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민 소통·정착 지원하는 외국인주민지원센터 아시나요?

충북 청주시 흥덕구 봉명도에 자리잡은 청주외국인주민지원센터 아동프로그램 교실에서지난 13일 오후 외국인 학생과 한국인 학생들이 어울려 수업을 받고 있다. 이삭 기자.

“한국인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한국말도 많이 늘었어요.”

지난 13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청주외국인주민지원센터(지원센터)에서 만난 마리아양(10·봉명초 3학년)이 웃으며 말했다. 지원센터 1층에 마련된 아동프로그램 교실에서는 마리아양을 비롯한 외국인과 한국인 초등학생들이 섞여 오카리나 연습에 한창이었다.

교실 한 켠에는 게시판이 세워져 있었다. ‘약속 дасаланг-Ягсог’이라는 이름이 붙은 게시판에는 ‘뛰지 않고 걸어 다녀요’ ‘선생님 자리에 앉지 말기’ ‘화장실 휴지를 휴지통에 넣기’ ‘친구에게 도움 주기 사이좋게 지내기’ 등이 러시아어와 함께 적혀 있었다.

수업을 듣는 학생 17명 중 9명이 외국인이며 이중 8명이 러시아어를 사용한다. 마리아양의 부모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서 왔다고 했다. 수업은 모두 한국어로 진행된다. 한국어에 서툰 외국인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서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에 자리잡은 청주외국인주민지원센터 아동프로그램 교실 게시판에 아이들이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서로 지켜야할 약속을 써 놨다. 이삭 기자.

청주시가 지원센터를 통해 외국인들의 지역 정착과 소통 등을 돕고 있다. 사업비 4억원을 들여 봉명동 작은 도서관을 연면적 617.32㎡ ,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새롭게 단장한 것이다.

시범운영 중인 지원센터는 지난달부터 아동프로그램, 한국어 교실 등의 교육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지원센터 안내판은 한글을 비롯해 러시어와 영어, 한자로 함께 구성돼있다. 지원센터는 오는 19일 정식으로 문을 연다.

봉명동에는 우즈베키스탄·러시아·카자흐스탄 등 러시아·중앙아시아계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외국인 주민 인구현황’을 보면 2021년 11월 말 기준 봉명동에 외국인 2083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는 봉명동 전체 주민 1만569명 중 19.7%를 차지하는 규모다. 외국인 중 대부분은 우즈베키스탄·러시아·카자흐스탄 등 러시아·중앙아시아계다. 러시아·중앙아시아계 주민들을 위한 상점도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외국인 주민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한국어 수업은 정원이 가득 찼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진행되는데 63명이 수업을 듣고 있다. 한국어 수업에 참여 중인 이리나양(15)은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버지를 따라 지난해 카자흐스탄에서 엄마·동생과 함께 입국했다. 그는 “한국어가 어렵기만 했는데 수업을 통해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며 “한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지원센터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에 자리잡은 청주외국인주민지원센터 전경. 오는 19일 개소식을 한다. 청주시 제공.

전인숙 한국어 강사는 “외국인 주민들이 한국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며 “소통이 가능하면 외국인과 한국인들이 서로 융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시는 지원센터를 통해 외국인과 한국인들에게 외국인 통·번역 서비스, 생활 상담, 생활 정보 안내·시책 홍보, 한국어·생활 적응 교육, 아동 대상 프로그램, 다문화 도서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은숙 청주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 센터장은 “외국인 주민들의 문화차이와 언어의 장벽으로 한국인 주민들과 갈등을 겪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지원센터가 이를 해소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