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동물이 더는 없었으면 해요. 두 번째 지구는 없으니까요.”[현장에서]
“지구는 우리만의 것이 아닙니다. 예쁜 꽃과 초록 나무, 동물 친구들이 함께 살아가는 터전이에요. 더는 사라지는 동물들이 없었으면 해요.” “어린이들도 안 쓰는 전기 코드를 뽑고 종이나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을 이용하며 노력할 테니 어른들도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연료 사용을 줄여주세요.” “하나뿐인 지구를 위해 지금부터 하나씩 실천해 주세요. 우리에게 두 번째 지구는 없으니까요.”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앞 왕십리광장에 마련된 단상에 경동초 4학년 김주하·이건혁 학생이 나란히 섰다. 한국과 호주에서 최근 잇따라 일어난 자연재해를 보며 “지구가 보내는 소리 같았다”는 김주하양(11)은 “‘나를 살려줘, 그만 멈춰줘’라는 지구의 외침을 느꼈다”며 어른들에게 탄소중립을 위한 실천을 당부했다.
아이들이 또박또박 기후 선언문을 읽어 내려가던 시각, 광장의 기후위기시계는 기후재앙 마지노선(지구 온도가 1.5도 상승)까지 6년 102일 23시간이 남았다고 알렸다.
선언을 마친 두 학생은 집에서 가져온 크레파스와 색연필을 자원순환 수거함에 기부했다. 쓸 수 있는 용품이 그냥 버려지지 않도록 연결하는 사회적협동조합 ‘마도로스’가 운영하는 문구 수집소다. 정미라 마도로스 대표는 아이들에게 코끼리 똥으로 만든 노트를 선물하며 “탄소배출이 많은 코끼리 똥을 재활용한 용품”이라고 설명했다.
동네 아이들이 이날 가져온 62개 크레파스 등은 지역 자활센터의 미술치료나 동네 공방으로 보낸 끝까지 사용한 후 버려질 예정이다.
이건혁군(11)은 “지구를 위해 가까운 거리는 차를 타지 않고 걸어 다닐 것”이라며 “대기오염은 오늘 날씨처럼 미세먼지로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니까요”라고 말했다. 종일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나쁨’을 기록한 이날 아이들은 일상회복 후 벗었던 마스크를 다시 쓰고 행사에 참여했다.
모든 주민이 탄소배출을 1t씩 줄이자는 취지로 성동구가 기획한 ‘하나뿐인 지구’는 올해로 두번째를 맞았다. 생활 속에서 기후위기를 인식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아이들을 위한 체험이 특히 많았다.
“이렇게 뚜껑이 달려 있으면 따로 떼어서 버려요. 안쪽이 흰색이면 우유팩이고 은색이면 알루미늄으로 만든 멸균팩이에요. 둘 다 재활용이 된답니다. 오늘은 흰색 우유팩으로 한지를 만들게요.”
선생님 설명에 따라 인근 유치원에서 찾아온 아이들 10여명이 코팅을 벗겨낸 우유팩 속 종이를 채에 걸러내고 각자 오려낸 패턴을 올렸다. 물기를 꾹 짜내고 나니 한지가 완성됐다.
다른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는 친구를 향해 “힘내라! 힘내라!”며 응원했다. 자전거 발전기를 올라탄 아이가 땀이 낼 정도로 힘껏 발을 구르자 연결된 작은 물레가 돌며 비눗방울을 만들어 냈다. 동력으로 친환경 전기를 생산해 보는 것이다.
주민들은 탄소중립을 실천하겠다는 짤막한 선언을 적어 포스트잇에 붙였다. 또 폐기된 아이스팩으로 방향제를 만들고 빈 용기를 가져와 세제와 샴푸를 사 갔다. 1000원에 각종 식물을 사서 집에서 가져온 빈 화분에 심고 폐건전지 10개나 페트병 뚜껑 20개를 새 건전지 2개로 교환했다.
이날 행사 포스터도 친환경 종이로 부스와 쉼터는 폐자원으로 제작됐다고 한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우리의 과제를 미래 세대에 미뤄서는 안 된다”며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이 쉽지 않지만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기에 지역사회가 각자 역할을 해야 한다. 오늘 선언은 그 실천을 약속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성동구는 자원순환율을 높이기 위한 주택가 재활용 정거장을 올해 116곳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거장 운영으로 2020년 55% 수준이었던 지역의 재활용품 선별률은 2022년 75%로 상승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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