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출연 김동현 판사 "공부는 두번째, 책 구하는게 가장 어려워"

김근욱 기자 2023. 4. 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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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 때 무엇이 가장 힘들었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다.

김 판사는 "저는 운이 좋아서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공부를 할 수 있었다"면서 "시각장애인들도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판사는 "장애인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면서 "장애인도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이기 때문에 특별할 것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대해주셨으면 좋겠다"고도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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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로 시력 잃어…"시각장애인도 공부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귀로 들으며 사건 파악…선입견 품지 않는 게 판사로서의 강점"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에서 열린 제43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한 김동현 판사. (서울중앙지법 제공)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눈이 안 보여 공부하기 힘든 건 두 번째 문제고요. 일단 책 구하기가 제일 어려웠죠"

'공부할 때 무엇이 가장 힘들었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다.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하는 시각장애인 김동현 판사 얘기다.

법과 관련된 책은 양이 많아 점자로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책을 컴퓨터 파일로 만들어 소리로 들어야 하는데 저작권 문제가 걸려 쉽지 않다.

김 판사는 "저는 운이 좋아서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공부를 할 수 있었다"면서 "시각장애인들도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판사는 17일 서울중앙지법 청사에서 열린 43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자신의 삶을 소개했다.

그는 2012년 로스쿨 재학 중 의료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그런데도 성적 우등생으로 로스쿨을 졸업한 후 서울고법 재판연구원, 서울특별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변호사를 거쳐 판사로 재직 중이다.

그는 최근 TV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특유의 입담을 뽐냈다. 이날도 자신을 '40대 미혼 독거 중증 시각장애인'으로 소개하며 말문을 열었다.

김 판사는 여느 판사와 다름없이 사건 기록을 보고 판결문을 쓰는 게 주된 일과라 소개했다. 어떻게 사건 기록을 보느냐는 질문엔 "소리로 듣는다"고 답했다.

화면에 나타난 문자를 소리로 읽어주는 '스크린 리더' 프로그램을 이용한다는 것. 사진·영상 자료의 경우 속기사 분들의 설명으로 이해하고 복잡한 도면은 '3D펜'도 이용한다고 했다.

그는 "재판에 선 증인의 표정이나 태도를 보지 못하는 것은 부담이다. 오히려 사람의 표정만으로 선입견을 품지 않는 게 장점"이라며 특유의 낙천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에서 열린 제43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한 김동현 판사.(서울중앙지법 제공)

김 판사는 장애인 사법제도와 관련된 주제에서는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서울 시내에 4곳 밖에 없는 '학대장애인 보호소'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호사 시절 학대 당하는 장애인을 보고도 시설이 없어 구조하지 못한 경험을 소개했다.

'발달장애인 진술조력제' 역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발달장애인 전문경찰관이 존재하지만 5일 간의 교육이 전부다. 법무부 산하 진술조력인도 있지만 그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김 판사는 "발달장애인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었을때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고 신빙성 판단도 어렵다"면서 "진술조력인들을 양성해 장애인 분들도 적절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판사는 '장애인도 공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도서관이나 복지관에서 파일로 된 책을 만들어 준다"면서도 "저는 수강신청과 동시에 민사집행법을 신청했는데 중간고사가 지나 책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주변 사람들을 잘 만난 운이 좋아서 공부를 할 수 있었지 결코 제도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장애인도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판사는 "장애인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면서 "장애인도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이기 때문에 특별할 것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대해주셨으면 좋겠다"고도 강연을 마무리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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