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서 첫 맞대결’ 듀란트·웨스트브룩… 개인 기량은 듀란트, 팀 승리는 웨스트브룩

남정훈 2023. 4. 1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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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농구(NBA)의 1988년생 동갑내기인 케빈 듀란트와 러셀 웨스트브룩은 한때 NBA 최고의 듀오로 군림했다. 듀란트가 2007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시애틀 슈퍼소닉스에 지명되고, 이듬해 2008 신인 드래프트에서 웨스트브룩이 전체 4순위로 시애틀 슈퍼소닉스에 뽑히면서 한 팀에서 뛰게 됐다. 웨스트브룩 지명을 마지막으로 시애틀 슈퍼소닉스는 해체하고 이를 인수한 사업가 클라이 베넷이 연고지를 자신의 출신지인 오클라호마시티로 옮기면서 두 선수는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초창기 프랜차이즈 스타로 뛰었다.

두 선수의 동거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이어졌다. 2009 신인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제임스 하든까지 합류하면서 역대급 재능 셋이서 함께 뛴 오클라호마시티는 2012년 서부 컨퍼런스를 제패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프로농구(NBA) 애리조나 피닉스 선즈의 홈구장 풋프린트 센터에서 열린 2023년 NBA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피닉스 선즈의 케빈 듀란트와 LA 클리퍼스의 러셀 웨스트브룩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당시 파이널 상대는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가 뭉친 마이애미 히트. 이전 시즌 히트의 ‘빅3’는 덕 노비츠키가 이끄는 댈러스 매버릭스에게 무너졌기에 한층 독기가 오른 상태였다. 당시 리그를 대표하는 스몰포워드였던 르브론과 듀란트가 파이널에서 만나 서로의 기량을 뽐냈지만, 승자는 르브론과 히트였다. 1차전을 내준 히트는 이어진 2~5차전을 내리 잡아내며 4승1패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르브론의 커리어 첫 파이널 우승이었다.

듀란트, 웨스트브룩과 뛰면서 식스맨 에이스로 뛰던 하든이 자신의 위치에 만족하지 못했고, 오클라호마시티도 하든의 치솟는 몸값을 감당하지 못해 휴스턴 로키스로 트레이드시켰다.

하든이 떠난 이후에도 듀란트와 웨스트브룩은 노스웨스트 디비전을 2013년, 2014년, 2016년 제패하긴 했지만, 파이널 진출에는 실패했다. 특히 2016년 플레이오프가 아까웠다. 1라운드에서 댈러스를 4대1로 꺾었고, 2라운드에선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4승2패로 누르며 컨퍼런스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컨퍼런스 결승 상대는 정규리그에서 73승9패를 거두며 역대 한 시즌 최고 승률 기록을 경신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4차전까지 3승1패로 앞서며 듀란트와 웨스트브룩은 생애 두 번째 파이널 진출을 눈 앞에 뒀으나 5,6,7차전을 내리 패하며 시리즈를 내주고 말았다.

이후 오클라호마시티를 대표하는 두 선수의 행보는 엇갈렸다. 듀란트는 자신에게 패배의 아픔을 안긴 골든스테이트로 이적했다. 우승을 위한 선택이었다. 스테판 커리와 클레이 톰슨, 드레이먼드 그린, 안드레 이궈달라와 함께 ‘데스 라인업’을 형성한 듀란트는 골든스테이트에서 2017, 2018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다. 파이널 MVP도 듀란트의 몫이었다.

듀란트가 떠난 오클라호마시티를 혼자 지키게 된 ‘외로운 에이스’ 웨스트브룩은 2017년 오스카 로버트슨 이후 처음으로 시즌 평균 트리플 더블을 기록하며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지만, 혼자 힘으론 우승이 힘들었다.

절친한 동료 사이에서 다른 팀에서 뛰게 된 듀란트와 웨스트브룩의 사이는 틀어졌다. 웨스트브룩은 듀란트 소속팀만 만나면 불타올랐고, 듀란트 역시 전매특허인 사기적인 타점의 점프슛으로 응수하곤 했다.

22019년 골든스테이트를 떠나 브루클린 네츠에 새 둥지를 튼 듀란트는 올 시즌 도중 피닉스 선즈로 트레이드됐다. 당초 제임스 하든, 카이리 어빙과 함께 파이널 우승을 위해 함께 뭉쳤지만, 지난 시즌 하든이 필라델피아로 트레이드됐고, 어빙도 올 시즌 도중 트레이드 요청을 하자 참다 못한 듀란트도 브루클린에 트레이드를 요청하게 된 것.

웨스트브룩의 행보도 듀란트와 비슷했다. 2019년 오클라호마시티를 떠나 휴스턴에서 제임스 하든과 조우하게 됐지만, 이미 점프슛 옵션이 거의 사라져버린 웨스트브룩으로는 휴스턴은 파이널 진출을 할 수 없었다. 계륵 신세가 된 웨스트브룩은 워싱턴 위저즈를 거쳐 2021년 LA 레이커스에 둥지를 틀었지만, 불세출의 슈퍼스타이자 자신과 같은 헤비 볼핸들러지만, 점프슛 효율으 훨씬 뛰어난 르브론 제임스와는 공존할 수 없었다. 점프슛 확률이 떨어지는 웨스트브룩으로선 공을 자기 손에 쥐어야만 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르브론이 게임 리딩이나 득점력보다 자신보다 상위호환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웨스트브룩 역시 시즌 도중 LA 클리퍼스로 쫓겨나듯 이적하고 말았다.

시즌 도중 이적으로, 듀란트와 웨스트브룩은 커리어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 상대로 조우하게 됐다. 피닉스가 45승37패로 서부 컨퍼런스 4위, 클리퍼스가 44승38패로 5위에 오르며 1라운드에서 맞붙게 된 것.

사진=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17일(한국시간) 피닉스의 홈구장인 풋프린트 센터에서 열린 두 팀의 서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개인 기량에선 웨스트브룩은 듀란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듀란트는 여전히 사기적인 타점을 앞세운 점프슛과 리바운드, 어시스트에서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야투 15개만을 던져 27득점 9리바운드 11어시스트 1스틸 2블록슛을 기록했다. 11개의 어시스트를 뿌리는 와중에 기록한 턴오버는 1개일 정도로 완벽했다.

반면 웨스트브룩의 효율은 극악에 가까웠다. 19개의 슛을 던져 성공시킨 것은 단 3개. 득점도 9득점에 불과했다. 그러나 웨스트브룩은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을 앞세워 10리바운드, 8어시스트, 2스틸, 3블록슛을 기록하며 ‘가자미’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리바운드 10개 중 무려 5개가 공격 리바운드였다. 가드 포지션인 그가 공격 리바운드를 이처럼 따냈다는 것은 코트 위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는 증거다. 공격 리바운드 중 대다수가 승부를 가른 4쿼터에서 나왔기에 그 가치는 더욱 값졌다. 100-99로 앞선 경기 종료 2분 40초 전 에릭 고든의 3점이 빗나가자 귀중한 공격리바운드를 잡아내 레너드의 3점슛을 어시스트했고, 109-108로 쫓긴 종료 56초 전에도 공격리바운드를 따내 공격권을 가져왔다. 종료 10초 전에는 데빈 부커의 1대1 돌파에 이은 왼손 레이업을 공중에서 쳐냈다. ‘위닝 블록슛’이었다.

더 이상 30점 이상을 펑펑 올릴 수 없는 웨스트브룩의 부족한 득점력은 ‘우승 청부사’ 카와이 레너드가 책임졌다. 레너드는 3점슛 3방 포함 38득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웨스트브룩의 ‘허슬’과 레너드의 킬러 본능을 앞세워 클리퍼스는 폴 포지의 부재 속에서도 피닉스를 115-110으로 눌렀다.

이제 한 판이 끝났을 뿐이다. 과연 듀란트와 웨스트브룩 중 먼저 4승을 선취할 이는 누굴까. 당초 예상은 폴 조지가 부상으로 빠진 클리퍼스의 열세로 점쳐졌지만, 1차전 승리로 인해 승부는 미궁 속으로 빠지는 분위기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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