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 기류 속 중·러 밀착 이유와 미국의 대응

미·중 패권경쟁으로 중·러 협력관계 필요성 증대
美, 동맹과 함께 '중국 포위'-'러 압박' 대응 강화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 행보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AP·로이터 통신 등은 1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이 회동한 소식을 전하면서 리 부장이 "양국 관계는 냉전 때의 군사·정치적 연합 체제를 능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 (모스크바 EPA·스푸트니크=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왼쪽)이 16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회담을 열고 있다. 2023.4.17.

중국 관영통신인 신화사도 17일 유사한 내용을 전하면서 리 부장이 "양국이 전략적 상호 신뢰를 지속적으로 심화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동은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러에 이어 약 한 달 만에 다시 성사된 중국 고위 인사와 푸틴 대통령 간 회담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예상대로 밀착하는 러시아와 중국 관계의 속성을 잘 보여준 외교 이벤트로 평가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과 함께 신시대 러시아와 중국 관계 발전에 대한 계획을 세웠고,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으며 경제·문화·교육 등의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중국과 러시아의 이런 행보는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의 패권 도전국으로 자리매김한 중국에게 러시아의 존재감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유라시아에 걸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러시아를 중국의 협력국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은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러시아로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의 유럽동맹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경제제재를 가하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협력관계는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고 외교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손잡고 미국과 그 동맹국과 대항하는 신냉전의 세계질서를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삼각관계 측면에서 보면 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 미국이 적국인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을 협력국으로 견인한 것이 역설적으로 연상되는 장면일 수도 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세계는 거대한 변화에 직면해 있고,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면서 러시아의 유라시아경제동맹과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통합시켜 "아시아태평양과 유라시아 지역의 통합을 가속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달 21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다시 만난 두 정상은 '중러 신시대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발표했다.

모스크바서 건배하는 시진핑·푸틴 (모스크바 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내 그라노비타야궁에서 열린 공식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2023.03.22 clynnkim@yna.co.kr

중·러의 밀착 행보에 미국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해 10월27일 공개된 미 국방부 국방전략서(NDS)는 중국을 "추격하는 위협"으로, 러시아를 "급성 위협"으로 표현했다. 미국이 이렇게 새로운 규정을 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키고 여전히 엄청난 규모의 핵무기를 비축한 러시아이긴 하지만,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능력 면에서는 중국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도 내재해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AP 연합뉴스 자료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협력 행보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서 미국도 중국을 포위하고 견제하는 전략과 함께 러시아를 압박하는 '동맹 전선' 강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여파는 당연히 한반도에도 미칠 것이며, 이에 대한 한국의 실리적 외교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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