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의 안전불감증·은폐에 공개 검증시스템 만들어야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2023. 4. 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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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원전 정치경제학<13>

지난해 10월 7일 YTN이 국내 원전 비상디젤발전기 구역의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설계 결함을 지적하는 단독보도를 했다. 이에 대해 보도 당일 한수원은 ‘안전 규정에 맞다’는 해명자료를 내놓았고 대부분의 언론이 한수원의 해명을 다음 날 그대로 보도했다. 그런데 TYN의 제보자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요청해 6개월 뒤인 이달 들어 관련 언론사가 정정보도를 냈다. 이러한 사례는 매우 드문 사례로 한수원의 엉터리 해명의 실상과 ‘받아쓰기식’ 국내 언론 보도에 일침을 가했다.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 긴급좌담회. 국제신문DB


10월 7일 YTN은 ‘韓(한) 원전 ‘이상 상태’…후쿠시마 대참사 상황과 비슷’이라는 제목의 단독보도를 내놓았다. 보도 내용의 핵심은 이러하다.

‘현재 가동 중인 국내 원전 27기 가운데 20기의 비상디젤발전기가 화재나 소화 설비가 오작동을 일으켰을 때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산화탄소가 나오게 돼 있는 비상디젤발전기 구역의 소화설비 때문입니다. 불이 나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온도는 영하 78.5도. 이로 인해 실내온도는 영하 50도 이하로 뚝 떨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비상디젤발전기가 작동할 수 있는 환경 조건은 영상 10~50도로 돼 있습니다. 따라서 극저온 상태에서도 발전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하지만, 관련 시험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는 원전의 안전 규정도 명백하게 위반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는 화재가 감지되면 자동 폐쇄장치로 해당 구역을 우선 격리합니다. 이어 그 위치의 밸브를 개방시켜 이산화탄소를 방출해 불을 끄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작동하는 자동폐쇄장치는 원자로 시설 중 안전등급, 소화설비는 비안전등급으로 분류된 설비입니다. 원자로 시설의 안전등급과 등급별 규격에 관한 규정은 비안전등급 설비는 안전등급 설비와 ‘연동’되지 않아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제보자/원자력 시설안전 분야 전문가 : 안전등급 설비는 문제가 생겼을 경우 원자로 안전과 직결되는 설비입니다. 그런데 덜 중요한 비안전설비가 안전설비를 작동시킨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죠.]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국내 경수로 원전으로 확산한 과정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초기 원전에는 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요건에 따라 물을 사용하는 스프링클러 방식이 채택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국내 주도로 건설한 한빛3·4호기부터 소화설비 방식이 모두 이산화탄소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운영허가 심사에 들어간 신고리5·6호기는 안전 문제를 이유로 다시 스프링클러 방식이 선택됐습니다.

[제보자/원자력 시설안전 분야 전문가 :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물에서 극저온의 이산화탄소 방식으로 바꿨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아무도 문제를 지적하지 않다가 신고리5·6호기에서 다시 물로 바꾼 건 무슨 이유일까요?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극저온 상황에서 비상디젤발전기의 가동시험을 한 적은 없다고 시인했습니다. 비안전설비와 안전설비의 연동과 관련해서는 ‘연결’될 수 있다는 규정을 내세웠지만, 단순 연결과 다른 설비를 작동하는 ‘연동’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어서 엄격히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비상디젤발전기는 2대가 가동 중이어서 문제가 생겨도 대응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고 시에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의 오작동은 동시에 일어날 수 있고, 이 경우 모든 비상 디젤발전기는 기능이 상실된 것으로 간주합니다. 원전안전관리는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던 일본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에 한수원은 보도 당일 ‘YTN보도와 관련한 한수원의 설명’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놓았고 일부 언론이 ‘한수원, “원자로 안전설비, 규정 따라 설계돼” “안선설비, 원전 안전규정 맞춰 설계-운영 중”과 같은 제목으로 보도됐다. 기사 내용의 핵심은 이러하다.

한수원에 따르면 원자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된 안전설비는 소내외 전력을 통해 전원을 공급받으며 소내외 전력이 끊길 때 비상디젤발전기(EDG) 2대를 통해 전력을 받는다. 모든 비상디젤발전기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대체교류전원 발전기와 이동형발전차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다중안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수원은 극저온 상태에서도 발전기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확인해야 하지만 관련 시험은 한 번도 없었다는 보도에 대해, 관련 규정이 없으며 이는 국내외 규제 요건 및 기술 기준에도 없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공급사에 EDG 구매 요청 시 이산화탄소 분사 후에도 성능이 유지될 수 있음을 보증토록 요구했으며 이에 공급·제작사는 EDG 엔진은 영하 온도조건, 발전기는 이산화탄소 분사시에도 성능이 유지됨을 보증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또한 한수원은 EDG가 정지된 상태에서 소화농도 검증을 위해 이산화탄소 분사시험 후 EDG 및 부속설비에 대한 점검을 수행했으며 현재까지 저온에 의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수원은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규정을 위반해 설계됐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으며 원자로시설의 안전등급과 등급별 규격에 관한 규정에 ‘비안전등급 설비가 안전등급 설비와 연동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 없다고 언급했다. 국내외 규제요건 및 기술기준에 따르면 안전등급, 비안전등급 설비 연결을 허용하고 있으며 비안전등급 설비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격리장치가 설치돼 있어 원전 안전규정에 따라 설계된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한수원은 국내 경수로 원전이 국내외 규제요건 및 기술기준에 따라 EDG실 화재 진압을 위한 자동화재진압설비로 스프링클러 또는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수원은 국내 원전 EDG실에 사용 중인 자동화재진압설비는 모두 관련 규제요건을 만족하도록 설치돼 운영 중이라고 전했다는 것이다.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전경. 국제신문DB


이러한 보도에 대해 6개월 뒤 다음과 같은 정정보도가 나왔다. 썬뉴스(4월 8일)는 ‘[정정보도] ‘원전 최후의 보루 발전기, 비상시 무용지물 우려 YTN보도와 관련한 한수원의 설명 반론’ 관련’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정정보도 내용은 이렇다. 다소 길지만 그대로 소개한다.

‘본보의 지난해 10월 7일 자 위 제목의 보도에 대해, 신고리1·2호기 비상디젤발전기(EDG)계통과 소방계통 설계분야 책임자였던 정종한 기술사는 “①소화설비가 작동되는 상태에서 디젤발전기가 제대로 운전되는지 확인해야 하는 규정은 원안위 규칙 제31호의 제14조 제1항 제2호 제3호, 제15조 제1항 제1호 제2호, 원안위 고시 제2018-9호의 제6조 제1항,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SRP BTP CMEB 9.5-1. C.7.i, IEEE Std. 603. 4.h 등 여러 곳에 있기 때문에 관련 규정이 없다는 한수원의 해명은 사실이 아니다. ②공급사가 제시한 -20°C 환경조건은 CO₂ 분사로 -50°C까지 떨어지는 환경조건에 훨씬 못 미치므로 CO₂ 분사조건에서 EDG 성능이 보증되지 않는다. 한수원이 수행한 CO₂ 분사시험은 EDG가 정지된 상태에서 수행한 것이므로 CO₂ 분사조건에서 EDG 운전성을 전혀 확인할 수 없다. ③안전등급, 비안전등급 설비의 연결을 허용하는 국내외 규제요건 및 기술기준은 다른 설비를 작동시키는 ‘연동’일 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격리장치는 비안전등급 설비에서 발생하는 사고전류 등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이지 자동폐쇄장치를 작동시키는 연동신호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만약 격리장치가 자동폐쇄장치를 작동시키는 연동신호를 차단시킨다면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는 화재 시 자동폐쇄장치가 작동되지 않는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므로 한수원의 해명은 명백한 거짓이다. ④CO₂ 소화설비는 기능상의 건전성이 보장되지 않아 설계기준으로 정한 지진과 같은 사고 시 기술기준 관점에서 전부 오작동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지진이 미치는 모든 원전에서 후쿠시마원전사고와 같은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 다중의 안전시스템 개념은 제대로 된 설계에 적용하는 개념이지 잘못된 설계에 적용하는 개념이 아니다”는 사실을 밝혀내 이를 바로 잡습니다’.

좀 어려운 내용이지만 명백한 것은 한수원이 원전의 안전문제를 지적한 전문가의 견해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 없다고 부정했으나 이는 규정에도 나와 있는 것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것이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보도로 나왔다는 사실이다. YTN 제보자인 정종한 기술사는 지난해 10월 14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도 출현해 제보 배경과 관련해 인터뷰를 했다. 정 기술사는 원전설계 분야에서 30년 이상 종사한 뒤 퇴임한 원자력발전 기술사이자 산업기계 기술사인데 원전안전설비 검증을 수행했고, 비상디젤발전기도 본인이 인증을 한 바 있다고 한다. 특히 비상디젤발전기 관련해서는 한수원에 전문위원으로 근무할 때 100개 이상 설계 결함을 지적을 해 포상을 받은 경력도 있다. 그런 그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퇴직 후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2021년 이미 원안위에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원안위 답변조차도 수십 가지가 엉터리였기에 이를 바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문제는 비상디젤발전기 구역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는 국내외 20개 가까운 원자력 규제 요건을 위반하고 있는데도 원안위 및 한수원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회의조차 기피했다는 것이었다.

이런 한수원이나 원안위의 엉터리 해명에 대해 신뢰성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고리2호기의 수명 연장과 관련해서도 정 기술사와 같은 재야 전문가의 실질적인 검증이 필요함에도 한수원은 형식적인 공청회만 열었다는 시민사회의 비판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원안위도 고리2호기의 안전성을 철저하게 검증해 허가 유무를 판단해야 함에도 이미 윤석열 정부가 전 국민을 상대로 ‘고리2호기 수명 연장’을 공언한 상태여서 원안위의 절차조차 형식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원안위 허가 과정의 투명성 감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홍보관에서 열린 ‘고리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일방적 설치 결정 규탄 집회’ 에서 지역 7개 주민단체 주민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제신문DB


국민일보(지난 1월 17일)는 ‘새해부터 원전서 고장 속출…한수원 “안전에 문제 없어” 논란’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다. 기사의 요지는 이렇다.

‘17일 한수원에 따르면 지난 5일 전남 영광에 위치한 한빛3호기의 비상디젤발전기가 자동 가동됐다. 한빛원전 측은 일부 설비에 저전압 신호가 감지돼 전력 차단기가 개방되면서 발전기가 스스로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원안위는 현재 차단기가 열린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부산 기장군 고리3호기의 터빈과 발전기, 원자로가 자동정지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변압기 케이블 접속부가 불에 타 손상되면서 보호계전기가 가동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고리1발전소 순수생산설비 건물의 펌프 전동기에서 연기와 불꽃이 발생했다. 현장 직원이 곧바로 자체 진화 작업을 벌여 추가 피해는 없었다. 이 설비는 고리2호기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 시설이었다. 원안위는 펌프 모터측 베어링 과열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원전이나 원전 부속시설에서 연기와 불꽃 등이 발견된 것은 1978년 첫 원전 가동 이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전운영안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782건의 사고·고장 기록 가운데 12번째 사례다. 상당히 드문 케이스인 셈이다. 지난달 22일부터 1주일에 1건씩 원전과 원전 부속시설에서 고장이나 돌발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2011년 3월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한국에서 발생한 원전 고장 사례 중 국제 기준에 따라 ‘사고’로 기록될 만한 사례는 1건도 없었다. 하지만 고장이 반복되면 사고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한수원이 고장이나 돌발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인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고장 건수는 128건에 달한다. 연평균 12건씩 발생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한수원은 최근 발간한 ‘2022년 원자력 백서’에서 안전하게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수원은 “원전 호기당 고장정지 건수는 1980년대까지는 5건 이상이었지만 1998년 이후 1건 미만으로 낮아졌다”며 “국내 가동 원전은 관련 규정에 적합하게 운영되고 있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원전의 안전성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원전행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이다. 2012년 3월에 밝혀진 고리1호기 정전사고 은폐사건은 원전 지역 주민은 물론 온 국민을 분노케 했다. 2012년 2월 9일 고리1호기 발전기 보호계전기를 시험하는 과정에서 발전소에 직원의 부주의와 비상발전기의 결함 등으로 모든 전력공급이 12분간 중단되는 아찔한 사고로 원자로 냉각수의 온도가 36.9℃에서 58.3℃까지 상승하는 등 후쿠시마원전사고 초기 단계와 흡사한 발전소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정전사고 자체도 문제이지만 귀 밝은 지역 시의원이 없었다면 이러한 사실이 감쪽같이 묻혔을 것이라는 점에서 원전당국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극에 달했다. 그것은 고리원전 제1발전소장의 조직적 은폐 기도, 한수원 사장의 상부 보고 지체, 원안위 주재관의 감독 부실 등 ‘원자력행정’의 무책임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원전사고의 은폐가 대재앙의 전조였음을 2011년 3·11 후쿠시마원전참사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2년 원안위 차원에서 2, 3개월에 걸쳐 고리1호기에 대한 안전점검을 벌이고, IAEA(국제원자력기구) 특별점검반이 현지에 와서 조사를 벌여 ‘기술적인 면에서 안전하다’고 이야기했지만 고리 주민은 물론 국민 대다수를 설득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고리1호기 정전사고 은폐사건의 당사자인 당시 고리원자력본부 제1발전소장을 비롯한 5명의 간부들은 2013년 2월 과태료 300만 원을 내는 선에서 정리됐다. 원전사고에서 가장 무서운 정보 은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에 일본에선 원전기술자들이 때늦은 참회록를 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원전과 40년간 공생해온 GE기술자이자 도호쿠엔트프라이즈회장인 나카 유키테루(名喜幸照, 당시 73세)씨가 2014년 3월에 내놓은 『후쿠시마원전 어느 기술자의 증언-원전은 개도국의 기술이었다』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나카 씨는 “나는 아슬아슬한 사태를 수없이 겪었다. 그 뒤 원전의 기술적인 개량이 진전되고 시스템은 안정돼도 기계의 예상 밖의 열화와 조작 실수 등으로 위험한 사태는 끝이 없었다. 현장에서는 후쿠시마원전의 쓰나미에 대한 약점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대책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던 것이다”고 고백했다. 이 책에 1974년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는 스테인레스배관에 부력부식으로 균열이 발생했고 2호기 제어봉에 불량품이 발견됐으며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에서 노심이상 사고가 발생했고, 1989년 후쿠시마 제2원전 3호기서 재순환펌프사고가 발생했으나 뒤늦게 발각된 사실에 대해서도 자세히 적고 있다.

또 하나는 일본원자력사업㈜에 근무하면서 후쿠시마 제1원전 건설에 원자로계 펌프 열교환기 등 기구 구입기술을 맡아오다 2002년 퇴직한 원전기술자 오구라 시로(小倉志郞, 당시 74세) 씨가 2014년 6월에 내놓은 『전 원전기술자가 알리고 싶은 진정한 두려움』이란 책이다. 이 책에서 오구라 씨는 “원전은 정말 기도 안 차는 괴물이다. 이처럼 복잡기묘한 원전의 구조를 이해하고 있는 엔지니어는 이 세상에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35년간 현장에서 원전개발을 계속해왔던 이 책을 ‘유언’이라고 생각하고 ‘속죄하는 마음’에서 썼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원전 은폐 및 비공개 사례는 매우 많다. 1984년과 1988년에 월성1호기 냉각수 누출사고가 있었음에도 1988년 국정감사 때까지 은폐됐다. 1995년 월성1호기의 경우 방사성물질 누출사고가 1년 뒤에 보도됐다. 1996년 영광2호기에서 냉각재가 누출됐으나 몇 주 뒤 주변환경을 오염시킨 뒤에야 알려졌다. 2002년에는 울진4호기에서 증기발생기관 절단으로 인한 냉각수 누출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단순 누설사고로 축소 은폐했다. 2003년 부안을 핵폐기장으로 정하기로 한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후보부지 예비조사보고서’를 한 달간 미공개 하다가 TV 공개토론회에서 지적을 받은 뒤 공개했다. 2004년 영광 5호기에서는 방사성물질 누출이 감지됐으나 재가동을 강행했고 일주일간 은폐했다. 2007년 대전 원자력연구소에서 핵물질 3kg이 들어있는 우라늄 시료박스가 소각장으로 유출된 사건이 3개월이나 지나서야 세상에 알려졌지만 분실된 우라늄은 아직도 행방이 묘연하다. 2005년 핵폐기장 주민투표 당시 부지조사 보고서가 4년간 은폐됐다. 2007년 12월 고리1호기 수명 연장 허가 당시 안전조사 보고서 공개가 거부됐다. 2012년 11월 고리4호기 화재 때 화재경보기가 고장났으나 이를 은폐, 지역 국회의원에게도 거짓으로 보고했다.

2014년 9월에는 고리4호기와 한빛2호기의 원자로 용접점검 부위가 지난 30년간 엉터리로 관리돼 온 사실이 드러났다. 원안위는 고리4호기와 한빛2호기가 각각 앞서 만들어진 고리3호기와 한빛1호기의 설계도로 용접점검부위를 검사해 안전점검대상인 17개 부분 중 2개 부분을 30년간 점검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핵심 원전 기기의 안전점검이 30년 동안 엉터리로 진행해 왔다는 것을 뒤늦게 확인한 것이다. 대구광역일보(2017년 10월 15일)는 최근 5년간 원전 고장이 73건 발생했으나 원안위의 처벌·제재 조치는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수원의 일방적인 발표에 대해 무엇보다 원안위의 판단이 중요하지만 지금의 원안위는 신뢰성이 떨어지기에 야당이 중심이 돼 원안위를 원자력규제위원회로 개혁하는 것과 함께 원전 입지 지자체 단체장이 원전안전 공개 검증에 대한 의지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최근 더불어민주당 원전안전검증대책단이 계획 중인 ‘국민안전을 위한 원전안전 현안 개선 연속 세미나’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원전안전문제는 국민안전 관점에서 정부와 각 정당이 협력하고 감독기관, 규제기관,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개선 사항을 도출하고 보완해나가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원전안전검증대책단의 원전안전 제도 개선 연속세미나는 감독기관인 산업부, 규제기관인 원안위, 사업자인 한수원과 함께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4월 20일에는 한병섭 원자력방재연구소장이 ‘윤석열 정부 10기 원전 수명연장 점검-수명연장을 위한 최신기술 적용되고 있나’를 주제로 발표한다. 5월 4일에는 정 기술사가 ‘안전설비 설계 변경된 20기 원전 상태 점검-비상디젤발전기, 소화설비 설계 변경’을, 5월 18일에는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와 진재용 변호사가 ‘후쿠시마 후속 대책, 중대사고 완화에 적절한가?-수소 제거기 불꽃 발생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발표한다.

부산고리2호기수명연장핵폐기장반대 범시민운동본부 대표단이 지난 14일 오전 부산시청 7층 면담실에서 박형준 시장과 발족 후 처음으로 만났다. 이날 배다지 고문, 박재율 오문범 김정환 상임대표, 차성환 정상래 공동대표 민은주 사무처장 등 범시민운동본부 대표단은 박 시장에게 고리2호기 수명연장·핵폐기장과 후쿠시마오염수 해양 방류과 관련해 시가 적극 나서 시민의 안전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강조하고, 시 시의회 시민사회 전문가가 함께 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대응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박 시장은 “시 정책의 기본전제는 안전이 후선위로 밀려선 안 된다는 것이다. 민관거버넌스의 소통창구를 만들자는 좋은 의견을 수용해 협치 창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시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후원전의 문제에 한수원에게 정보를 요구하고, 꼼꼼하게 전문가와 함께 객관적 검증시스템을 갖춰 시민의 불안을 없애주도록 최선을 다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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