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누가 수제맥주 먹어요”...기업들 이 상품으로 눈 돌렸다

유명업체들 하이볼 출시

카브루 ‘레디 하이볼’<사진제공=카브루>

세븐브로이맥주 ‘블랙 네온 하이볼 레몬토닉’<사진제공=세븐브로이맥주>

유명 수제맥주 업체들이 잇따라 하이볼을 출시하며 하이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홈술 특수를 누리던 수제맥주가 외면을 받자 주종 다양화로 활로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17일 카브루는 캔 하이볼 신제품 ‘레디 하이볼’ 2종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지 하이볼’에 이은 카브루의 두 번째 하이볼 브랜드다. ‘곰표밀맥주’로 히트를 쳤던 세븐브로이도 이달 ‘블랙 네온 하이볼 레몬 토닉’을 출시하며 캔 하이볼 시장에 진출했다. 세븐브로이맥주 관계자는 “변화하는 MZ세대 주류 취향을 고려해 리큐르 신제품을 출시했다“고 말했다. 수제맥주 스타트업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역시 지난 2월 ‘어메이징 안동 하이볼’, ‘어메이징 영주 하이볼’ 상표 출원을 마치고 신제품을 준비 중이다.

수제맥주 업체들이 하이볼으로 눈을 돌린 건 수제맥주 성장세가 확 꺾였기 때문이다. 카브루와 세븐브로이는 국내 수제맥주 업체 최초로 상장에 성공한 제주맥주에 이어 코스닥 진출을 노리던 업체였다. 2021년까지 카브루는 90억원, 세븐브로이는 14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반짝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와인, 위스키 등 열풍에 수제맥주 인기가 싸늘하게 식으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카브루는 영업손실 1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12억원 영업손실)보다 적자 폭을 키웠고 세븐브로이 영업이익은 지난해 49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투자를 받았던 업체들이 주주 압박 등으로 부랴부랴 기타주류면허를 취득해 하이볼 생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수제맥주 인기가 줄어들자 수제맥주 생산량을 감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일부 수제맥주 업체들은 2021년 수제맥주 주문자위탁생산(OEM) 허용에 따라 생산을 맡겼던 물량을 속속 자사 공정으로 되돌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롯데칠성음료의 수제맥주 OEM 매출과 생산량 지난해 1367만C/S(1C/S=500ml*20본), 22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1%, 26% 줄어들었다.

일각에선 주류의 한 축으로 떠오른 하이볼이 수제맥주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본연의 맛에 집중하기보다 인공 향미를 넣어 제조비 절감에 몰두하고, 과도한 콜라보 마케팅으로 소비자 피로감을 키워 지속 가능한 주류 문화의 일부로 안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