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HDC신라면세점, 상반기 중 정리해고 추진…“직원들 망연자실”
임시 노사협의회 거쳐 사내망에 공지
4~6월 3개월간 무급휴가 신청도 받아
암흑기 버틴 직원들 “관광 회복기에 왜”
HDC신라면세점이 코로나19 장기화 등에 따른 경영악화를 이유로 정리해고를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기를 지나 ‘봄날’을 기다리던 직원들은 망연자실했다.
경향신문이 17일 입수한 HDC신라면세점 내부 문건을 보면, 사측은 지난 11일 정리해고를 주제로 열린 임시 노사협의회 결과를 사내망에 공지했다. HDC신라면세점은 HDC그룹과 호텔신라의 합작사로, 서울 용산에 있는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노사협의회는 “각종 비용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금시장 등 외부환경 악화가 심화됨에 따라 특단의 추가적 고정비 절감 필요, 인건비 절감 필요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상반기 중 정리해고를 포함한 감원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 희망퇴직 등 해고 최소화 방안을 협의했다. 세부 시행방안 등은 노사 간 성실한 협의를 통해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HDC신라면세점은 지난 3월29일 김대중·유찬 공동대표이사 명의의 담화문을 내고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누적 영업손실에 더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자금시장이 악화되며 재무적 어려움까지 가중되고 있다”며 “이런 누적 손실로 자본금은 잠식 수준에 이르렀다. 많은 럭셔리 패션·시계 브랜드가 퇴점하고, 무인매장이 증가하는 등 정상적 매장 운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사측은 비용구조 개선 등 고정비용을 최소화할 조치로 모회사 지원 확대, 일부 ‘저효율 매장’ 축소 개편을 통한 임차료 부담 완화, 구조조정을 통한 인건비 절감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사측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수많은 고뇌와 번민 끝에 구조조정 이외에는 작금의 위기를 타개할 방법이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측은 지난달 말까지 4~6월 3개월간 무급휴가 신청도 받았다. 무급휴가는 주 4일(주 1일 무급휴가) 또는 주 4.5일(주 0.5일 무급휴가)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HDC신라면세점 직원 A씨는 “아직 외교문제 때문에 중국 관광객은 적지만, 매장에 손님도 늘어나고 개별 관광객 위주로 매출도 살아나고 있는데 왜 지금 구조조정을 하려는지 의문”이라며 “중국 관광 풀리면 곧 봄날이 온다고 다들 기대하고 있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연봉이 깎이고 고용지원금으로 힘들게 버틴 직원들 모두 망연자실한 표정”이라고 말했다.
HDC신라면세점 관계자는 “구조조정 관련해 노사협의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감원 규모 등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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