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던지는 남자 김진유, 허슬에 산다

김종수 2023. 4. 1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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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시즌 최고의 화제팀은 단연 고양 캐롯이다.

다행히 김진유는 "부상은 아니고 허리근육이 올라온것이다.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며 뼈가 부러지더라도 계속해서 몸을 날릴 것이다"는 말로 여전한 투지를 드러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팀을 위해 희생하고 언제든 몸을 던질 각오가 되어있는 김진유같은 선수들이 있기에 캐롯은 어떤 팀과 맞붙더라도 두렵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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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최고의 화제팀은 단연 고양 캐롯이다. 시즌전 허재 대표, 김승기 감독을 중심으로 신생팀 창단을 알리며 주목을 받더니 이후에는 월급체불, 가입금 미납 등 경제적인 부분에서의 안타까움으로 눈길을 끌었다. 어찌보면 안타깝고 답답한 부분도 많지만 그와는 별개로 선수들의 투지는 그 어느 부자팀 못지않았다.


특히 플레이오프 들어서는 '감동 캐롯', '캐롯 극장'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팬들의 시선을 코트로 잡아끄는 모습이다. ‘현재 상영중인 농구영화 ’리바운드 못지않은 감동 스토리가 현실속에 있었다'는 말이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아슬아슬하게 KBL 가입금 성격의 특별 회비 10억원을 납부하면서 플레이오프에서 뛸 자격을 얻어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캐롯은 플레이오프 시작부터 위기의 연속이었다.


여전히 월급은 밀려있는 가운데 간판스타 ‘불꽃 슈터’ 전성현(32‧188.6cm)이 몸상태가 좋지못해 출격여부가 불투명했다. 실제로 6강 플레이오프 4차전이 되어서야 어렵사리 돌아왔다. 선수층이 얇은 캐롯의 전력을 감안했을 때 이른 탈락도 예상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명장 김승기 감독과 근성의 캐롯 선수단은 포기하지 않았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참 앞선 울산 현대모비스를 상대로한 6강 대결에서 1차전 패배를 당할 때만해도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프로 2년차 이정현(23‧187cm)이 토종 에이스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고 외국인선수 디드릭 로슨(25‧201cm)도 취약한 포스트를 지키며 고군분투했다. 정규시즌에서의 캐롯은 전성현의 팀이었다고해도 무리가 없다.


극단적 양궁 농구를 추구했던 캐롯에서 전성현은 역대급 3점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그러한 중심축이 있었기에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했다. 비록 후반들어 부상과 이런저런 불미스러운 일이 겹치며 컨디션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현재 리그 최고의 슈터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전성현을 꼽을 것이 분명하다.


김감독은 전성현의 공백을 메울 토종 1옵션으로 이정현을 지목했다. 아직 어린 선수임을 감안했을때 자칫 엄청난 부담감에 주눅들거나 의욕이 넘쳐서 무리한 플레이를 남발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정현은 대범하면서도 냉정했다. 내외곽을 넘나들며 현대모비스 수비진을 뒤흔들었고 계속해서 동료들에게 외곽찬스를 제공해줬다.


현대모비스 입장에서는 캐롯 공격의 시작이 이정현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뻔히 알고있었으면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로슨 또한 소리없이 강했다. 로슨은 잘하기는 했지만 리그 최고 외국인선수를 언급할 때 거론되는 이름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의 로슨은 어떤팀 1옵션 외국인선수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모습이다.


헌신적인 스크린, 골밑 몸싸움, 리바운드 참여 등 센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포스트 플레이는 물론 정확한 미들슛, 외곽슛까지 던져대며 내외곽에서 상대 수비를 흔들어댔다. 상당수 다혈질 외국인선수와 다르게 침착하게 경기에 임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의 이정현-로슨은 SK 김선형, 워니 못지않은 강력한 '원투 펀치'였다. 

 


물론 모든 팀 스포츠가 그렇듯 원투펀치만으로 게임을 승리로 이끌 수는 없다. 플레이오프같은 큰 승부처에서 한두 경기도 아니고 4강까지 올라와 우승후보 안양 KGC와 1승씩을 주고받았다는 것은 팀 자체가 단단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김감독은 상대적으로 네임밸류가 낮거나 전성기에서 내려왔다는 혹평을 받는 선수들도 잘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이정현과 전성현을 빼고는 이름값 높은 토종 선수는 없다. 하지만 캐롯선수들은 일단 코트에 서게되면 누가 되었던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고 자신이 현재 보여줄 수 있는 모든것을 쏟아내는 느낌이다. 이정현과 로슨을 도와 지원군 역할을 잘해준 베테랑 김강선(36‧190cm)과 한호빈(31‧180cm)이 대표적이다.


플레이오프 들어 '캐롯의 소금'으로 불리고있는 김진유(28‧188cm)도 빼놓을 수 없는 공신중 한명이다. 김진유는 6강 1차전(2득점, 6리바운드, 2어시스트, 1스틸), 2차전(3리바운드, 2어시스트), 3차전(1리바운드, 1어시스트, 1스틸), 4차전(5득점, 10리바운드, 2어시스트, 1스틸), 5차전(2득점, 2리바운드)에 걸쳐 꾸준히 활약하며 팀의 4강행에 한몫 거들었다.


4강전에서도 1차전(3득점, 4리바운드, 2블록슛), 2차전(2득점, 6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에 서 꾸준하게 뛰어주고 있다. 기록만 놓고 봤을 때는 크게 돋보이지 않지만 궂은 일에 능한 선수들이 그렇듯 김진유의 가치는 숫자로 표기되지 않는다. 특유의 활동력을 앞세워 끊임없이 코트를 돌아다니며 상대 앞선을 압박했고 리바운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거기에 필요하다 싶으면 조금도 망설이지않고 몸을 날릴 정도로 소문난 허슬 플레이어다. 캐롯 선수단 모두가 그런 플레이를 망설이지않는 상황이지만 그중에서도 눈에 뛸만큼 김진유는 부지런하다 못해 헌신적이다. 때문에 캐롯팬들은 이번 플레이오프 시리즈의 숨은 공신으로 서슴없이 김진유를 꼽고 있다.


플레이 스타일상 김진유는 상대 선수와 부딪히고, 코트에 나가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KGC와의 2차전에서는 리바운드 경합중 코트 위로 크게 넘어지며 한동안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당시 상황과 고통스러운 표정을 봤을때 큰 부상도 염려되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김진유는 "부상은 아니고 허리근육이 올라온것이다.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며 뼈가 부러지더라도 계속해서 몸을 날릴 것이다"는 말로 여전한 투지를 드러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팀을 위해 희생하고 언제든 몸을 던질 각오가 되어있는 김진유같은 선수들이 있기에 캐롯은 어떤 팀과 맞붙더라도 두렵지않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문복주 기자,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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