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장관 "근로시간 법 규제만 하면 왜곡 나타나…국민 숙의 필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7일 근로시간 상한과 관련 "일과 근로자의 다양성을 도외시한 채 법 규제로만 해결한다고 하면 또다른 왜곡이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옥죄는 방식으로 노동시간 상한을 규제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까 고민하는데 쉽지 않다고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장관은 "(근로시간) 최저 기준을 줄이는 방법이 가능할까에 대해 (고민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법을 지키는 공간을 만들고 (근로자) 권리의식을 통해 (불법·위법 사항 등을) 신고하고 여건을 조성하면서 정부는 감독을 철저히 하고 사업주는 불법을 못하게 조직문화를 바꾸게 설계하는 게 (근로시간 개편안 취지인데)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3월 6일 주 최대 69시간 근무가 가능한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노사 합의로 주52시간 제도 아래서 연장근로 시간 총량을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설정할 수 있다. 실근로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단위기간에 비례해 연장근로 총량이 줄어든다.
특정 기간에 일감이 몰리는 사업과 업종을 고려한 제도개편 방안이지만 1주차에 69시간, 2주차에 63시간, 3주차에 40시간, 4주차에 40시간이라는 근로조건을 짤 수 있다. 또다른 방식으로 1주차와 2주차에 64시간, 3주차에 44시간, 4주차에 40시간이라는 근무시간도 만들 수 있다.
장시간 근로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주 60시간 이상 근로는 무리"라고 언급했고 이를 두고 사실상 '60시간 상한'을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상한의 의미가 다른 게 아니라 근로기준법이 1953년도에 만들어졌는데 그때 주 48시간이었고 2004년 주 40시간 됐다"며 "(근로시간 상한을 줄이는데) 36년 걸렸는데 법으로 노동시간 규제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 차원에서 한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말씀이 전달 과정에서 혼선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제도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노동시간이 (근로자의) 건강권을 훼손하는 쪽으로 규제하면 안 된다는 문제 의식, 장시간 노동, 건강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대통령) 말씀으로 (고용부는) 우려되는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과거 사례를 거론하며 업종, 근로자와 사업주의 다양성을 지원하는 '특별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2004년과 2018년 (제도 변화 과정에서) 생각한 것이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며 "근로기준법 하나를 바꿔서 이 다양한 (근로환경을) 어떻게 규율하느냐. 실효성 있는 제재, 근로자 대표성 보완과 함께 컨설팅, 지원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는 하면서 지원이 필요하기도 하고 노동시간을 줄이려면 종합적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고용부는 근로시간 개편안 입법 예고가 이날로 종료되지만 국민의 숙의 과정이 필요한만큼 여론조사, FGI(그룹별 심층면접) 등의 과정을 거친다는 계획이다.
이 장관은 "(대국민 설문조사는) 올바른 노동시간 개편에 대해 묻는 방향으로 되지 않을까 싶고, 그러면 당연히 현재 정부 안에 대한 인식과 생각을 물어볼 것"이라며 " 전문가, 노사, 청년 등의 의견을 다 들어서 설문조사를 설계하고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데 세대, 업종, 직종, 노사의 의견을 모두 포괄할 수 있게끔 균형있게 작성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입법 계획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개편이) 노동개혁 핵심이고 그 취지는 변함이 없으며 정기 국회서 논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수정·보완)안을 만들겠다"며 "내용과 완성도가 높아지면 야당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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