치 있는 활동이다. 김선 교사는 “‘1365 기부포털’에서 기부단체 현황을 파악한 뒤 본인의 자금 상황과 기부하고픈 대상을 고려해 기부단체를 선정하되, 선정한 다음엔 기부단체를 믿고 후원하고, 후원을 시작한 후에는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와 별개로 봉사활동이나 재능기부도 실천해 성취감과 자아실현을 펼치는 기회로 삼아볼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자녀의 용돈 관리나 소비습관은 대개 부모를 따라간다. 부모가 소비 지향적이면 자녀의 씀씀이도 크고, 부모가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 자녀도 소비에 적극적이지 않다. 부모가 공정무역과 착한소비를 실천한다면 자녀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자녀의 용돈과 경제교육에 앞서 자신의 저축과 소비습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녀의 용돈 교육에 동참하기로 했다면 아이들 앞에서 안 보는 물건을 단호하게 정리하고, 가정의 재정 현황을 자녀에게 알려주는 한편 가계부를 적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먼저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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