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차가 더 팔린다… 수입차 양극화, 점점 심화
수입차 시장에서 비싼차가 더 잘 팔리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자동차 가격이 올랐고 5000만원 미만으로 살 수 있는 수입차가 적어진 영향도 있다.
1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자료에 따르면 수입차 시장에서 5000만원 미만 수입차는 올해 1분기에 전체 시장에서 9.78%(6034대)를 차지했다. 5년 전인 2018년 1분기에는 5000만원 미만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24.87%(1만6767대)였다. 2018년에 국내에서 판매된 5000만원 미만 수입차는 50여종이었고 현재는 약 36종으로 30%쯤 감소했는데, 비중은 60% 이상 줄어든 것이다.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 수입차는 2018년 1분기 64.18%(4만3264대)에서 올해 1분기 64.37%(3만9703대)로 비중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1억원 이상 수입차는 2018년 1분기 10.94%(7374대)에서 25.85%(1만5947대)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수입차 시장에서 제일 잘 팔리는 브랜드 역시 평균 가격이 높은 고가 수입차에 쏠려있다. 독일 대표 고급차인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는 올해 1분기에 각각 1만8134대, 1만4952대, 6914대를 판매해 나란히 시장 1, 2, 3위를 기록했다. 이어 볼보(3990대), 렉서스(3296대), 포르셰(2966대)가 뒤를 이었다.
반면 대중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도요타, 포드, 폭스바겐은 1분기에 각각 1745대, 1237대, 1165대를 판매해 BMW 판매량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혼다(301대), 푸조(306대)는 분기 판매량이 하위권에 머물렀다.
업계는 수입차 시장의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는 이유로 대중 브랜드의 경우 국산차와의 상품성 역전이 일어났기 때문으로 본다. 현대차·기아 등 국산차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자율주행이나 커넥티드 기능을 포함해 상품성이 월등해졌지만, 수입 대중 브랜드는 이보다 못한 상품성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산 경차에도 있는 열선 스티어링휠(운전대)이나 대형 디스플레이가 없는 수입차도 많다. 단순히 수입차라고 해서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는 얘기다. 고급 수입차는 브랜드 파워로 이런 단점을 상쇄할 수 있다.
또 과시형 소비재 시장인 수입차에서 고급 브랜드 입지가 더 강화된 측면도 있다.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고가의 수입차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판매 기록을 모두 갈아치운 롤스로이스,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고급 슈퍼카들이 올해 판매 전략으로 ‘영앤리치(Young & rich·젊은 고소득자)’를 겨냥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하다.
향후 수입차 시장의 고급차 편중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수입차는 백화점식 판매 전략을 국내 무대에서 펼치는 중인데, 다양한 가격대에 다채로운 제품 구성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BMW는 현재 77개의 제품을, 벤츠는 70개 차종을 국내에서 팔고 있다. 아우디 역시 55개의 제품을 팔고 있다. 반면 적극적인 판매 전략을 가져갈 수 없는 대중 브랜드는 제품 판매 종류가 제한적이다. 푸조는 12개, 폭스바겐은 10개, 도요타는 7개 차종에 불과하다.
국내 시장의 고급차 선호 흐름은 수입차 업체의 매출 증대로도 이어졌다. 벤츠와 BMW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벤츠는 지난해 매출 7조5351억원, 영업이익 281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은 23.1%, 영업이익은 29.6% 증가했다. BMW는 매출 5조7894억원, 영업이익 1448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23.9%, 영업이익은 45.4% 늘었다. 이는 국내에 생산시설을 갖춘 완성차 회사인 쌍용차(KG모빌리티)와 르노코리아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5년 전 알테오젠이 맺은 계약 가치 알아봤다면… 지금 증권가는 바이오 공부 삼매경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
- 반도체 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中 ‘엑소더스’ 가속… 베트남에는 투자 러시
- [단독] 中企 수수료 더 받아 시정명령… 불복한 홈앤쇼핑, 과기부에 행정訴 패소
- 고려아연이 꺼낸 ‘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영풍·MBK 견제 가능할까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역대급 모금에도 수백억 원 빚… 선거 후폭풍 직면한 해리스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