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00원 담배 한 갑 팔면 남는 돈이…" 편의점 사장님들 원성 [송영찬의 신통유통]
편의점 매출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담배 매출 비중의 마지노선으로 꼽힌 40% 선이 무너진 이후 줄곧 내리막세다.
편의점 가맹점주들에게 담배는 타상품에 비해 마진율이 낮은데 반해 매출 비중은 커서 많이 팔수록 세금 등의 측면에서 손해인 ‘계륵’ 같은 존재였다. 반면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빵 등 식품류를 찾는 수요는 꾸준히 늘어났다. 편의점 업계가 트렌드 변화를 계기로 담배 매출 비중을 줄이기 위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40% 선'도 깨진 담배 매출 비중 매년↓
17일 BGF리테일에 따르면 편의점 CU의 지난해 담배 매출 비중은 37.8%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처음으로 40% 선이 깨진 전년도와 비교해 1.7%포인트 줄었다. 지난 2018년과 비교해선 3.2%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GS25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GS리테일에 따르면 편의점 GS25의 2020년에 30%대 후반이었던 담배 매출 비중은 매년 1~2%포인트 가량 낮아지고 있다. 전체 편의점의 담배 매출 증가율 역시 다른 품목과 비교해 더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편의점의 담배 매출은 전년동월 대비 6% 늘어나 전체 매출 증가율(10.2%)에 크게 못 미쳤다.
담배가 빠진 자리는 식품류가 채웠다. CU의 지난해 가공식품 매출 비중은 전년대비 0.3%p 늘어난 42.8%로 전년도에 이어 품목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9년 처음으로 매출 비중이 40%를 넘어서고 2021년 전체 품목에서 1위를 차지한데 이어 담배 매출 비중과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린 것이다. 신선식품의 지난해 매출 비중도 전년대비 0.4%p가 늘었다. 식품류 매출 비중 상승은 다른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협업) 상품이나 자체브랜드(PB) 상품들의 인기가 견인했다. 지난해 1월 출시돼 출시 1년여만에 누적 판매량 2500만개를 돌파한 ‘연세우유 크림빵’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전체 편의점 업계의 식품류 매출은 최근 크게 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2월 편의점의 즉석식품 매출은 전년동월 대비 24.3% 늘어 담배 매출 증가율(6%)의 네 배가 넘었다. 가공식품 매출 증가율도 11%로 담배 매출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담배 매출 증가율은 전체 5개 품목(생활용품 잡화 담배 가공식품 즉석식품) 중 유일한 한 자릿수였다.
적은 담배 마진에 가맹점주 원성
편의점 업체들은 식품류의 매출 비중을 늘리는 것이 점포 수익 상승에 직결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마진율이 8~9%로 낮은 담배 비중은 낮추고 평균 20~30%의 높은 마진율을 보이는 식품류의 상품력을 높이겠다는 차원이다. 가맹점주들의 담배 판매 마진은 담배 판매가의 73.8%에 달하는 세금과 제조사 이익을 제한 나머지 금액이다. 여기서 제조사는 편의점을 포함한 담배소매인에게 동일한 마진율을 적용한다.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카드 결제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마진은 더욱 낮아진다.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담배 업체들을 향한 법적소송까지 예고한 상태다. 담배 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의 전용 담배스틱 가격을 일제히 4800원으로 300원 인상하며 판매 마진율은 기존 9%에서 8.6%대로 낮췄다. 협회에 따르면 전자담배 스틱 한 갑 가격이 4500원일 때 점주가 가져가는 이익은 카드 수수료를 더했을때 한 갑 당 399원이었는데 마진율이 낮아지며 실제로는 408원으로 9원 오르는데 그쳤다. 가맹점주들로 구성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이달 중 낮은 마진으로 판매해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며 4개 담배 업체(KT&G 한국필립모리스 BAT로스만스 JTI)를 상대로 법적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편의점 업체들은 가맹점주들의 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상품력 강화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맥주·하이볼·와인으로 대표되는 주류 상품 다변화가 대표적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구매 고객이 고정적인 담배보다 새로운 추가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식품류의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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