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학원가 뒤흔든 마약음료...보이스피싱 신종 기법
주요 피의자 3명 체포 위해 中 공안 등에 공조 요청
강남 학원가에서 벌어진 ‘마약음료’ 사건은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활동 중인 우리나라 국적의 20대 남성이 주도한 범행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만든 마약음료 1병에는 3회 투약 분량의 필로폰이 들어 있었다.
17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갖고 “한국 국적의 이모씨(25)가 중국에 건너간 지난해 10월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된 모의 또는 계획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중국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책’으로 추정되는 이씨를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했다.
지난해 10월 17일 중국으로 간 이씨는 보이스피싱에 마약음료를 이용하기로 하고 중학교 동창인 길모씨(25)에게 마약음료 제조를 지시했다.
길씨는 지난달 22일 마약 음료를 만들 때 사용한 중국산 우유를 국내에서 구입한 뒤 같은 달 25일 밤 인천 주택가에서 박모씨(35)로부터 일명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10g을 구했다. 길씨는 이를 갖고 이달 1일 새벽 강원 원주시 집에서 마약음료를 제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필로폰 투약 시 통상 0.03g이 사용되고 길씨가 만든 마약음료가 100병에 달하는 만큼 1명당 0.1g의 필로폰이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투약 경험이 없는 미성년자는 마약음료 1병을 모두 마실 경우, 급성 중독에 걸릴 수 있고 정신 착란, 기억력 상실, 심각한 신체손상 등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길씨가 마약음료를 제조한 이후 이씨 등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마약음료를 나눠줄 아르바이생 4명을 고용, 일당 15만~18만원을 주고 이들을 통해 강남 학원가에서 배포하도록 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구속된 길씨가 고속버스 택배, 퀵서비스로 보낸 마약음료를 전달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강남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마약음료를 나눠준 20대 김모씨도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전화번호를 변작해 주는 중계기업자 김모씨(39·구속)가 범행에 가담했다. 경찰은 인천에서 김씨를 붙잡을 당시 발견한 노트북 6대, UBS 모뎀 96개, 휴대전화 유십 368개를 압수한 바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씨 등이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하기 위해 이같은 범행 수법을 고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 있는 이씨 등 일당은 지난 3일 오후 강남구청역, 대치역 일대에서 마약음료를 받은 학생들의 부모 번호로 협박 전화를 걸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마약 중독자를 늘리려 했다기보다는 신종 수법을 모색, 범죄 수익을 늘리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길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하는 한편 중계기업자 김씨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및 공갈 미수 혐의 등으로, 길씨에게 필로폰을 판매한 박씨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각각 구속 송치했다.
한편 경찰은 중국에 체류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씨와 박모씨(39), 이모씨(32) 등 3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중국 공안당국에는 국제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이중 중국 국적의 박씨는 마약음료 병과 상자, 판촉물의 국내 배송에 가담했으며 같은 국적인 이씨는 박씨에게 필로폰을 ‘던지기 수법'으로 길씨에게 마약을 전달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동식 기자 kds77@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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